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모델의 CRM 서비스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세일즈포스닷컴이 대기업 시장 공략을 위한 또 하나의 전기를 마련했다. 대형 고객들을 많이 상대하는 IBM, 딜로이트와 글로벌 동맹을 맺은 것이다. 액센추어와는 이미 협력을 맺고 있었으니 세일즈포스닷컴은 3개의 유명 IT서비스 업체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하게 된 셈이다.

컴퓨터와이어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협력에 대해  "SI업체들과의 협력은 접근하지 못했던 고객과 기관에 다가서는데 기여할 것이다"면서 강한 기대감을 보였다. 그는 SI업체들과 몇개의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IBM과의 협력을 언급한 대목도 흥미롭다. IBM과 세일즈포스닷컴인 구체적인 협력 내용은 공개되지 않은 상황. 그러나 베니오프 CEO는 IBM이   세일즈포스닷컴 에이펙스(APEX) 플랫폼을 활용해 중소기업(SMB)과 엔터프라이즈를 모두 아우르는 온디맨드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RM 영역을 넘어설 가능성도 언급했다. 

에이펙스 플랫폼은 고객들이 세일즈포스닷컴 서비스를 자사 IT환경에 최적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래밍언어로 지난 10월 세일즈포스닷컴 고객 컨퍼런스에서 공개됐다. 결국 대기업 공략용인 셈이다.

대기업들은 아직 IT시스템을 도입할때 최적화에 대한 요구가 강한 편이다. 이는 SaaS 업체들이 대기업 시장을 침투하는데 있어 장애물로 작용했고, 세일즈포스닷컴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자가 서두에서 세일즈포스닷컴이 대기업 시장 공략을 위한 또 하나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표현을 쓴 것은 에이펙스의 등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일즈포스닷컴과 IBM, 딜로이트와의 동맹은 어느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까? 일단은 세일즈포스닷컴이 대기업 시장을 확대하는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SI업체들은 그동안 고객들에게 클라이언트서버(CS) 모델을 강조해왔다. 이랬던 SI업체들이 세일즈포스닷컴과 손을 잡았다는 것은 SaaS 시장에 대한 잠재력을 어느정도 인정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은 시기상조다. SaaS는 CS 대비 구축 비용이 저렴하다. SI업체 입장에서 보면 CS 대신 SaaS를 고객에게 제안한다는 것은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고객이 직접 이렇게 해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이상, CS 대신 SaaS를 제안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얘기다. 국내서도 SI업체들이 매출을 이유로 SaaS를 끌어안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물론 베니오프 CEO는 이같은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 "SI업체들과의 협력과 함께 세일즈포스닷컴은 티핑포인트에 와 있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다.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티핑포인트>를 보면 티핑포인트는 독감 바이러스를 가진 한 사람이 많은 이들에게 독감을 전염시키듯 사회적 유행이나 변화 또한 예외적인 열정을 지닌 한 사람에게서 시작되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가는데, 이런 변화가 시작되는 순간을 뜻하는 이름이다. 베니오프 CEO가 이를 의식하고 티핑포인트란 말을 썼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베니오프 CEO의 말대로 세일즈포스닷컴은 SI업체들과의 동맹 관계를 통해 티핑포인트를 찍을 수 있을까. 찍는다면 SW업계의 커다란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SaaS는 기존 SW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보면 현상파괴적인 기술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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