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 프로그래머라는 단어가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는 가장 근원은 재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낭만, 즐거움 그리고 짜릿함을 주던 프로그래밍은 이제 밥벌이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재미도 없는데 돈도 안되니 떠나는게 당연하다.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이 소개 된지 오래 되고 몇 년 전 전세계에 불어 닥친 인터넷과 닷컴 열풍으로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되면서 생각해 낼 수 있는 거의 모든 패턴이 추출되어 개발 툴에 흡수되었다. 이제 프로그래머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잘 듣고 툴을 이용해서 기능을 조립하여 사용자가 쓰기 좋게 인터페이스를 꾸미는 일이 다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 아무나 프로그래밍을 하게 되고, 아무나 하기에 급기야 무시 받는 직종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심지어 일반인들도 자기도 그 정도는 하겠다며 허연 젊은 프로그래머들을 몰아 부치기 일쑤이다. 프로그래머는 하찮은 ‘을’일 뿐인게 21세기 프로그래머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박차고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다. 카드값, 차 할부, 각종 보험료가 당신의 자존심을 지키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게다가 더 싸게 대체할 인력과 회사는 얼마든지 널려 있다. 이 바닥은 노조도 없으니 당신에게 유리한 것은 하나도 없다.


한술 더뜨자면, 신기술로 무장한 후배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올 것이다. 몇 년간 열심히 일했으니 앞으로는 주말에 좀 쉬어야지 라고 생각할 때쯤이면 당신 대신에 퇴근 불사하며 열정을 불사를 저임금 후배들이 당신을 차츰 회사 밖으로 몰아 낼 것이다. 점입가경인 것은 이것이 비단 한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도, 러시아의 프로그래머들이 당신의 절반도 안 되는 급여에 당신보다 훨씬 프로그래밍을 잘한다는 사실이다. 회사에서 그들을 고용하지 않고 당신을 고용할 이유라고는 당신이 ‘한국어’를 그들보다 잘한다는 단 한가지 사실 뿐이다.


언제부터인가 프로그래머들은 자신의 프로그래머라는 촌 출신이라는 것을 빚어 넘긴 머리와 넥타이 안에 숨기고 S/W 엔지니어, 시스템 분석가라는 그럴듯한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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