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만든 음악을 내려받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합법적으로 변주 또는 샘플링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거나 자신의 창작물로 만들 수 있는 온라인 음악실험실이 생겼다. 

최근 문을 연 CC믹스터는 이용자들이 올린 다양한 음원을 이용해 자신만의 음악을 창작할 수 있는 커뮤니티 음악 사이트다. 이름에서 보듯 리믹스와 샘플링을 주요 창작수단으로 삼고 있다.

CC믹스터
▲ CC믹스터
CC믹스터는 완성된 곡보다는 기타나 피아노연주, 아카펠라나 보컬 같은 한 트랙의 음악을 더 반긴다. 여럿이 올려놓은 다양한 음원을 입맛대로 조합해 새로운 작품으로 재창조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원음을 멋대로 섞거나 잘라낸다면 저작권법에 걸리지 않을까. CC믹스터에선 걱정할 것 없다. 모든 음원들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음원 저작자가 제시한 CCL 조건만 지킨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해당 음원을 활용해 작품활동을 할 수 있다.

이 곳에 올리는 음악들은 반드시 CCL을 따라야 한다. 적용 가능한 조건은 4가지다. ▲원저작자 표시 ▲원저작자 표시-비영리 ▲원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용 ▲원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용 등이다. 단, '변경금지' 조건은 이 곳에서 적용해선 안 된다. 리믹스와 샘플링을 통한 재창조가 주된 목적이므로 원음의 변경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CC믹스터는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경계도 허문다. 유명 음악가라면 대개 무명 시절 습작삼아 만들어둔 미공개 작품들이 한두 개쯤 있게 마련이다. 이들이 올린 습작품은 아마추어에게 다양한 습작의 기회를 줄 뿐더러, 유명 음악가의 작품을 합법적으로 변주할 좋은 경험도 쌓을 수 있다.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습작에 불과한 음원들이 몇 번의 실험과정을 거쳐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거듭나는 일도 가능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은 특정 저작자가 저작권을 독점하지 않는, 공공재의 성격을 띤다.

가수들이 새 앨범을 준비하거나 영화음악, CF음악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작곡가의 샘플링 음원을 슬쩍 도용했다가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 일이 종종 있다. CC믹스터에선 상업적 이용을 허락한 음원들을 이용해 샘플링한 뒤 합법적으로 팔거나 자신의 업무에 활용해도 된다. 물론, 원음 저작자가 제시한 CCL 조건을 지킨다는 전제 아래서다.   

CC믹스터는 미국 CC믹스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국정보법학회에서 몇 달 간 준비 끝에 내놓았다. 막 문을 연 탓에 아직은 공유할 수 있는 음원이 절대 부족하다. 자유로운 실험과 재창조를 꿈꾸는 국내 음악인들의 활발한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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