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콤 아시죠? 피디박스(파일공유)와 클럽박스(웹 스토리지), 아프리카(UCC 동영상 방송) 등을 서비스하는 기업 말입니다. 좀더 앞선 세대라면 PC통신 시절을 풍미했던 '나우누리' 서비스를 떠올리셔도 되겠습니다. 하루가 머다하고 신생 기업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 IT업계에서 15년을 우직히 버텨온 중견 기업입니다.

나우콤이 오늘(11월2일) 새로운 홈페이지 서비스를 공식 선보였습니다. '오피'(www.ohpy.com)란 서비스입니다. 오피는 '오픈 홈피'를 줄인 말인데요. 한마디로 카페나 블로그, 홈페이지와 e쇼핑몰 등 다양한 형태의 웹사이트를 손쉽게 만들고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는 웹2.0 기반의 홈페이지 서비스입니다. 나우콤은 그래서 오피를 '홈페이지2.0'이라고 부릅니다.

설명만으로는 선뜻 피부에 와닿지 않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나우콤측의 설명을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오피는 개방형 홈페이지 서비스입니다. '개방형'이란 말은 여러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우선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홈페이지의 성격이 개방돼 있습니다. 취향이나 용도에 따라 개인 홈페이지 형태로 꾸밀 수도 있고, 카페나 블로그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텍스트 중심의 게시판을 달거나 사진을 모아놓은 웹 앨범을 꾸미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돈벌이를 원한다면 e쇼핑몰을 구축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콘텐츠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이트 형태만 바꾸는 일도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블로그를 데이터는 고스란히 둔 채 홈페이지나 카페로 바꾸는 식입니다. 원한다면 광고배너를 달거나 자신만의 스킨으로 꾸미는 것도 어렵잖습니다. 홈페이지 폭을 늘였다 줄이기도 하고, 간판격인 상단 이미지의 색깔이나 폭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개별 게시판이나 메뉴별로 RSS를 지정하는 것도 가능할 뿐더러, 복잡한 소스코드를 공부할 필요도 없습니다.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 간단히 되니까요. 

게다가 모든 서비스들은 무료입니다. 한 번에 올릴 수 있는 첨부파일의 용량이 20MB로 제한돼 있긴 하지만, 전체 홈페이지 용량이나 트래픽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웬만한 웹호스팅 서비스보다 낫다"고 나우콤측이 자신있게 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른 곳에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이미 꾸며놓은 이용자들을 위해 데이터를 손쉽게 옮겨올 수 있는 백업 기능도 제공한다고 합니다. 예컨대 네이버 블로그 이용자가 오피로 이사하려면 오피의 백업툴을 이용해 옮겨오고자 하는 게시판을 콕콕 찍어 한꺼번에 가져오는 식입니다. 이삿짐은 날라줄 테니 몸만 옮겨오라고 부추기는 모양새입니다.

나우콤측은 오피 서비스를 위해 1년 이상을 공들여 개발에 몰두했다고 합니다. 노력의 흔적은 서비스에서 그대로 엿보입니다. 초보자도 이용하기 쉽고, 기능도 썩 괜찮은 듯합니다. 이른바 '파워 유저'들이 쓰기에도 부족함 없는 기능들이 곳곳에서 엿보이니, 개발자들의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지 싶습니다.

무엇보다 박수를 치고 싶은 대목은, 오피 서비스가 웹 표준을 따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나우콤측 설명대로라면 오피는 CSS, XHTML, Ajax 등 최근 각광받는 기술들을 적용했다는데요. 모든 페이지를 웹 표준에 맞게 제작해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파이어폭스 등 서로 다른 웹브라우저에서도 오류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이나 PDA, 휴대폰같은 휴대용 기기로도 이용 가능합니다. 

앞으로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해 이용자가 오피의 다양한 기능들을 가져다 응용해 쓰도록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는 오피의 게시판에 구글 지도를 덧붙이거나, 다양한 위젯으로 홈페이지 메인화면을 입맛에 맞게 바꿀 수 있습니다. 좀더 멋진 말로 '매시업'이니 '개인화'라고들 하는 기능들입니다. 

여기까지 본다면 오피는 기능면에서 '카멜레온 홈페이지 서비스'라 하겠습니다.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다양하게 변신하는 홈페이지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앞서 소개한 바 있는 차세대 싸이월드 'C2'나 한글과컴퓨터의 '크레팟'과도 일맥상통하는 서비스라 하겠네요.

이제 업체 입장에서의 내실을 따져볼 차례입니다. 나우콤은 오피 서비스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할까요. 수익모델 말입니다.

나우콤은 세 가지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프리미엄 서비스, 광고, 그리고 안전거래입니다. 

프리미엄 서비스에는 자료의 백업이나 보안서비스, 대용량 자료실을 추가로 제공하는 것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대개의 홈페이지 서비스가 실시하는 부가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광고 또한 외부 스폰서광고와 내부 상업용 홈페이지끼리 광고를 거는 모델인데요. 많이들 실시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좀 다른 점이라면, 세번째 모델인 안전거래를 들겠습니다. 오피로 e쇼핑몰을 구축하고 물건을 팔 때 안심결제나 보안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댓가로 챙기는 식입니다. 유형의 물품 뿐 아니라 개인이 만든 콘텐츠(UCC)도 사고 팔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나우콤의 생각입니다. 수많은 이용자들이 물건을 사고 파는 장터가 형성된다면, 개별 거래규모는 작더라도 이들이 모여 짭짤한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이죠. 바로 '롱테일 비즈니스'입니다.

이런 형태의 서비스가 대개 그렇듯, 수익모델은 서비스 활성화의 핵심 열쇠입니다. 나우콤 또한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데요. 저 또한 정답은 모릅니다. 다만, '서비스가 비슷하면 생각도 비슷하다'는 명제만은 어김없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나우콤은 개인 홈페이지에도 상업용 광고를 거는 대신,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이용자에게 나눠줄 거라고 말합니다. 홈페이지도 운영하고 돈도 번다면 이용자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수익 나눔'은 이같은 이용자 참여형 서비스 활성화의 핵심 열쇠입니다. 다만 아직은 수익을 나눌 만큼의 '긴 꼬리'(롱테일)가 없을 따름입니다. 

나우콤은 오피 이용자의 UCC를 제값 받고 사고 파는 장터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장터를 만들려면 물건을 진열할 진열대가 있어야 합니다. 나우콤은 올블로그나 한RSS처럼 이용자들이 북적거리는 메타블로그 서비스에 오피의 UCC를 노출시키는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그 전에 물건을 팔 이용자들부터 모아야겠죠. 블로그나 미니홈피, 카페 등의 서비스가 이미 넘쳐나는 상황입니다. 아무리 데이터 백업 기능을 제공한다 한들, 이들을 어떻게 민족 대이동하듯 오피로 한꺼번에 끌어들일 수 있을까요. 기능이 좋다 해서 이용자들이 오랫동안 쓰던 집을 한순간에 미련없이 버리고 이사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입니다.

문용식 나우콤 사장은 "오피로 만들어지는 홈페이지가 100만개에 가입자 1천만명을 확보하는 것이 1단계 서비스의 목표"라고 욕심을 내비쳤습니다. "피디박스, 클럽박스, 아프리카 모두 합하면 회원수가 1500만명 정도인데, 이 회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이용자가 늘어나고 자기네끼리 콘텐츠를 교환하거나 사고 파는 생태계가 형성되면, '긴 꼬리'는 자연스레 따라붙을 거라 보는 것이죠. 그 때까지는 당분간 적자를 감수하거나 고전적 마케팅에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생태계 조성.' 오피 서비스의 지속가능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첫 번째 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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