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이 큰 부침을 겪지 않고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한때 한국을 이끌 벤처란 칭송을 듣다가 어느순간 침몰한 기업들이 한두개가 아니다. 

그래서일까.  경험에 의해 기자는 결과물없이 말만 앞세우는 기업들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 비즈니스는 진지한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보안 업체중 윈스테크넷이란 곳이 있다. 이 분야에선 이름이 알려졌지만 IT업계 전체적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다.

기자가 윈스테크넷을 처음 취재한 것은 2001년 가을이다. 당시만 해도 보안 업계는 잘나가던 시절이었다. 시큐어소프트, 퓨쳐시스템, 사이버패트롤, 인젠, 해커스랩 등 내로라하는 보안 업체들이 이슈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었고, 투자자들의 관심도 집중됐다.

 

윈스테크넷은 이 시기 보안 업계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당시 윈스테크넷은 침입탐지시스템(IDS) 하나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통합보안이 화두였던 시대정신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더구나 IDS는 시장이 열리자마자 10여개 업체가 난립, 복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무상 공급을 다룬 기사를 여러차례 썼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런 상황에서 윈스테크넷의 전망을 핑크빛으로 바라보기는 쉽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기자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윈스테크넷은 IT업계의 전반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금 국내 네트워크 보안 업계에서부침을 겪지 않은 대표적인 업체다. 지금은 코스닥에 상장돼 있고, 지난해 매출 123억원에 영업이익 17억5천만원을 기록했다. 6년연속 흑자행진이다. IDS시장의 살인적인 경쟁도 기술력으로 극복했고, 지금은 IDS에서 진화한 IPS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문 업체 꼬리표도 떼고 네트워크 보안 업체를 표방하고 있다. 

17일 김대연 윈스테크넷 사장을 정말로 오랜만에 만났는데, 국내 보안 시장은 2004년이 최악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업계 구조조정이 마무리돼 가는 단계여서 선두권 업체들은 그런대로 할만한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고 했다. 이에 내년까지는 IPS로 재미를 계속 볼수 있을 것으로 본단다.  그후에는 시장이 대체 수요 중심으로 넘어갈 것이기 때문에 IPS와 웹방화벽을 결합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보안 시장은 성숙기로 접어들었다. 고성장의 시대는 지났다. 김대연 사장 역시 이를 어느정도는 인정했다. 이에 무리해서 고성장 전략을 추진하기보다는 적당한 성장에서 만족하는게 좋다는 의견도 내놨다. 고성장의 미련을 버려라란 얘기였다.

그러나 코스닥에 상장된 이상, 성장은 지상과제일수 밖에 없다. 이에 김대연 사장은 M&A를 고민하고 있다. 기회가 있으면언제든지 나설 태세다. 그동안 한두번 M&A를 고민했었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기자가 봐온 김대연 사장은 '신중형'이다. 가능성을 보고 그냥 밀어부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그런 신중함이 윈스테크넷이 부침을 겪지 않고 꾸준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였을 것이다. 앞으로 윈스테크넷의 커다란 변화는 M&A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다. 분야는 윈스테크넷이 그동안 하지 않았던 IT영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분명한 것은 만약이 M&A가 성사된다면 그것은 김대연 사장이 장고에 장고를 거듭한 끝에 나오게 될 것이란 것이다. 어떤 결과물이 등장할지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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