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중요하고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연합뉴스의 기사 하나를 접했다. 기사내용은 '국내 호텔업계가 CCTV로 인한 고객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막기 위해 자율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는 것 이었다.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각종 첨단 보안시스템이 등장하고 있고 범죄예방 등을 이유로 감시카메라의 설치가 크게 늘고 있다. 더불어 이로 인한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같은 부작용들이 점차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나 이같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감시카메라로 인한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심각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효율적인 치안강화 및 보안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그 정도 부작용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름대로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
그런데 사실 이 주장에는 기본전제에 아주 중요한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
'감시카메라는 범죄예방 및 범인검거에 크게 기여한다'는 기본전제는 일반적으로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사실 그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 많은 연구결과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CCTV에 찍힌 용의자 얼굴이 범인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기사가 TV 및 신문 뉴스에 때때로 보도되는 덕분에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감시카메라가 범죄예방 및 범인검거에 상당히 큰 기여를 하는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난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이 서울경찰청 자료를 분석한 자료에서도 지적됐듯이 CCTV 설치대수의 증가가 범죄발생률 감소와는 별다른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어떤 지역이 CCTV가 설치된 이후 그 지역의 범죄가 줄어든다 해도 실제로는 소위 '풍선효과'로 인해 다른 지역의 범죄가 증가하는 등 전체적으로 볼때 CCTV설치 자체가 범죄예방 및 치안강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예산지출을 감수해야 하는 감시카메라의 설치는 ‘비용 대비 효과’라는 관점에서만 본다 해도 보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더욱이, 이같은 일차적인 문제외에도 감시카메라의 설치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한데다 우리나라에는 별로 해당되지 않는 문제이긴 하지만 미국 같은 사회에서는 인종차별이라는 심각한 문제까지 야기하기도 한다.
일례로 대형 쇼핑몰의 CCTV에 녹화된 테잎을 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백인보다는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안계통의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감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중앙통제실에 있는 시스템 관리자들이 유색인종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는 편견을 가지고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카메라의 초점을 맞춘 결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는 물론 인종차별적인 요소까지 내포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처럼 CCTV의 효율성 문제와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날로 증가하는 범죄와 테러에 대한 공포로 인해 감시카메라의 설치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CCTV의 설치가 범죄예방에 기여, 우리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어 줄 것이란 막연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튼 이런 와중에 국내 호텔업계가 고객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막기 위해 자율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키로 했다는 것은 무척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호텔업계의 움직임이 날로 늘어가는 감시카메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