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연구소가 21일 유니포인트 보안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보냈습니다. 네트워크 보안 사업 강화를 위한 승부수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번 인수가 승부수로서의 가치를 발휘하려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겠지요. 뻔한 얘기를 왜 꺼내냐구요?

안연구소의 이번 인수는 M&A를 통한 통합 보안 업체로의 두번째 도전이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도전에서 그리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했던 만큼 두번째 도전인 지금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M&A를 통한 통합보안 업체로의 도약을 위한 안연구소의 첫번째 도전은 어떠했을까요?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안연구소는 지난 2001년 공격적인 M&A와 투자로 한시큐어, 자무스, IA시큐리티, 코코넛을 관계사로 거느렸습니다.  매출이 얼마되지 않았던 한시큐어에는 무려 150억원을 투입하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안연구소가 거느렸던 관계사들은 상당 부분 통폐합됐고, 이 과정에서 '안연구소 패밀리'를 떠난 인력들도 많습니다. 안연구소 관계자분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5년이 넘게 안연구소를 지켜본 제 입장에서 안연구소의 첫번때 M&A 도전은 아쉬움을 많이 남겼다고 결론 내리고 싶습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사실 M&A란게 쉽지는 않습니다. 문화가 다른 두조직이 뜻을 함께 펼치기는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세기의 빅딜로 불리우는 HP의 컴팩 인수도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안연구소라고 해서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요.

오랫동안 여러사람들로부터 들었던 말을 떠올려보면 첫번째 도전 당시 안연구소는 산하 자회사 및 관계사들을 끌어안기에는 조직 문화가 받쳐주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리적인 통합은 했지만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얘기입니다. 이게 비단 안연구소의 문제는 아니겠지요. 다른 회사들도 화학적 결합 과정에서 많은 사건, 사고가 벌어집니다. 그만큼 화학적 결합은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러나 안연구소가 이번 인수를 통해 성과를 끌어올리려면 유니포인트 보안 사업 부문과의 화학적 결합은 필요충분조건이 될 것입니다. 물리적 통합만으로는 네트워크 보안 시장을 파고드는데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안연구소가 이전에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으리라 믿습니다. 비싼 돈을 들여 배운 교훈들을 이번에 제대로 한번 써먹어봤으면 좋겠습니다.

한번 실수는 뭐라 할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두번째부터는 다르겠지요. 안연구소의 M&A 소식에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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