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회사들을 만나보면 홍보대행사가 있는 것이 좋을 지 그냥 회사 내에 홍보 담당이 있는 것이 좋을 지 고민하는 회사들이 많이 있다.  홍보 담당자만 두자니 경력이 풍부한 사람은 너무 몸값이 비싸고, 그렇다고 대행사를 쓰자니 예산 문제도 그렇거니와 회사 안에도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그것은 양 쪽 모두 일장일단이 있으므로 전적으로 회사의 결정에 달린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쪽이 더 좋을 지는 그야말로 그 때 그 때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홍보 전문가와 일해 보겠다고 대행사를 선정했는데, 그 쪽의 담당자가 우리 회사가 속한 업계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안하느니만 못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인하우스 담당자와 대행사의 담당자가 서로 시너지를 일으켜 따로 일할 때 보다 10배 100배 효과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홍보대행사를 선정하더라도 회사 내에 홍보를 전적으로 담당하는 전문 인력 한 명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홍보대행사를 선정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1. 가장 중요한 건 우리 회사의 홍보를 담당할 AE이다. 그간 어떤 회사의 홍보를 경험했었는지,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인지, 인하우스 담당자와 마음이 잘 맞을지 등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회사 내에서도 팀워크가 중요하듯이 대행사와 일 할 때도 담당자끼리의 팀워크가 잘 맞는 것 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그러므로 홍보대행사와 미팅을 잡을 때에는 제안을 받기 전 OT를 할 때부터 향후 우리 회사와 계약을 하면 담당할 AE가 참석하도록 요청하는 것이 좋다.

2. 그 다음으로 고려해 볼 사항은 홍보대행사의 전문성이다. 현재 어떤 회사들을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는지 그간 수행했던 PR 프로젝트들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살펴 보아야 한다. 인터넷, 게임 등 IT 기업을 수행했던 경험이 있는지도 중요하다. 다른 산업에 비해 IT 분야는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적인 부분들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회사와 경쟁이 되는 업체를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지 않은가도 살펴 보아야 할 사항이다.

3. 홍보대행사의 규모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홍보대행사에서 AE 1명이 담당하는 클라이언트는 2개 내지 3개 회사가 된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그보다 더 많은 회사의 홍보를 한꺼번에 맡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아무리 일을 잘 하는 대행사나 AE라고 하더라도 담당하는 클라이언트가 너무 많다 보면 능력을 100% 발휘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대행사를 선정할 때에는 소속된 AE가 몇 명이나 되는지 팀장급, 중간 관리자급, 시니어급, 주니어급 등의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는 것이 좋다.

4. 아는 사람이 소개한 곳이라고 딱 한 군데 만나보고 덜컥 결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 홍보대행사를 선정할 때는 적어도 3곳 정도는 만나서 비교하는 것이 좋다. 또한 회사 소개와 홍보대행사를 선정하고자 하는 주요 목적을 프리젠테이션한 이후 그것에 대해 홍보대행사들이 마련해 오는 홍보 제안서들을 받아 보아야 한다. 제안서를 검토하고 대행사의 PT를 듣는 과정은 장차 우리 회사와 궁합이 잘 맞을 홍보대행사가 어디인지를 따져 볼 좋은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5. 만약에 가능하다면 기자들이나 홍보대행사와 함께 일해 봤던 사람들을 통해 레퓨테이션 체크를 해 보는 것도 좋다.


나는 인하우스와 홍보대행사 양 쪽의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인하우스 시절엔 왠지 대행사에 들어가 보아야 '진정 홍보인'이란 타이틀을 가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대행사 생활을 경험해 보니 내가 '홍보인'이란 자부심이 더욱 강해진 것도 사실이다.

반면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하면서 동시에 여러 클라이언트의 일을 진행했던 경험은 별로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모든 클라이언트와 나누고 싶었으나 욕심 만큼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는 자각 때문에 늘 마음이 편치 않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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