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말 국내 보안 서비스 시장은 격동의 시대로 요약된다. 거대 포털들은 무료 보안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고 'SW제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기다려왔던 보안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한지 오래다.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유료 보안 시장을 무료 서비스들이 에워싸고 있는 형국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봤을때  보안 서비스 시장 환경이 요즘처럼 변화무쌍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보안 전문업체 입장에서 보면 무료로 중무장한 공룡기업들의 등장은 커다란 위협이다. 자칫 잘못하면 시장에서 순식간에 마이너로 추락할 수 있다. 

국내 최대 보안업체인 안철수연구소도 무시무시한 위협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 적지않은 이들이 안연구소의 미래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동안 안연구소는 연말 출시를 목표로 차세대 보안 서비스를 준비중이라고 밝혀왔다. 이름하여 코드명 '블루벨트'(blue belt) 프로젝트. 하지만 블루벨트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모습은 알려지지 않았다. 적어도 블로터닷넷이 취재를 통해 이번에 밝히기 전까지는... ^^ 

블루벨트는 그저그런 업그레이드 버전이 아니다. 그동안 추진해왔던 보안 서비스 전략의 '전면수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키워드는 '보안 플랫폼'. API 공개를 통해 온라인 보안 서비스의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거대한' 전략이다. 이를 통해 무료 열풍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SW업체중 API 공개를 통해 '킬러앱'을 넘어 '킬러플랫폼'을 노리는 곳은 안연구소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의 영향력을 다시한번 실감케 한다.  '블루벨트'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안연구소의 김현숙 인터넷서비스사업본부 상무를 만나 서비스 성격과 향후 전략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통합 서비스+사용자 권한 강화


김현숙 상무는 블루벨트 프로젝트에 대해 바이러스와 스파이웨어 등을 막아주는 콘텐츠 보안,  바이러스는 아니지만 끊임없이 사용자들을 괴롭히는 '그레이웨어', PC 관리를 하나로 통합한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단계를 목표로 출시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김 상무는 "올해말 베터 버전을 선보인 뒤 내년 상반기안에 완성된 최종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면서 "블루벨트는 네티즌 참여가 강화되고 웹에 최적화된 보안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웹표준 준수 인터넷 익스플로러 일변도 탈피 액티브X 탈피도 김 상무가 키워드로 뽑은 블루벨트의 기본 개념이다.

네티즌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것도 블루벨트의 특징. 사용자제작콘텐츠(UCC)를 뜻하는 것인가.  이에 대해 김 상무는 "블루벨트는 네티즌 참여로 만들어가는 오픈 프로젝트로 UCC와 협업에 의한 보안 프로젝트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이해가 안가는 측면이 있다. 김 상무의 얘기는 계속 이어진다. "예를 들어 그레이웨어의 통제권을 사용자들에게 넘겨주겠다는 것이다. 안연구소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그것을 계속 쓸지 아니면 삭제할지 여부는 사용자가 결정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안연구소는 올 연말 블루벨트 베타 버전을 시범 서비스 형태로 선보일 계획이다. '마이V3', '스파이제로' 등으로 분리돼 있던 개별 보안 서비스 브랜드도 하나로 통합하기로 했다. 밑그림이 최종 완성되는 것은 내년 상반기. 김현숙 상무는  "V3는 바이러스로 인해 고생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블루벨트는 V3의 탄생 정신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비전의 새로운 모습이다. 진정한 V3가 무엇인지 블루벨트를 통해 보여주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얼핏 들으면 블루벨트는 시만텍이 하나로텔레콤을 통해 제공중인 통합 보안 서비스 '노턴 플러스'와 유사해 보인다. 노턴 플러스 역시 통합보안과 PC관리 기능을 월 5천원에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김현숙 상무는 사용자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것과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노턴플러스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넘어 플랫폼으로 변신

플랫폼이라. IT업계에서 플랫폼 업체라는 것은 독자적인 생태계를 보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SW업체중에는 MS, IBM, BEA, 썬 등이 대표적인 플랫폼 업체고 인터넷 업계서는 API를 공개한 구글과 아마존이 플랫폼 업체로 분류되고 있다.

김 상무가 말한 플랫폼도 이런 개념을 담고 있을까. 이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김현숙 상무는 API 공개를 통해 현재의 온라인 보안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전환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연구소의 API를 활용해 다른 업체들도 보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였다. 예를 들면, 블로터닷넷도 마음만 먹으면 안연구소 API로 보안 서비스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김 상무는 API 관련 계획은 좀 더 다듬어야 한다면서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를 감안하면 API 공개 전략은 내년 상반기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하지만 이 정도만 놓고봐도 안연구소의 행보는 파격적이다. 국내 SW업체로는 사실상 처음으로 플랫폼 기반 SaaS 모델에 도전장을 던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전략은 그리 만만한게 아니다. 

이에 대해 김 상무는 "B2C는 B2B 이상으로 중요한 시장이다. 회사 차원에서도 이를 인식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연말에 블루벨트가 윤곽을 드러내는데, 기대해도 좋다"고 다시 한번 자신감을 보였다.

요약하면 블루벨트는 V3가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플랫폼 브랜드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웹2.0 시대를 맞아 사용자 참여 부분이 대폭 강화된다. 김 상무와의 인터뷰를 통해 파악한 블루벨트 프로젝트의 전모다.

보안 서비스 시장은 지금 격변의 시대다. 전문업체가 유료 모델로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연구소는 블루벨트 프로젝트로 승부수를 던졌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결과를 알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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