꿩 먹고 알도 먹고, 누이 좋고 매부좋다는 말을 자주하지만 기자 스스로 그런 경험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런 입장에서 정말 꿩 먹고 알 먹는 이들을 만나보면 부럽기가 하늘을 찌른다. 그럼 아예 꿩도 먹고 알도 먹으라고 밥상을 차려주는 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아니, 왜 이런 상을 지금 이 시점에서 차려놓고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판을 벌린 것일까?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는 5월 말 3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하고, 오는 8월부터 1년간 미국 시스코 본사에 파견을 보낸다. 취업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본사 파견 프로그램까지 거머쥔 행운아들과의 만남은 1년 후로 미루고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한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이용성 인사부 상무를 만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많은 외국계 IT 업체들은 신입 사원을 선발해 육성하기보다는 국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경력직 인재들을 스카우트하는데 더 중점을 둬왔다.
이 때문에 외국계 IT업체들은 "국내 진출 후 처음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합니다"라는 자료를 보내면서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다. 시스코는 신입생 선발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본사 파견 프로그램까지 마련했다.
이용성 상무는 "그동안 시스코는 기술과 자금을 투자해 왔습니다. 이런 일은 지속하면서 이제는 인재에도 투자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줬으면 합니다.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는 아태지역 소속에서 단일 조직으로 거듭났습니다. 거기에 걸맞는 책임도 있다고 봅니다"라고 이번 프로그램 마련 의미를 밝혔다. 이 상무는 "손영진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사장님의 강력한 의지가 이번 프로그램 마련에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다음은 이용성 상무와 나눈 일문 일답.
ASE 프로그램에 대한 짧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시스코에는 대학 졸업생 개발 프로그램인 '어소시에이츠 세일즈 프로그램(Associate Sales Program)있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소시에이츠 시스템 엔지니어(Associate System Engineer, 이하 ASE)'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시스코 ASE 프로그램은 인턴십, MBA 리더십 프로그램과 더불어 시스코의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개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래의 기술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이끌어 나갈 우수한 대학 졸업자를 세계 각국에서 선발하여, 다양한 교육/개발 과정을 통해 세계수준급(World-class) 인재로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선발된 학생들은 1년간 미국 본사에서 세계 각국의 유수 대학 출신 인재들과 함께 세계적인 수준의 네트워킹 기술과 컨설팅 교육을 유급으로 제공받게 됩니다. 월급은 월급대로 받습니다. 정말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시스코 코리아는 이 프로그램을 국내 대학생 개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국내에서도 시행함으로써 국내 젊은이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는 방침입니다.
ASE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미국에 있는 첫 6개월 동안 시스코의 선진 기술, 비즈니스 솔루션과 함께 경쟁사 제품에 대해 공부하게 됩니다. 또 비즈니스 통찰력, 프리젠테이션과 세일즈 스킬까지 습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 받으면서 동시에 국제공인자격증인 CCNA(CISCO Certified Network Associate)와 CCNP(CISCO Certified Network Professional)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도 받습니다.
그 후 남은 6개월 동안에도 지속적인 교육과 동시에 시스코의 시스템 엔지니어와 기술지원센터 직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고객 대응 업무뿐 아니라 현장 지원과 임원 브리핑에도 참여하며, 네트워크 디자인과 네트워크 전문가 자격증의 두 번째 단계인 CCDA(Cisco Certified Design Associate)와 CCDP(Cisco Certified Design Professional)도 취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스코는 프로그램 진행 기간 동안 숙소는 물론 차량, 항공 요금 등 미국 체류 비용을 대부분 지원합니다. 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들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급여와 함께 각종 수당, 휴가 등의 복리후생 혜택도 보장함으로써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경제적인 부담 없이 선진 네트워킹 기업 노하우를 전수 받아 각국으로 복귀하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이런 기회가 없었을 텐데 이번에 선발된 분들은 정말 운이 좋은 분들 이군요. 입사하기도 힘든데 본사 1년 체류 프로그램까지 거져 얻었으니 행운아들이라고 불러도 무방하겠네요. 이번 프로그램을 마련한 계기나 의미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런 셈이죠.(웃음). 운도 다 실력입니다. 시스코는 세계 각국의 우수한 인력양성을 돕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중 어소시에이츠 세일즈 프로그램은 장기간의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개개인의 성공과 커리어 발전에 기여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시작으로 인해 앞으로도 많은 국내 우수 대학 졸업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시스코의 세계적인 네트워킹 기술과 비즈니스 노하우를 직접 접하고 기술력과 비즈니스 안목을 높여 세계 각국의 인재들과 경쟁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를 바랍니다.
수년 전에 인터넷 시장이 급속히 성장할 때 단발성으로 신입 사원들을 채용한 적은 있습니다만 당시는 6개월의 프로그램이었고 국내 IT경기의 침체에 따라 지속적으로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한국시장에서의 안정적 성장과 국내의 좋은 인재들에 대한 관심이 맞물려 프로그램의 실행이 다시 계획됐고, 앞으로 꾸준히 지속될 예정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계신가요?
수년전 채용했던 ASE들도 현재 한국뿐 아니라 싱가포르, 호주등 다양한 지역,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육성해 보다 더 넓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출신의 인재들이 IT분야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속적으로 ASE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입니까?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기술분야 3명으로 시작했지만 해마다 선발 인원을 늘려갈 계획입니다. 분야도 기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을 겁니다. 향후에는 비즈니스 성장에 따라 ASR(Assoicate Sales Representative)이라고 하는 기술 분야 뿐아니라 영업 과 마케팅의 가능성을 가진 인재를 채용해 유사한 프로그램에 참가하도록 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신입 사원을 선발해 보면 그들의 능력에 혀를 내두르는 선배들을 자주 봅니다. 이번 선발 인재들은 본사에서 경험까지 하고 돌아오는데, 시스코코리아 선배들이 잔뜩 긴장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시스코는 직원들이 한 분야에만 머무르길 바라지 않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스스로 성장해가길 원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직원들에게 바라기만 해서는 그런 인재를 얻을 수 없을 겁니다. 내부 인력들이 꾸준히 변할 수 있도록 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스코코리아는 시스코의 한국법인으로써 조직구성원의 역량강화와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도 본사와 같은 선상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스코에서는 직원개발의 70%는 경험(Experience), 20%는 노출이나 접촉(Exposure), 그리고 나머지 10%는 교육(Education)을 통해 다양하게 이루어 진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학습 방법과 관련해서도 단일 솔루션은 없다는 인식 아래 시스코는 광범위한 e-러닝(e-learning)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e-러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시에 직원들의 수행을 지원하며, 교육 목적에 따라 e-러닝과 강의자들을 통한 교육 등 적절히 혼합할 수 있는 브랜디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제조, 고객지원, 영업, 회사감사, 채널영업 등과 같은 각 핵심 분야에서 정규 학습포탈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스코는 직원들에게 항상 다양한 경력 개발의 기회를 제공하고 직원들 스스로가 본인의 경력개발 계획을 관리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3-5 년의 기간에 걸쳐 경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코 유니버서티(Cisco University)'라는 가상의 교육 공간을 제공하고 회사의 목표와 직원의 경력 개발간의 조화를 이루고자 합니다. 시스코 유니버서티는 회사 전반에 걸친 학습과 개발에 대한 노력, 그리고 직원들이 자신들의 미래의 성공을 스스로가 준비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냥 놔두질 않는군요(웃음). 이번에 선발된 3명은 어떤 과정을 거쳤습니까? 또 이번에는 안됐지만 향후 이런 프로그램에 응시하려고 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내부적으로 10여 곳의 대학을 선정해 놓고 추천서를 받았습니다. 또 네트워크 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도 운영중인데 이 통로를 통해서도 좋은 인재들을 추천 받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20 여명을 선발했고, 총 3차까지 가는 과정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3명을 낙점했습니다. 마지막 면접은 본사 팀에서 국내 방한해 하루 종일 진행됐습니다. 워크숍과 프리젠테이션, 창의력 등을 평가했습니다. 지난 2월 선발해 3월부터 7월까지 인턴십을 하고 있고, 8월 1일부터 본사 교육을 받게 됩니다.
이번 인재들은 엔지니어링 능력도 뛰어나지만 언어 특히 영어 구사력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번에 선발된 인재들은 본사에 가서 1년간 생활하게 됩니다. 다양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인재면서 동시에 이들과 서스럼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전과 비해서 언어 구사력들이 많이 늘긴 했지만 호주, 인도, 중국 등에서 이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인재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부족한 것 같습니다.
엔지니어링 능력은 뛰어났는데 언어 때문에 떨어진 분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언어는 기본입니다.
이용성 상무는 내년에는 국내 면접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선발된 인재들은 1년 후 국내에 다시 복귀해서 근무하게 된다. 시스코에서 근무하면서 기회가 되면 시스코가 진출한 다양한 나라에서도 근무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이런 기회는 비단 이번 신입생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현재 내부에서 근무하는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다고 이 상무는 전한다.
언어와 글로벌 마인드, 거기에 기본인 엔지니어링 능력. 단순히 외국계 IT 기업에서 근무하려는 인재들에게만 요구되는 요건은 아닌 것 같다. 국내 기업들도 다국적 기업으로 변모했거나 변하고 있다. 이런 동일한 상황에서 누가 더 글로벌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내부 직원들에 대해 끊임없이 투자를 단행하느냐의 경쟁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이번에 선발된 3명의 인재들. 1년 후 그들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아마도 기자가 1년 후까지 시스코를 담당하고 있다면 그 대답을 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 글로벌 인재들을 만나보려면 기자도 좀 변해야 할 것 같다. 1년 후를 기대하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