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이 가입자당 100Mbps 정도의 속도를 제공하기 위해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KT와 하나로텔레콤, LG파워콤 간 속도경쟁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다. 케이블TV방송사업자들도 HFC망을 100Mbps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닥시스 3.0 기술을 조금씩 도입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2007년 5월 말 기준으로 1436만 3614를 기록했다. 이 중 50Mbps 속도 이상 가입자는 582만 8174명으로 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중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망을 가만히 둘 가입자들이 아니다. 수많은 서비스는 물론 P2P(Peer to Peer) 활용도 자연스럽게 늘 수밖에 없다.


100Mbp는 초당 12.5Mbps를 전송할 수 있다. 웬만한 영화 한편을 1분 내외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물론 가입자당 100Mbps 속도를 모두 사용할 수 있지는 않지만 이렇게 속도전이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덩달아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은 더욱 튼튼한 백본망을 구축해 놔야 한다. 

가입자망이 이렇게 광대역으로 늘면 이런 모든 트래픽들을 처리해야 하는 사업자들의 백본망(코어망)을 어느 정도로 업그레이드 해야 할까? 지난해 KT와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과 KIDC 등은 테라비트 라우터를 도입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2006년은 한국 인터넷 역사에서 테라비트 라우터 시대가 활짝 도래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사업자들이 이렇게 백본망을 테라비트 라우터로 업그레이드 하면서 이 시장을 놓고 코어 라우터 제공 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와 주니퍼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다. 

국내 코어망 라우터는 시스코시스템즈의 아성이었지만 시스코 인력들이 나와 설립한 주니퍼네트웍스가 등장하면서 주니퍼에게 왕좌의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와신상담하던 시스코가 CRS-1이라는 테라비트 라우터를 출시하면서 반격을 단행했고, 지난해 주니퍼 라우터로 코어망을 운영하던 통신사들을 다시 고객사로 품에 안았다. 

그렇다면 모든 승부가 끝난 것일까? 매트 콜론 주니퍼네트웍스 아태지역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승부는 이제부터입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주니퍼가 코어 라우터 시장에서 시스코에 재반격을 노리고 있다. 주니퍼는 T1600이라는 코어 라우터를 발표했다. 이 제품은 단일 하프랙 새시로 1.6Tbps를 처리 성능을 제공한다. 또 단일 표준 7피트 랙에서 최고 3.2Tbps 처리량으로 확장할 수 있어 시스코 대비 2 배 이상의 집적도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통신 사업자들은 그동안 전화나 영상 전송, 데이터 전송을 위해 별도의 망을 구축해 왔다. 하나의 인프라에서 하나의 서비스만을 제공했던 사업자들은 이제 하나의 IP 이더넷 망에서 서로 다른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별도의 망을 구축하지 않아도 되고, 관리 장비와 인원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모든 서비스들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코어 라우터의 성능 뿐 아니라 기능들도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매트콜론 CTO는 "주니퍼는 이번에 선보인 T1600 제품이 서비스 별로 제어할 수 있고, 멀티플레이 애플리케이션 주문형비디오(VoD)와 브로캐스트 비디오, 유무선 컨버전스와 IMS(IP Multimedia Subsytem)와 같은 기타 많은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제품을 소개하면서 주니퍼는 서비스를 인식하는 지능형 제품임을 강조한다. 주니퍼는 인터넷전화와 데이터, 영상 등을 좀더 잘 관리하고(QoS), 멀티캐스팅 기능들을 보강해 나가기 위해서는 관련 기능들이 함께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자사의 네트워크 장비 운영체제인 주노스(JUNOS)의 안정성이 이번에도 적용됐음을 피력한다. 

주니퍼네트웍스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10기가 비트 이더넷 시대이지만 사업자들은 40기가비트 이더넷 시장까지 염두에 둬야 합니다. 가입자망은 FTTH(Fiber to the Home)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테라비트 라우터 시장에서 경쟁 업체가 고객사를 확보했지만 이번 제품이 출시되면 또 다른 기회가 주니퍼에 있을 것으로 봅니다"라고 말했다.


주니퍼는 이번 제품을 아태지역에서 처음으로 소개했다. 주니퍼가 신제품을 아태지역에서 첫 선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아태지역에서 성과가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 제품은 오는 4분기에 정식 출시되는데 공식 출시에 앞서 몇몇 고객사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트콜론 CTO는 "이번 장비에서 100GE를 수용하기 위해 제품이 좀 늦어졌습니다. 현재 한 슬롯에 40기가를 제공할 수 있지만 앞으로 100GE 시대가 도래하기 때문에 이를 지원해야 합니다. 시장이 빨리 변하는 만큼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제품도 미래 시장을 내다봐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사업자들은 올해 말부터 관련 테스트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주니퍼네트웍스코리아도 내년에는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시스코가 코어 라우터 시장을 선점했지만 관련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면서 자사에게도 기회가 다시 온다는 설명이다. 

매트콜론 CTO는 "IP는 개방형이고 오픈돼 있다. 그만큼 안정성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시스코에 비해 훨씬 앞서 있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편, 이번 제품에서 최근 전세계 IT 벤더들이 주목하고 있는 에너지 효율성도 등장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동안 에너지 효율성 문제는 칩 업체나 서버, 스토리지 업체들이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던 항목이었는데 이런 이슈가 드디어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도 적용되기 시작한 셈이다. 

주니퍼는 이번 제품이 전력 소모를 최소화해 경쟁 제품보다 전력 소모가 30% 낮고, 냉각 요구도 30% 적어 도입 비용 뿐아니라 운영비용면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전한다. 그리고 한가지 세계적인 동향도 전해준다.

주니퍼네트워크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 데이터센터들이 에너지 효율성 문제 뿐아니라 제품의 무게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에서는 지하에 관련 설비들을 구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게 때문에 별도 공사를 단행하는 문제를 방지하는 것이죠. 장비가 점점 더 대형화되면서 하중 문제도 이제 사업자들이 해결해야 될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래 저래 트래픽도 처리해야 되고, 에너지도 절감하면서 별도 공사 없이도 대형 장비를 도입해야 하는 사업자들의 고민거리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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