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IT업체들이 국내에 세운 연구개발(R&D)센터의 활동이 미약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SW '공룡기업' 오라클이 한국에 오라클첨단기술연구소를 공식 오픈한다고 발표했다. 

표삼수 한국오라클 사장은 "제대로된 연구를 해서 한국도 그렇고 오라클에도 좋은 비즈니스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외국계 기업이 세운 연구소중 모범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오라클연구소가 다른 R&D 센터와는 차별화돼 있음을 분명히 했다.

오라클연구소가 국내에서 수행할 업무는 크게 3가지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u시티, RFID 등 한국정부가 나름대로 전략적 계획을 갖고 추진하는 이머징 마켓을 겨냥하고 있다. 이 분야에 참여하는 국내 대기업들과 공조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도 선점해 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오라클연구소의 3대 중점 업무중 하나인 임베디드SW 부문은 관련 솔루션을 연구개발하고 오라클 제품을 고객 솔루션에 임베디드시키는 것에서부터 각종 테스팅, 비즈니스 요구사항 파악 등 아태지역 임베디드 비즈니스와 관련된 일들을 포함하고 있다.

케빈 월시 오라클 아태지역 R&D센터 총괄 수석 부사장은 "오라클은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가전용 임베디드 제품도 많이 갖고 있다. 연구소 오픈을 시작으로 임베디드DB인 버클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오라클 라이트, 타임스텐과 같은 메모리DB를 적극적으로 알려나갈 것이다. 오라클 제품을 다른 업체 하드웨어에 임베디드시키는 것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u시티와 RFID 관련 연구는 임베디드SW,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 그리드컴퓨팅, ERP, CRM 등 오라클 제품을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에 통합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과의 협력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월시 부사장은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유무선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태그를 넘어 플랫폼을 아우르는 RFID 영역을 파고들겠다"고 강조했다.

오라클은 이날 연구소를 오픈하면서 차별화를 매우 강조했는데, 연구소에서 개발된 성과물들은 한국은 물론 해외 시장에 수출까지 추진된다는게 핵심이었다. 오라클은 자신들과 손잡는 국내 파트너들은 중국, 인도, 싱가포르, 일본에 있는 오라클 아태지역 연구소에 있는 정보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라클은 앞으로 국내 업체들과의 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협력 대상은 국내 전자, 통신제조, SI업체로, 모두가 대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표삼수 한국오라클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과 오랫동안 협력을 얘기해왔다"면서 R&D센터 오픈에 앞서 국내 기업들과의 물밑교섭이 깊숙히 진행됐음을 시사했다.

오라클은 이날 본사에서 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직원들을 입단속하는 '콰이트 피어리드(quite period)'를 이유로 연구소에 대한 투자 규모와 인력 등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국 개발진 위주로 진용을 꾸렸다는 것과 본사 차원에서 중국과 인도에 있는 연구소와 동급 대접을 받고 있다는 내용 정도가 공개됐다.

오라클연구소는 한국 정부의 지원없이 오라클이 독자적으로 설립한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한국 정부의 요청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오라클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세웠다고 보는게 맞을 듯 싶다. 

세계 무대에서 적지 않은 지분을 갖고 있는 국내 하드웨어 대기업들은 모바일로의 영토 확장을 꿈꾸는 오라클에게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들과의 공조를 위해서는 국내서도 거점이 필요했을 것이고 오라클연구소는 이를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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