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SaaS지만 보안 업계엔 이미 익숙한 사업 방식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 기반 보안 서비스 모델이 모습을 드러냈고 이젠 어느정도의 시장 규모가 이미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을 제외한다면 보안 서비스는 국내 시장에서 SaaS의 원조란 타이틀을 붙여도 무난할 듯 싶다.
그러나 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온라인 보안 서비스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 시장은 지금 판도를 뿌리채 뒤흔드는 대형 변수의 등장으로 폭풍전야의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이른바 '포털발 시장 재편'이다. 수천만에 이르는 사용자층을 확보한 대형 인터넷 업체들이 온라인 보안 서비스 시장을 들었다놨다하는 존재로 급부상한 것이다.
포털의 등장,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2000년대초 온라인 백신 서비스 마이V3를 선보이며 SaaS 시장에 뛰어든 안철수연구소는 현재 통합 온라인 보안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한 상황이다. PC보안, 스파이웨어 차단, 유해 사이트 및 동영상 사이트 차단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안연구소는 매년 수십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안연구소외에 비전파워, 잉카인터넷, 하우리, 디지털온넷 등이 온라인 PC 보안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가지다. 개인과 기업 고객들에게 일대일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금융기관,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ISP) 등에 엔진 라이선스를 B2B형태로 판매하는게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올해를 기점으로 온라인 보안 시장에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난다. 엔진 라이선스 판매 대상이 대형 포털 사이트로 확대된 것. 이에 따라 관련 업계의 영업 전략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수천만의 사용자를 거느린 대형 포털 업체가 보안 업체에서 라이언스를 구입해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네티즌 대부분에게 그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국내 포털들은 대부분은 보안 업체들로부터 엔진 라이선스를 구입 한뒤 회원들에게 무료 보안 서비스를 제공중이거나 제공할 예정이다.
이같은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가지 분명한 것은 포털의 등장으로 보안 업체들의 독자적인 B2C 사업기반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세계최대 SW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까지 무료 보안 서비스 시장을 노크하면서 보안 업계의 B2C 기반은 뿌리채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안연구소의 매출 현황을 보면 포털파워의 등장이 해당 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있다. 안연구소는 2005년 온라인 보안 서비스로 전년대비 두배 가량의 성장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그 기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소폭 성장 내지 현상 유지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연구소의 요청에 따라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키로 했다.)
부가가치가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앞으로 B2C 유료 모델이 다시 성장세를 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무료 서비스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품질이 조금 낫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자의 지갑을 열수 있다는 논리는 어딘가 설득력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무료 전성시대, 생존의 조건

적어도 개인 사용자들을 상대로한 영향력에 있어 보안 업체는 대형 포털과 게임이 되지 않는다. 보안 업체에는 엔진 공급 업체 역할만 주어져 있을 뿐이다.
SaaS 시대에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영향력이 강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현장이 바로 온라인 보안 시장이다.
포털들과 관계를 맺지 않았던 안연구소가 최근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제휴를 맺고 무료 보안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온라인 보안 시장에서 포털파워를 실감케 하고 있다.
포털파워를 감안했을때 앞으로 온라인 보안 시장에서 개인 사용자를 겨냥한 유료 서비스 모델은 무료 서비스에 밀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포털들을 상대로한 엔진 판매와 기업 고객을 파고드는 전략이 핵심 영업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 사용자 시장은 포털에 주도권을 넘겨주더라도 기업 고객들을 상대로한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독자적인 서비스 모델을 유지하려 할 것이란 얘기다. 물론 포털 파워속에서 보안 업체들이 독자적인 고객 기반을 어느정도 유지할지는 각양각색일 것이다.
안연구소는 다음과 계약을 맺으면서 엔진만 팔고 끝나는 방식이 아니라 향후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엔진은 그냥 주돼 다음이 온라인 광고 등으로 수익을 올리면 나눠갖는 구조다. 안연구소의 이같은 선택이 유료 서비스의 성장속도가 줄어드는 것을 얼마만큼 상쇄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안연구소는 또 현재 올해말을 목표로 독자적인 온라인 보안 서비스에 대한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무료 시대에도 팔릴 수 있는 유료 서비스로 중무장하겠다는 것이다. 안연구소의 행보는 무료 서비스 열풍을 수용은 하돼 독자 사업 기반은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어떤 서비스 모델이 공개될까. 분명한 것은 포털파워가 휩쓸고 있는 온라인 보안 시장에서, 안연구소의 업그레이드 버전은 전문 보안 업체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의미있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곧 공개될 안연구소의 새로운 온라인 보안 서비스 모델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