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은행 전환 2년 차에 접어드는 iM뱅크의 차기 은행장 레이스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룹의 '두뇌'와 현장의 '야전사령관' 간 2파전 양상으로 좁혀지며 최종 국면에 돌입한 양상이다.
시중은행 전환 이후 사실상 첫 독자 최고경영자(CEO)를 선출하는 과정인 만큼, 이번 선택이 iM금융의 수도권 안착 전략이 정교한 관리와 공격적 확장 중 어디로 향할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란 평가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iM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iM뱅크 차기 행장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성태문 iM금융 그룹가치경영총괄 부사장과 강정훈 iM뱅크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 전문가' 출신들의 경합을 예상했다. 그러나 전사적으로 수도권 공략이 최대 화두로 부상하면서 강 부행장과 김기만 수도권그룹 부행장의 양강 구도가 굳어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황병우 iM금융 회장의 '겸직 체제'가 남긴 유산을 누가 계승하고 발전시키느냐에 있다. 황 회장은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하드웨어 구축 속에서 수익성과 건정성을 모두 잡는 것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차기 행장은 구축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영업·실적 등을 쌓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iM뱅크가 전국구 은행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음에도 실제 영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존 시중은행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는 만큼 이를 돌파할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요구된다.
경쟁 구도는 설계자와 행동대장의 대결로 압축된다. 강 부사장은 1969년생으로 iM금융 내 대표적인 기획·전략 전문가로 꼽힌다. 황 회장과 같은 ESG전략경영연구소장 출신으로, 시중은행 전환 과정에서 지주와 은행 간의 조율을 도맡으며 조직의 밑그림을 그렸다.
수도권 출신이라는 점도 지역색 탈피라는 과제와 부합한다. 시중은행으로서의 격을 갖추기 위한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와 조직 문화 재설계 측면에서 강점이 뚜렷하다.

반면 김 부행장은 실전형 리더의 전형이다. 무엇보다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내부 장악력이 뛰어나고, 올해부터 서울에서 수도권그룹을 총괄하며 현장 최전선에서 여신 확대를 주도했다. 시중은행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책상 앞의 전략보다 발로 뛰는 영업력이 시급하다는 현장론이 그를 뒷받침한다.
김 부행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의 편리함과 시중은행의 신뢰성을 동시에 공략해야 하는 '하이브리드 뱅크' 전략의 최전선 지휘관으로서 적합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1970년생으로 후보군에 오른 부행장 가운데 가장 젊다는 특징도 있다. 이번 인사에서 그룹 최초 70년대생 행장이 나올지 여부도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실적 지표는 이러한 '독자 생존'의 필요성을 방증한다. iM뱅크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6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원화대출금 평균잔액은 57조9148억원으로 시중은행 전환 이전인 2023년(52조5461억원)과 비교해 5조원 넘게 상승하며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시중은행 전환의 효과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과의 승부가 펼쳐질 내년부터가 진짜 시험대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iM뱅크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브랜드 인지도 격차를 줄이고,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해 조달 비용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급격한 외형 확장에 따른 '성장통'은 차기 행장이 풀어야 할 난제다. iM뱅크의 3분기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84%로 전 분기 대비 개선됐으나, 작년 말(0.74%) 대비로는 여전히 높고 4대 시중은행 평균(0.33%)의 2배를 웃돈다.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 특성상 경기 침체 여파로 잠재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아울러 전체 영업점 201곳 가운데 서울 및 기타 지역에 위치한 영업점이 25곳에 불과해 비대면 영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건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차기 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리스크관리와 영업 확대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고차원적인 방정식을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초기에는 황 회장의 경영 철학을 이해하는 것이 중시됐지만, 숏리스트 단계에서는 실행력이 검증된 인사가 부상하는 듯하다"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느냐, 아니면 공격적인 영업으로 시장 점유율을 뺏어오느냐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임추위는 숏리스트 선정 후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층 면접을 거쳐 내달 최종 후보를 추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선 결과는 iM뱅크가 금융 판도를 흔드는 '메기'로 도약할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전망이다.
iM금융 관계자는 "행장 후보 선정을 위한 임추위는 사외이사 중심의 독립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진행 상황이 외부에 공유되지 않을 만큼 철저한 검증 절차를 밟고 있으며, 12월말까지는 최종 결정이 내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