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린 황금연휴'라는 이번 추석을 맞아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3일까지 '영상편지 효'란 코너를 선보였다.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에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이들이 부모님께 띄우는 편지를 소개,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케이블 방송과 인터넷의 등장에 따른 다매체 다채널 시대를 맞아 공중파 TV뉴스의 기세가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국내 공중파 3사의 메인 저녁뉴스가 갖는 영향력은 여전히 무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TV뉴스 하면 '9시 뉴스'를 떠올리는 것도, 적지 않은 시간의 흐름속에서도 여전히 크게 변하지 않은 듯 싶다. 물론 꽤 오래 전에 SBS가 첫 방송을 시작하면서 메인 저녁뉴스 시간를 8시로 옮기는 파격을 단행, TV뉴스에 대한 기존 고정관념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말이다.




나 역시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미국의 방송환경, 특히 낯설은 미국식 TV뉴스와 생활한 지 3년이 지난 지금에도 한국에서 익숙해진 사고방식 덕분에 아직도 TV뉴스하면 먼저 '9시 뉴스'를 떠올리곤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공중파 TV의 영향력과 상징성이 여전히 그 위세를 떨치고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공중파 방송 뉴스의 영광은  이미 '흘러간 옛노래'가 된지 오래이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오늘은 한국과 미국의 TV뉴스의 차이에 대해 개략적으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미국 4대 공중파 (ABC, CBS, NBC, FOX) 방송의 뉴스가 우리나라 공중파 방송사 뉴스와 가장 다른 점은 아마도 우리가 흔히 황금시간대(프라임 타임)라고 일컫는 저녁 6시부터 10시 사이에는 정규 뉴스프로그램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일부 스팟뉴스가 잠깐씩 방송되기는 하지만 뉴스다운 뉴스는 저녁 10시가 넘어야만 전파를 탄다.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는 시트콤 위주의 코미디 프로와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 퀴즈 쇼 등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 (중간광고에 익숙치 않은 우리가 볼때는 정말 짜증나는 중간광고로 누더기가 된 프로그램들-뉴스도 예외는 아님) 빼곡히 들어차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미국 공중파 방송에서 TV뉴스는 그야말로 '왕따'대접을 받고 있는 셈인 것이다. 



한국에서는 9시 뉴스(SBS는 8시 뉴스)의 시청률이 방송사 위상을 나타내는 지표로 여전히 활용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프라임 타임에는 고개조차 디밀지 못하는 뉴스가 미국 공중파 방송에서 얼마나 찬밥 신세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뉴스가 미국 공중파 방송에서 홀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광고주들이 뉴스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광고주들이 코미디 프로 등 각종 오락프로와 드라마에 비해 시청률이 떨어지는 뉴스에 광고를 붙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히 뉴스가 비인기시간대로 밀려나게 된 것이다. 케이블 뉴스채널과 인터넷 미디어의 등장으로 공중파 뉴스가  속보성을 상실한 것도 공중파 뉴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또 미국 TV뉴스가 우리나라 뉴스와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여성 진행자의 역할과 비중이 눈에 띄게 높다는 점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있기는 하지만 여기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는 사실 하나를 이야기 하자면 미국의 경우 남성들이 방송기자 및 앵커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한번의 공채시험을 통해 주요 방송사의 기자 및 아나운서로 채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지방방송사부터 시작해 점차 중앙무대로 활동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공중파 방송에서 주목받는 앵커나 기자로 일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방송기자 및 앵커가 힘들고 고단하면서 별로 폼도 나지 않은 직업으로 인식되면서 능력있는 남성들의 기피현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달리 사회적 이슈와 정치에 관심이 많은 우리 국민들의 민족성 덕분에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속에서도 여전히 국내 공중파 TV뉴스는 결코 낮지 않은 시청률과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등 뉴미디어가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역할과 비중을 점차 확대하고 있고 갈수록 '시청률 지상주의'를 바탕으로한 상업주의가 위세를 떨치는 방송사 현실을 감안할 때, 국내 공중파방송의 9시 뉴스들도 언젠가는 고별방송을 하고 비인기 시간대로 밀려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다소 성급한 상상을 한다면 너무 비약이 심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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