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국내에는 '빌려쓰는 SW시대'란 슬로건속에 애플리케이션임대(ASP) 열풍이 강하게 불어닥쳤다. 그러나 소리만 요란하고 알맹이는 없었다. 당시를 주름잡던 업체들중 상당수는 사라졌고, 남은 업체도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다. ASP가 지금 국내 IT업계에서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쳐지고 있는 이유다.

국내의 ASP 열기가 잠잠해질 때쯤 미국에선 세일즈포스닷컴이란 업체가 웹기반 고객관계관리(CRM) 서비스 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진화된' ASP인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로 중무장한 세일즈포스닷컴은 오라클, SAP 등 내로라하는 공룡기업들의 틈바구니속에서도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차세대 주자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는데 성공했다.

국내 ASP 시장이 몰락하던 가운데 벌어진 세일즈포스닷컴의 성공. ASP의 한계를 극복했느냐 그러지 못했느냐가 운명을 가른 결정적인 변수였을 것이다. 

ASP의 한계를 넘어선 세일즈포스닷컴은 지금 SaaS 시대의 주인공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SW제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강력한 경쟁 상대로 보고 견제에 나설 정도. 이런 가운데 세일즈포스닷컴은 요즘 SaaS 시대에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플랫폼'을 부르짖고 있다. 성장속도에 가속도를 붙이기 위해서는 '킬러앱'이 아니라 '킬러플랫폼'이 돼야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SaaS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고 그들만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세일즈포스닷컴. 

스티브 러셀 세일즈포스닷컴 아태지역 사장과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 회사의 성공 배경과 향후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오라클, MS, SAP 등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서도 SaaS 모델로 자리를 잡았는데, 그 배경은 무엇인가.

첫번째는 고객 성공에 제한적으로 집중했다는 것이다. 세일즈포스닷컴의 비즈니스 모델은 매월 가입자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로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일즈포스닷컴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고객들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두번째로 세일즈포스닷컴은 수백, 수천, 심지어 수백만 명에 이르는 사용자가 웹을 통해 하나의 인스턴스(instance)로 필요로 하는 정보에 접근하도록 도와주는 솔루션을 개발해 왔다. 이에 근거한 다수 사용자 공동 운용 방식은 장비를 구매하는 기존 방식과 비교해 최대 90%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다수 사용자 공동 운용 방식은 또 가입자로 하여금 각 조직에 필요한 기능을 선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세일즈포스닷컴은 1년에 3개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데 고객들은 이를 다운로드 하거나 설치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최신 버전을 사용할 수 있다.

고객들의 요구가 다양해 이를 맞춰줘가며 CRM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고객들에게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일즈포스닷컴만의 비결이 있다면.

세일즈포스닷컴은 대부분의 자원을 고객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고객들이 각각의 조직에 맞게 영업과 고객 관리 전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스터머 석세스 매니저(CSM; Customer Success Managers)'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온디맨드 관련 커뮤니티도 보유하고 있다. 전세계 2만4천800개 고객사에서 5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들이 세일즈포스닷컴 웹사이트를 통해 제품에 대한 실행 연습, 최적화된 이용 방법 등에 관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요즘 세일즈포스닷컴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는 재정관리, 인력관리, 프로젝트 관리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1월 온라인 디렉토리인 '앱익스체인지'를 발표했다. (앱익스체인지는 전세계 개발자들이 직접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손쉽게 수요자에게 노출시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개념의 플랫폼이다.) 현재 200개 소프트웨어개발업체의 개발자들이 앱익스체인지를 기반으로 315개 가량의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고객들은 앱익스체인지를 통해 필요한 서비스를 골라쓸 수 있게 된다. 이는 새로운 SaaS를 찾아 설치하는게 마치 아이튠스 음악 스토어에서 노래를 다운로드 받는 것만큼 간단해 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고객 컨퍼런스에서 에이펙스(APEX) 기술을 선보였다. 대기업 공략 의지로 보여지는데. APEX가 중소기업을 넘어 대기업으로 시장을 확대하는데 어떤 기여를 할 것으로 보는지.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대기업들이 지난 1년 동안 오히려 세일즈포스닷컴의 행보를 주시하고 따라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LG화학, 매그나칩, 시스코, 메릴린치, 시만텍과 같은 대기업들은 소프트웨어의 미래가 SaaS에 달려 있다는 데 전혀 이견이 없다. 이에 따라 세일즈포스닷컴은 대기업 시장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에이펙스는 세일즈포스닷컴에서 최초로 출시한 온 디맨드 프로그래밍 언어이자 플랫폼으로 차세대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대변하고 있다. 에이펙스는  별도의 운용 시스템, 데이터베이스, 애플리케이션, 웹서버, 데이터 센터가 없어도 세일즈포스닷컴의 서비스와 호환되는게 특징이다. 때문에 고객, 파트너, 개발자들은 에이펙스 출시에 환경을 표하고 있다. 에이펙스는 앱익스체인지와 함께 세일즈포스닷컴이 플랫폼으로 변신하는 쌍두마차가 될 것이다.

 

한국의 경우 몇 년전 애플리케이션임대(ASP) 업체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자리를 잡은 업체들은 많지 않다.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사업 모델이 고객들을 파고들기 위한 전제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나. 또 ASP로 알려진 비즈니스 모델과 세일즈포스닷컴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세일즈포스닷컴은 ASP 업체라기보다 SaaS 및 온디맨드 공급 업체라는 사실을 밝혀준다. ASP는 동시에 다수 사용자가 시스템을 공유할 수 있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렇게 되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가 없다. ASP는 또 인터넷 중심적이지도 않다. IDC 자료에 따르면 세일즈포스닷컴은 온디맨드 관련 업계에서 50% 이상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고객들도 세일즈포스닷컴의 모든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다. LG화학, 대한항공 등이 세일즈포스닷컴의 한국 고객들이다.

오라클, SAP 등도 세일즈포스닷컴과같은 서비스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MS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들 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인가.

세일즈포스닷컴은 경쟁사보다 뛰어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한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SaaS 기반 CRM 솔루션을 출시하지 않았다.  SAP는 SaaS를  대안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그마나도 100명 정도의 사용자를 보유한 조직에만 공급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SAP가 SaaS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오라클은 복잡한 인수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SaaS사업의 성공 포인트를 꼽는다면.


SaaS는 기업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며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혁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스프링보드 리서치(Springboard Research)는 최근 SaaS의 영향력과 인지도를 고려할 때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SaaS 시장이 연간 84%가량 성장 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아태지역에서 SaaS가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낮은 실행 비용, 빠르고 쉬운 구축 방식,낮은 유지 비용, 빠르고 정기적인 업데이트와 같은 원인에 기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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