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검색 시장은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았다. 구글, 야후 등 거물급 인터넷 업체들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초기단계여서인지 모바일 검색 시장은 아직 무주공산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모바일 검색 시장을 제패할 가장 유력한 후보를 꼽는다면 누가뭐래도 구글이다. 실제로 구글은 모바일 검색을 향해 적지않은 물량을 투입하고 있고 이동통신 서비스, 휴대폰 업체들과 관계 증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구글은 시간이 가면 자연스럽게 모바일 검색 시장을 틀어쥐게 될까.
지나친 낙관론은 금물이다. 인터넷 검색에서 구글의 브랜드 파워가 강력한 것은 누구가 인정하지만, 그것이 모바일 검색에서도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왜? 모바일 시장에는 또 하나의 권력,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검색을 중요한 돈벌이로 생각하고 있는 일부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이 구글의 급부상을 우려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구글을 배제하고 독자노선을 걸으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같은 분위기가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 이동통신 서비스 업계의 양대산맥인 싱귤러와이어리스와 버라이즌와이어리스가 대표적이다.
지난 9월 버라이즌와이어리스는 신생 벤처기업인 메디오시스템스와 손을 잡고 무료 검색 서비스 '겟잇나우'(Get it now)를 시작했다. 사용자들은 겟잇나우를 통해 게임, 벨소리 등 내려받기가 가능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다. 수익 모델은 물론 광고다. 검색 결과물에 광고가 붙여지는 방식이다. 싱귤러 역시 구글이 아닌 다른 모바일 검색업체 점프탭과 협력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대목에서 싱귤러와 버라이즌이 왜 구글이 아닌 다른 업체와 손을 잡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글과 손잡으면 보다 신속하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데도, 독자노선을 걷는다는 것은 그럴만한 명분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헤게모니다. 무선 인터넷은 유선 인터넷과는 성격이 다르다. 아직까지는 폐쇄적인 성향이 강하다. 과거 PC통신 개념으로 보면된다. 이같은 구조는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휴대폰의 홈페이지를 통제할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는 음악, 게임, 뉴스, 레스토랑 정보 등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같은 생태계가 흔들리지 않아야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은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고 권력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구글의 모바일 검색은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엔 위협적이다. 구글 검색엔진은 사용자들이 이동통신업체들의 관할 밖에 있는 콘텐츠까지 건드릴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통사의 영향력 약화를 의미한다.
시장조사 업체 인포마에 따르면 세계 모바일 광고 시장은 2011년 113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중 모바일 검색 광고는 올해 300만달러에서 2011년 15억달러로 팽창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떠오르는 시장이지만 성장 잠재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와 구글 모두 이곳을 그냥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구글은 이같은 분위기를 어느정도 파악한 듯 하다. 이를 위해 구글은 이동통신, 휴대폰 업체들과 수익을 나눠갖는 방식으로 모바일 검색 시장을 파고들 가능성이 높다. 이미 구글은 영국의 보다폰, 독일의 T모바일과는 손을 잡은 상황이다. 일본 2위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인 KDDI도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구글과 손잡은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이 계속해서 구글의 지지자로 남아줄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싶은게 인지상정인 만큼, 상황은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구글과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이 모바일 검색을 놓고 격돌할 경우 그 첫번째 격전지는 모바일과 가장 어울리는 검색 서비스인 위치 검색이 유력하다. 구글과 이통사 모두 이곳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검색으로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구글. 그리고 모바일 시장에서 맹주로 군림해며 생태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 모바일 검색이란 황금어장을 놓고 벌어질 두 진영간 주도권 다툼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 지 흥미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