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e비즈니스의 성공 비결은 한국의 독특한 빨리빨리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인은 성격이 급하다. 음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한 후에 음식이 도착하기 전까지의 태도를 보면 금새 한국인의 급한 성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1995년부터 시작된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과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들은 세계에서 유례없이 e비즈니스의 성공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한국의 국토 면적은 10만㎢로 일본의 약 1/3, 중국의 1/44에 불과하다. 국토면적이 좁다보니 오히려 전국에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커버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적어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률이 가장 높을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보니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가 실험적으로 등장할 수 있었고 다른 나라보다 앞서 인터넷 서비스가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1996년 한메일, 1997년 야후, 1998년 네이버와 옥션, 1999년 세이클럽… 1990년대 후반은 닷컴기업이 봇물처럼 서비스를 오픈하던 시기였다. 넉넉한 투자자금으로 볼모지나 다름없던 온라인 토지에 저마다 사이트의 명패를 걸어대기 시작했다. 자고 일어나면 수 많은 인터넷 사이트가 생겨나고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이 난무했다. 춘추전국 시대와 같은 시기를 거치면서 2000년에 인터넷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되었다. 고삐풀린 망아지 마냥 신나게 달리기만 했지 정작 제대로 된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냉혹한 심판대에 올라서 철퇴를 맞았던 것이다. 하지만 고진감래라고 2003년 인터넷 기업들은 재평가의 기회를 받게 되고 다시 되살아났다. 2002년 9월에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수가 1000만명을 돌파하였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 중 약 92%가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이다. 지금 닷컴기업의 성장을 이끈 견인차는 바로 초고속 인터넷인 것이다. 그런데 정작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한 기업인 두루넷, 하나포스닷컴 등은 수혜기업이 되지 못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1990년대 국산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이었던 한글과 컴퓨터의 아래한글, 큰사람의 이야기는 도스라는 운영체제에서 사용된 대표적인 워드프로세서와 통신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윈도우라는 대세에 소극적이었고 그것은 곧 몰락을 가져왔다. 도스 시절 최고의 워드프로세서로 사용되던 워드퍼펙트와 스프레드시트 시장을 장악하던 로터스 1-2-3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프로그램 역시 윈도우의 대세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93년 노벨에 워드퍼펙트가 인수되었으며, 95년에는 IBM에 로터스가 인수되었다. 계절에 맞게 옷을 갈아 입지 않고 버티다간 나중에 갈아 입고 싶어도 갈아 입지 못하고 입고 있는 옷마저 벗어야 할 수 있다. PC 통신사는 WWW의 대세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개방형 서비스인 WWW의 흐름을 읽지 못한채 기존의 VT방식의 서비스를 고수하다가 90년대 말에 전용 에뮬레이터를 통해 WWW의 UI를 흉내낸 서비스를 폐쇄적으로 제공하였다. 이렇게 반쪽 자리로 제공된 이들 서비스는 사용자의 외면을 받았고 WWW의 물결을 이기지 못하고 몰락하였다. 2000년 초부터 준비하기 시작한 이들의 WWW 포털 서비스는 이미 선점한 순수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 경쟁하기에 너무 늦었던 것이다.
이렇게 순수 온라인 기업과 대기업의 1차전은 순수 온라인 기업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끝난 것이 아니다. 순수 온라인 기업들이 포탈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시장을 장악했지만 정작 수익모델의 부재 속에서 혹독한 겨울을 맞게 되었다. 초고속 인터넷 시장의 성장과 함께 인터넷 기업들의 회원수와 트래픽도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지만 그 성장의 폭이 2000년부터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미 한국 인터넷 사용 인구는 2400여만명이 넘어 한국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포탈 사이트인 다음 등의 회원 규모도 인터넷 사용자수보다 많아 더 이상의 추가 회원 확보는 어려운 실정이다. 즉, 2000년부터 주요 포털 사이트는 더이상 외형적인 성장(회원의 증가)은 없게 된 것이다. 수익모델의 부재 속에서 포탈 사이트는 2002년부터 흑자 구도로 전환하면서 2003년 연 1000억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는 기업들이 생겨 나기 시작했다. 이는 적극적인 수익모델 발굴과 구조조정을 통해 달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포털은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단순히 중계하는 역할이 아니라 그 자체를 포털 안에서 즐기는 형태로 바뀌어가고 있다. 초기 WWW의 개방성을 충분히 활용하여 충성 고객을 확보한 이후 이제는 개방성 속에서 폐쇄적 성격을 가진 서비스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는 지식검색을 통해 축적된 사용자들이 등록한 데이터베이스를 다른 검색엔진이 검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다음의 카페 서비스 역시 다른 검색 서비스에서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이렇게 포탈은 그들만의 섬을 만들어 사용자들이 그들의 섬에서만 활동하도록 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2002년부터 수익성과 사업성을 인정받은 포털 사이트는 이제 제2의 투자를 통해 Killing Service를 내부에서 직접 진행하는 과감한 행보를 시작하고 있다. 한게임과 네이버에서 시작된 NHN은 커뮤니티를 위해 쿠쿠박스를 인수하고 여성을 위한 미즈네, 10대를 위한 엔토이 등으로 세대별 커뮤니티를 강화하였다. 또한 세이클럽에서 시작한 네오위즈는 블로그 서비스인 홈피와 새로운 게임 서비스인 피망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준비했다. 유무선 포털을 지향하고 있는 네이트는 싸이월드를 인수하며 커뮤니티를 보강하고 SK의 M커머스, OK캐쉬백을 활용한 EC 진출의 기회를 노렸다. 다음은 검색 서비스의 강화와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무료 메일 서비스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온라인 기업들에 대해 더 이상 기존 기업들이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고 있다. 특히 통신사와 방송사들의 반격이 거대 플랫폼의 변화와 함께 요동치고 있다. WWW이라는 플랫폼에 뒤늦게 반응하며 시장 장악의 기회를 놓친 기존 PC통신사와 ISP 그리고 방송사들은 WWW 다음의 플랫폼에 대한 적극적인 반격을 모색하고 있다. 바로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바로 그것이다. 2000년 초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IEEE802.11x 기반의 무선 인터넷은 2006년 소개될 WiBro, HSDPA 등의 무선 통신 인프라와 DMB 등의 무선 방송 서비스와 함께 무선 기반의 플랫폼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한 통신사와 온라인 포탈 그리고 제조업체, 방송사의 숨가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000년대 후반은 모바일 기기가 과거 PC만큼이나 급격히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 초반부터 컴퓨터의 보급이 대중화되었기에 1990년대 후반 초고속 인터넷의 대중화와 WWW의 성장이 있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모바일 기기들이 2000년대 전반부터 보급되기 시작하며(휴대폰, MP3P, PMP, PDA,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네비게이션, DMB TV 등) 이어서 모바일을 위한 무선 통신 인프라 역시 대중화되고 있다. 그 다음에는 모바일 기기와 무선 통신을 활용한 모바일 서비스가 포탈처럼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그 시장을 겨냥한 제조업체(삼성, 소니, 애플, 레인콤 등), 미디어업체(방송사, 언론사), 통신사(KT, SK텔레콤, 데이콤 등) 그리고 온라인 기업(다음, 구글, 네이트, 야후, 네이버 등)들의 시장 선점을 향한 전략과 행보가 기대된다. 물론 MS와 같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참여도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