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마켓으로 꼽히는 IT자산관리 시장에서 업체간 헤게모니 경쟁이 본격화됐다. 특히 한국HP와 한국CA간 설전(舌戰)이 흥미롭다. 초반 기세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한국HP는 9월말 기자간담회를 열고 ITAM 시장 공세의 포문을 열었고, 이에 뒤질세라 한국CA도 지난주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들이 ITAM 분야의 맹주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양사 모두 서로에 대해 한마디씩 하고 넘어갔음은 물론이다.
IT자산관리 솔루션이(ITAM)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와 같은 IT자산의 물리적 정보, 재무정보, 계약 정보 등을 관리하는 솔루션이다.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 서버 애플리케이션, 네트워크 장비, 모바일 장비, 통신 관련 자산 등을 포함하고 있다.
시장 발전 주기로 놓고 보면 IT자산관리 시장은 도입기로 들어서기 일보직전이다. 아직까지 수요는 많지 않은 편이다. 대한생명 등 몇몇 기업들만이 도입했거나 도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년쯤에야 초기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게 관련 업계 설명이다.
기자는 두 회사 ITAM 솔루션중 어느 제품이 기술적으로 뛰어는지를 판단할 방법이 없다. HP는 ITAM 분야 전문 업체 페레그린를 인수하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CA역시 관리 솔루션 분야에서 오랫동안 한우물을 파온 업체다. 이를 감안하면 두 회사간 실력차이는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짐작된다. 두 회사 간담회에 참석해 들은 내용도 비슷했다.
이를 감안하면 한국HP와 한국CA간 설전은 ITAM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기전에 사람들의 머릿속에 '넘버원'업체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풀이된다. 초반 주도권 경쟁이란 얘기다.

한국HP와 한국CA간 ITAM 설전은 멀리보면 IT거버넌스 시장의 패권을 잡기위한 전초전 성격도 뛰고 있다.
IT거버넌스란 ITAM, IT서비스관리(ITAM)을 모두 포괄하는 상위개념이다. 한국CA가 지난주 간담회에서 IT거버넌스 전략을 밝힌 것도 ITAM은 IT거버넌스로 가기위한 중간단계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결국 승부처는 IT거버넌스가 될 것이고 CA는 경쟁 업체들보다 한발앞서 IT거버넌스를 위한 토털 솔루션을 마련해놨다는게 한국CA가 하고 싶은 얘기다.
HP는 본차 차원에서 머큐리인터액티브를 인수한 상황이다. 머큐리 인수와 함께 한국HP 역시 IT거버넌스를 화두로 삼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미 이같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HP는 오는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IT거버넌스 기반 차세대 IT관리 환경에 대한 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ITAM에서 시작돼 IT거버넌스로 옮겨붙기 일보직전인 한국HP와 한국CA간 주도권 경쟁. 두 회사가 펼치는 설전은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 계속되는 장기전 양상이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