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생방송 시대 열린다

LG전자가 2005년 5월 내놓은 '타임머신TV'는 '생방송도 되돌려본다'는 컨셉트로 화제를 모았지만 대다수 시청자들은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없었다. 타임머신 기능을 이용하려면 수백만원대 TV를 구매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TV를 바꾸지 않고도 타임머신 기능을 이용하려는 시청자들은 비디오 테이프나 CD 대신 하드디스크에 직접 방송을 녹화할 수 있는 개인용 비디오 녹화기(PVR)를 구매해 TV에 연결해 썼다. 

스카이라이프는 이 점에 착안해 위성방송용 셋톱박스에 PVR 기능을 내장, 100여개 이상의 위성방송 채널을 대상으로 즉석에서 녹화하거나 실시간으로 되돌려볼 수 있는 '스카이PVR'(SkyPVR) 서비스를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다. 기존 셋톱박스에 160GB 하드디스크를 달아 100시간 분량(SD급 기준)의 방송을 실시간 녹화하거나 동시녹화, 예약녹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내 방송서비스 가운데 가장 먼저 '맞춤형 생방송' 서비스를 시작한 셈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한창 위성방송 프리미어리그 축구경기에 빠져 있던 A씨에게 부인이 콩나물 500원어치를 사달라고 주문한다. 빈 테이프를 찾아 VCR에 넣고 녹화 버튼을 누르자니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시간도 걸리고, 그렇다고 마냥 앉아 경기를 보자니 아내의 눈치가 보인다. 이럴 때 PVR 기능이 있다면, 버튼 하나로 생방송을 잠깐 정지해 놓고 근처 수퍼마켓을 다녀오면 그만이다. 그 동안의 경기내용은 셋톱박스의 하드디스크에 고스란히 저장돼 있어서, 수퍼마켓을 다녀온 뒤 되돌려보거나 원하는 장면만 빠르게 돌려보면 그만이다.

'시리즈 녹화' 기능도 유용하게 쓸 만 하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월화 드라마나 외화 시리즈 등 정기적으로 방영되는 시리즈물을 처음 한 번만 녹화설정을 해 두면 자동으로 매회마다 예약녹화해 준다. 같은 시간에 2개의 방송을 동시 녹화하거나, 하나의 방송을 녹화하며 다른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기능도 들어 있다. 이 모든 기능들은 함께 제공되는 프로그램 편성표(EPG)를 이용하면 초보자도 손쉽게 조작 가능하다.

스카이라이프가 스카이PVR에 거는 기대는 크다. 서동구 스카이라이프 대표는 "지금의 방송은 제작자가 만들어 뿌려주는 방송을 일방적으로 보던 시대에서 소비자가 선택해 보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며 "스카이PVR가 소비자 중심의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가장 적합한 서비스라고 자부한다"고 자신했다.

스카이PVR는 11월20일부터 정식 서비스된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PVR 기능이 내장된 전용 셋톱박스가 필요하다. 소비자 입장에선 셋톱박스 비용이 꽤나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스카이라이프측도 이를 의식한 듯, 기존 이용자들이 부담없이 스카이PVR로 전환하도록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유희락 스카이라이프 영업본부장은 "출시 기념 프로모션 패키지인 'SkyPVR 골드플러스'(비디오채널 86개)의 경우 약정계약을 맺으면 셋톱박스 비용(월 3천원~5천원)과 수신료를 합쳐 월 2만5천원에 이용할 수 있다"며 "기존 가입자는 셋톱박스 3만원 보상 포함, 셋톱박스만 교체해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스카이라이프측은 우선 2007년까지 10만명의 스카이PVR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유신호 컨버전스사업본부장은 "국내보다 한발 앞서 PVR 서비스를 실시한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한 번 이용하면 좀처럼 놓지 못할 만큼 매력적인 서비스'라는 반응이 대다수"라며 "시연을 본 소비자 157명 가운데 147명이 서비스 이용 의향을 밝힐 정도로 호응도가 높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