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바이오팜의 매출원가율이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00대 상장사들 중 유일하게 한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확대돼도 원가는 제자리를 유지하며, 실적 성장의 과실을 고스란히 손에 쥘 수 있는 구조다.
신약을 만들어 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기업인 SK바이오팜의 강점이 매출과 원가에서도 고스란히 읽히는 가운데, 이제 또 다른 히트작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행보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SK바이오팜의 매출원가율은 6.4%에 불과했다. 금융사와 서비스 업체 등 비제조사를 제외하고, 지난달 말 기준 코스피 시총 상위 100개 상장사들 중 가장 낮은 값이다.
이는 1만원짜리 제품을 만들어 파는데 들어가는 원가가 640원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물건 값보다 원가가 훨씬 쌌던 셈이다. 매출원가율은 이름 그대로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이 수치가 낮아질수록 기업으로서는 이익을 내기 용이해진다.
SK바이오팜의 매출원가율은 수년째 계속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래도 3년 전까지는 10%를 웃돌았지만,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SK바이오팜의 매출원가율은 2022년 15.4%를 기록하다가 이듬해 9.9%, 지난해 7.9%를 나타냈고 올해 들어 더 낮아지는 추세다.
매출이 계속 불어나는 와중 원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SK바이오팜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2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3% 늘었다. 이전 3년 동안의 매출 역시 △2022년 2462억원 △2023년 3549억원 △2024년 5476억원 등으로 꾸준한 증가세다.
이는 매출이 커져도 원가에는 큰 변화가 없는 독특한 형태 덕이다. 실제로 SK바이오팜의 올해 상반기 매출원가는 2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1.4% 줄었다. 연간으로 봐도 매출원가는 △2022년 378억원 △2023년 341억원 △2024년 431억원 등으로 채 100억원도 늘지 않았다. 같은 기간 매출이 두 배 넘게 급증한 것과 대비된다.
이런 수익 구조가 가능한 건 신약 개발사인 SK파이오팜의 특성 때문이다. 쉽게 말해 약을 직접 찍어내 파는 공장이 아니란 얘기다. SK바이오팜은 신약 R&D에 집중하고, 외주 위탁으로 이뤄진다. 무엇보다 세계 각지에 기술을 수출하고, 그로 인해 발행하는 매출에 따라 기술료는 받는 식이다 보니 원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SK바이오팜의 고공행진을 이끄는 일등공신은 세노바메이트다. 뇌전증 치료제로서 대체 의약품이 없는 혁신 제품이다. 뇌전증은 신체적 이상이 없어도 뇌 특정 부위 신경세포가 흥분해 반복 발작 증세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글로벌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23년 약 110억 달러에서 2030년 150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5.1%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특허를 기반으로 한 미국 시장에서의 약진이 돋보인다. 2027년에는 미국 시장 1위 달성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현재 미국 내 뇌전증 치료제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벨기에 제약사 UCB의 브리비액트는 2026년 특허가 만료된다. 반면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의 미국명)는 2030년 이후까지 특허가 유지된다.
SK바이오팜의 향후 과제는 세노바메이트를 이을 차기 주자다. 올해 상반기 매출에서 세노바메이트가 차지하는 비중만 95.1%에 이른다. 사실상 세노바메이트 하나에 의존하고 있는 실적인 셈이다. 이에 SK바이오팜은 차세대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사성의약품과 타깃단백질저해제, 세포·유전자치료제 등에 주목하며 관련 기업들과 공동 R&D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하면 SK바이오팜에게 진짜 원가는 R&D 비용일 수 있다. SK바이오팜이 올해 상반기 R&D에 쓴 돈은 8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최근 3년간 해당 비용은 △2022년 1228억원 △2023년 1371억원 △2024년 1613억원 등으로 빠르게 늘어 왔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에 대해 "신약 개발부터 미국 식품의약국 허가 획득, 직접 판매까지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바이오파마"라며 "상업화 비즈니스 모델을 실적으로 증명해 나가고 있는 첫 주자"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