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다. 일년에 꼭 한번, 단 하루 동안 만큼은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는 선곡 목록 1위다.


일년이 365일이면, 364일은 잊혀지는 노래. 하지만 10월 마지막 날이 되면, 거짓말처럼 하루 동안 부활하는 노래. 오늘은 시월의 마지막 날, 자의든 타의든 그 노래를 듣고 싶거나 듣게 되는 날이다. 저녁 6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라디오에서는 잊혀진 계절의 추억이 스피커를 타고 흐를 것이다.


뜬금없이 잊혀진 계절을 얘기하는 것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된 신기함 때문이다. 좀 더  거창하게 표현하면 ‘집단 감성’이 어떻게 인터넷을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지 확인했다고나 할까.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이 키워드 하나로 만나고 연결될 수 있는 세상이다.


달력을 보는 순간, 10월 31일.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는 잊혀진 계절의 멜로디가 떠올랐다. 듣고 싶어졌다.  네이버의 검색 창에 ‘잊혀진 계절’을 넣었다. 신문 기사, 블로그가 줄줄이 뜬다. 지식IN에는 악보를 구한다는 요청, MP3 파일을 구한다는 얘기도 걸린다.


옆에 있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보니 9위에 올라있다. 음악을 받기위해 가수 이용의 홈페이지 주소를 눌렀다. 트래픽 초과로 접속 불가. 이전에 이 홈페이지를 와 본적이 없으니 정말 그의 홈페이지가 맞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후배 기자에게 시월의 마지막 날이라, 그의 홈페이지가 트래픽 초과된 것 같다고 했더니 믿지 않는다.


몇 분 뒤 재접속을 시도하니 그의 홈페이지가 맞다. 1집 앨범에 실려 있던 ‘잊혀진 계절<박건호 작사 이범희 작곡>’을 내려 받아 듣는다. 그래 이 맛이다. 어둠이 내리면, 길거리 노천카페에서 향긋한 차 한 잔과 편안한 친구를 앞에 두고 들으면 제격 일듯하다.


잊혀진 계절은 1982년 KBS의 가요 대상을 받았었다. 발표는 1981년, 올해로 꼭 25해를 맞았다. 원래는 제목이 9월의 마지막 밤이었는데, 앨범 출시가 늦어지면서 10월의 마지막 밤으로 바뀌었다. 네이버에 ‘잊혀진 계절’을 입력하니 줄줄이 엮어 나온 얘기들의 일부다.


검색엔진이 주는 편리함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게시물도 덩달아 걸려나오는 충실한(?) 검색 엔진의 능력도 다시 확인했다. 집단 지성과 감성이 인터넷에서 둥지를 틀고,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성장하고 꿈틀대는 작은 단면일 뿐이다.


사설이 길었다. 혹시라도 10월의 마지막 밤에 얽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당신’을 위해 검색엔진을 두드려야 하는 수고를 덜게 하고 싶었을 뿐이다. 아래 주소를 클릭해 들어가, ‘앨범듣기’ 메뉴를 선택하면 그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음악이 끝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 또는 ‘그녀’에게 메일이 아닌 진짜 편지를 한 번 써보는 것은 어떨까?


▶ 잊혀진 계절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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