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풍부한 UCC나 정보들 못지 않게 뛰어난 검색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검색 품질 및 기술에 관한 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엠파스와 코난테크놀로지가 가장 적합한 파트너가 아닌가 생각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엠파스·코난테크놀로지 3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은 이번 인수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오늘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세 회사의 제휴가 이른바 '시너지'를 노린 것이었음을 재확인시키는 자리였다. 장점은 상대방에게 나눠주고, 약점은 상대에게서 보충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의 설명에서 잘 드러난다. 질의응답에 앞서 이번 제휴의 배경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유현오 사장은 "(SK커뮤니케이션즈가) 계속 미흡하다고 판단했던 부분은 검색이었다"고 검색서비스 역량부족을 스스로 인정했다. 반대로, 엠파스와 코난테크놀로지에 대해서는 "기술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여러 면에서 조금씩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경쟁력과 잠재력이 충분히 발현되지 못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의견을 밝혔다. 따라서 각 회사가 지닌 장점으로 상대방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면서, 이를 통합해 강력한 서비스로 시장을 평정하겠다는 것이다. 유현오 사장이 '인수'란 말 대신 굳이 '제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처럼 세 회사의 장점을 수용한 협력모델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 제휴로 밑그림은 그려졌다. ▲코난테크놀로지는 검색 관련 원천기술을 제공하며 기술개발을 담당하고 ▲엠파스는 10여년동안 운영해 온 검색 및 e메일 운영 플랫폼과 노하우를 제공하며 ▲SK커뮤니케이션즈는 싸이월드 기반의 풍부한 UCC와 자금력, 사업기획 및 개발 능력을 검색서비스 위에 얹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제휴소식을 접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리속에 그렸던 그림과 크게 틀리지 않는다.

코난(원천기술)+엠파스(검색·메일)+SK컴즈(자금력·기획·UCC)=국내 1위 포털

이를 바탕으로 한 해외 진출 밑그림도 밝혔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해부터 싸이월드를 앞세워 중국, 일본, 미국, 대만, 독일, 베트남 등 6개국에 미니홈피 서비스를 띄웠다. 미니홈피 서비스는 이미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검증된 인터넷 서비스다. 여기에 잘 만든 검색엔진을 달고, 풍부하고 독창적인 콘텐츠와 서비스를 붙인다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유현오 사장의 판단이다. 

그래서 유현오 사장은 "엠파스와 코난테크놀로지의 기술과 인력 자체가 자원"이라고 말한다. 인수 뒤에도 엠파스·코난의 경영권이나 사업부서 등을 지금처럼 유지하겠다는 이유도 이것이다. "조만간 3사가 참여하는 전담반(TFT)을 구성해 세 회사 조직의 장점과 역량을 면밀히 분석해, 새로운 차세대 검색서비스와 인적 및 조직구성을 검토하겠다"고 유현오 사장은 덧붙였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이르면 올해 말께 싸이월드의 새로운 커뮤니티 서비스 'C2'도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용자들이 생산해내는 방대한 UCC 콘텐츠를 쉽고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찾아주는 검색엔진 개발이 필수적이다. 지난 9월1일 선보인 자체 검색엔진 '써플'도 이런 배경에서 산고 끝에 내놓았다. 

하지만 검색기술과 운영에 관한 한 SK커뮤니케이션즈는 엠파스와 코난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엠파스도 지난 9월,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랭크5'란 새 검색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써플이 시장에서 고전하는 상황에서 엠파스·코난과 손잡은 SK커뮤니케이션즈가 굳이 자체 검색엔진을 고집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유현오 사장 또한 "검색서비스는 엠파스가 워낙 강력한 운영 노하우와 기술을 갖고 있고, 원천기술은 코난이 갖고 있다"며 "이 둘을 기반으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 업체간 인사이동 문제에 대해서도 "일부 검색인력 통·폐합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이 모든 결정은 곧 결성될 전담반을 거쳐 이뤄진다. 유현오 사장은 "세 회사의 핵심 인력이 모여 전담반을 만들어서, 지금의 검색이 가진 면들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새 제품을 준비할 것"이라며 "3~6개월께면 새 검색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대로라면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 써플이 설 자리는 꽤나 비좁아 보인다.

'써플' 분해돼 엠파스·C2 속으로?

이런 그림도 가능할 것이다. 검색관련 원천기술은 코난이 맡고 서비스는 엠파스가 계속하지만, 엠파스의 검색과 포털서비스의 상당 부분은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 및 네이트의 서비스를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엠파스 블로그나 커뮤니티에 싸이월드의 비실명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인 '날으는 게시판'이 붙는 식이다. 

엠파스 검색에도 써플의 검색순위 시스템인 '플러스' 버튼이 붙을 수도 있다. '플러스' 버튼은 이용자가 많이 추천하는 정보가 보다 유용한 정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지인 추천' 서비스의 핵심이다. 이렇게 혼합된 엠파스 검색창은 그대로 C2에 이식된다. '지인 추천' 기반의 검색서비스는 곧 나올 C2의 기본 컨셉이기 때문이다. 써플이 잘게 분해돼 엠파스와 네이트, 싸이월드와 C2의 검색 속으로 흡수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이들이 손잡고 내놓을 서비스는 장점과 장점이 결합해 부가가치를 내는 '시너지'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서비스끼리 이종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로 거듭나는 '매시업'에 가깝지 않을까. 엠파스 검색에 '플러스' 버튼이 붙고, '열린 미니홈피 검색' 서비스가 국내 및 해외 미니홈피 서비스에 붙는 식이다. 재미있는 그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떤 식이든 원천기술은 코난이, 검색 플랫폼은 엠파스가 맡고, SK커뮤니케이션즈는 강점인 서비스 기획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이번 제휴는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진행됐다. 오죽하면 박석봉 엠파스 사장이 "번갯불에 콩 볶듯이 진행됐다"고 표현할 정도다. 9월초 SK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첫 제안을 받았다고 하니, 한 달 보름여 만에 국내 인터넷기업 최대 규모의 인수제휴가 이뤄졌다. 그러니 확정된 계획보다는 앞으로 합의와 검토를 거쳐 내놓을 서비스가 더 많아 보인다. 적어도 지금 상태로는 이들 세 업체의 강점이 결합하면 꽤 파괴력 있는 서비스가 나올 듯하다. 열쇠는 역시 전담반 주머니에 있다. 전담반의 행보를 꾸준히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