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로커 A씨는 경미한 후미추돌 사고를 당한 배달원 B씨에게 특정 한방병원 입원을 권유했다. 의사 대면 없이 통화만으로 입원이 가능하고 입원해야 합의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울러 병원에서 공진단·경옥고 등 고가의 약재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유혹했다.
1일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사례를 포함해 병·의원의 허위입원 및 허위·과장 청구 형태가 늘고 있다며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최근 자동차 보험사기 중 병원 치료비 과장 청구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으며 단순 교통사고조차 브로커와 병·의원의 조직적 개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병·의원의 치료비 과장 청구 규모는 약 140억원으로 전년 동기(17억원)에 비해 8배 넘게 늘었다. 금감원은 단기간 내 급격한 증가세를 보여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일부 병·의원은 브로커를 거쳐 교통사고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경미한 사고 피해자에게 '입원해야 보상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반복하거나 주말·야간에도 진료 절차 없이 입원 처리를 해주는 방식이다. 또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첩약을 지급하거나 환자 상태와 관계없이 고가 약재를 일괄 처방하는 사례도 드러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료나 저렴하게 제공되는 한약을 단순 혜택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허위 청구와 직결된 불법 행위다.

문제는 피해자가 단순히 병원의 권유에 따랐다고 해도 보험사기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입원 중 무단으로 외출하거나 외박을 하며 배달·택시 영업 등을 이어간 환자가 적발돼 형사 고발된 사례도 있다. 치료가 목적이 아닌 합의금 증액이나 생활 유지가 목적인 허위입원은 명백히 보험사기로 분류된다. '병원이 시키는 대로 했으니 괜찮다'는 안일한 인식이 위험한 이유다.
금감원은 소비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주의를 당부했다. △경미한 교통사고에도 무조건 입원을 권유하는 브로커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할 것 △의사의 대면 진료 없이 입원을 진행하지 말 것 △사전에 조제된 첩약을 일괄 제공받지 말 것 △입원 후 무단 외출·외박을 삼갈 것 등이다. 이러한 행위에 동의하거나 협조하는 순간, 피해자는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범죄 가담자가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병·의원이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합의금 증액이나 한약 제공을 미끼로 유혹하지만, 이는 모두 명백한 보험사기"라며 "불필요한 입원이나 치료비 과장 청구가 의심될 경우 보험사나 금감원에 즉시 제보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동차 보험사기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모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사회적 범죄"라며 각별한 경각심을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