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이 12월6일 '카페 내부 검색'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흘려들으셨나요? 하루도 쉼 없이 변하는 게 포털사이트니, 그럴 만도 합니다. 헌데 이번 서비스는 좀 다릅니다. 그 속에 담긴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입니다.
'카페'는 '한메일'과 더불어 다음의 원조 서비스입니다. 두 서비스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을 한때 국내 최고 인터넷기업으로 우뚝 세운 일등공신이기도 합니다. 한메일은 지금도 다음 회원들을 끌어들이는 원로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모양새입니다. 카페는 어떤가요? 블로그에 채이고 경쟁사 서비스에 밀려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사실 카페는 요즘 유행하는 UCC의 원조입니다. 다음 카페가 처음 문을 연 게 1999년 5월이니 올해로 햇수로 7년째인데요. 지금까지 개설된 카페수는 625만개에 이릅니다.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 카페 속 정보의 질인데요. 카페 운영자는 모두 해당 분야에선 나름의 전문가들로, 이들과 '진성회원'들이 쏟아내는 각종 자료와 정보들은 알짜 중의 알짜입니다. 말 그대로 거대한 UCC 창고인 셈이죠. "취재원 섭외하려면 다음 카페에서 찾아보라"는 말이 이 바닥 정설로 통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왜 카페는 오픈 7년만에 버릴 수도, 삼킬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로 전락한 것일까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돈'과 '폐쇄성'의 두 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먼저 돈 문제입니다. 다음 입장에서 볼 때 카페는 수익은 크지 않은 반면, 운영비는 엄청나게 들어가는 '돈 먹는 하마'입니다. 지난해까지 적자에 허덕이던 다음으로선 '돈 못 버는' 카페만을 위해 250여대의 서버를 돌리기가 결코 만만찮은 일입니다. 두세 군데 광고를 붙여 돈을 거두기는 하지만, 운영비에 비하면 '새발의 피'일 뿐입니다.
더구나 지난 6월에 동영상 기능을 덧붙이면서 운영부담이 훨씬 커진 형편입니다. 수익성을 고려해야 할 기업으로선 언제까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을 계속해야 할 지 고민스런 대목이겠죠. 그렇다고 다음 성장의 일등공신인 카페 이용자들을 지금 와서 내팽개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삼킬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이유입니다.
카페 운영자들의 폐쇄적인 운영방식도 카페 발전을 가로막은 요소 중 하나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카페는 말하자면 동호회입니다. 인맥이나 학교, 같은 관심사 등으로 묶인 친목 모임이죠. 회원가입 절차도 거쳐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카페 내 자료나 글들이 외부에 노출되길 꺼리는 경향이 짙습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렇지만 모임이란 외부에 알려지고 참여가 늘어날 때 발전하는 법입니다. 특히 인터넷 동호회라면 더욱 그렇겠죠. 알 만 한 몇몇 사람끼리 눈맞춰 노는 폐쇄적 공간으로는 정보수집이나 발전에 한계가 있습니다. '새로운 피'가 유입되지 않기 때문이죠. 언제부턴가 상당수 카페들이 활성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등수놀이터로 전락한 이유입니다. 경쟁사인 네이버가 검색 결과에서 카페 게시물을 의무적으로 노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폐쇄적인 카페의 특성은 종종 엉뚱한 곳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불법자료 공유나 퇴폐·음란성 밀실모임의 아지트로 악용되기 시작한 것이죠. 최근 심심찮게 방송을 타는 '자살사이트'도 이런 부작용의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입니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해당 카페 뿐 카페 서비스까지 싸잡아 손가락질합니다. 한 번 욕 먹기 시작하면 명예회복이 어려운 게 인터넷 공간입니다. 카페 운영자나 다음 모두에게 괴로운 일이죠.
자금부담과 폐쇄성은 카페의 업그레이드를 막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다음으로선 새로운 기능을 덧붙이고 싶어도 비용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카페 운영자로서도 굳이 외부와의 연결 기능을 넣으려 하지 않았던 것이죠.
사정이 이러니, 카페 운영자들 사이에서도 '다음이 언젠가는 카페를 버릴 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오래전부터 팽배했습니다. 다음측에 카페 기능보강과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한편, 운영진끼리도 외부와의 소통 기회를 넓히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입니다. 때맞춰 등장한 UCC 열풍도 다음카페의 존재가치를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변화는 올해 들어 시작됐습니다. 지난 3월, 다음은 '우수카페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았습니다. 카테고리별 우수 카페 100여개를 선정해 카페 활동성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5월에는 아예 'Daum 카페 서포터즈'를 공식 출범시켰습니다. 우수 카페엔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별도의 명함을 주거나 행사 현수막 및 기념품을 지원하는 도우미 프로그램입니다.
여기에 불을 댕기는 것이 바로 '카페 내부 검색'입니다. 그동안 카페검색은 최근 1달간 게시물만 찾아주는 제한된 검색이었습니다. 7년 세월동안 쌓은 방대하고 알찬 자료들은 당연히 세월속에 묻혀버립니다. 일일이 뒤지고 돌아다니지 않는 한, 찾아낼 길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검색은 카페 활성화의 해묵은 숙제였습니다.
다음은 지난 9월 새로운 카페검색 기능을 맛봬기로 내놓은 뒤, 이번에 정식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가장 큰 특징은 검색기간 제한을 없앤 것입니다. 각 게시판별 검색만 되던 것도 전체 게시판 통합검색으로 뜯어고쳤습니다. 디자인도 바꾸고 게시판 검색 옵션도 이용자의 닉네임(별명), 글번호, 말머리, 파일명 등으로 세분화했습니다.
저는 검색 기능이 카페 활성화의 핵심 열쇠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쌓아둔 자료들은 다음이 경쟁사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막강한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각 카페 게시판 글이나 자료들이 다음 메인화면이나 카페 메인화면에 적극 노출되는 일도 조만간 일어날 걸로 믿습니다. 이번 카페 내부 검색도 당장은 상위 50만개 카페에만 적용하지만, 앞으로는 카페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다음은 요즘 'UCC'를 다음만의 차별화 요소로 보고 올인하는 분위기입니다. 다음에 접속하면 웹브라우저 머리에 '우리들의 UCC 세상, 다음'이라는 문구가 뜹니다. 기업광고도 아예 UCC로 내보냅니다. 머잖아 다음의 UCC는 엄청난 양과 질을 보장하는 카페 자료들로 풍성해질 것입니다. 다음 카페의 변화를 지켜보는 일이 흥미로운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