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양행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자본시장에 선보이며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 유망 바이오벤처에 직접 투자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증권가와 투자사를 연결해 이부 자본을 끌어들이려는 포석이다. 이에 따라 투자사는 자금 유치의 기회를, 유한양행은 포스트 렉라자 확보를 위한 새로운 동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벤처·자본시장 잇는 오픈이노베이션 첫선

유한양행은 9월30일 서울 여의도 유안타증권 본사에서 바이오벤처 투자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인베스트먼트데이'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유한양행이 기존에 투자한 주요 바이오벤처를 벤처캐피털(VC)과 기관투자가에 소개하며 자본시장과의 접점을 넓히는 자리였다.
행사장에는 60여명의 VC 관계자가 참석했으며 이뮨온시아·프로젠·애드파마·휴이노·유한건강생활 등 5개사 관계자들이 무대에 올라 약 10분씩 사업현황과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행사는 유한양행이 단순 투자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포트폴리오와 투자자를 잇는 가교 역할을 자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 10여년간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신약을 개발해온 회사가 투자사와 자본시장을 직접 연결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연 셈이다.
현장에서 만난 유병준 유한양행 투자관리팀 과장은 "그간 투자했던 바이오벤처들과 자본시장이 직접 만날 수 있는 장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번에 선별된 기업들은 최근 상장했거나 준비 중인 곳들"이라고 설명했다.
포스트 렉라자 발굴 전략 고도화

이번 인베스트먼트데이는 유한양행이 제2의 렉라자 발굴을 위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한층 고도화한 시도다.
회사는 지난 10년간 바이오벤처에 지분을 사들이거나 자금을 대는 등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시행해왔다. 하지만 투자 기업이 늘면서 단독으로 모든 바이오벤처에 자금줄 역할을 하기는 어려워진 만큼, 증권가와 협업해 투자 리스크를 분산하고 차세대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나섰다.
유 과장은 "바이오 연구개발(R&D)은 항상 자금이 필요한 분야"라며 "유한양행이 모든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이번 기회에 추가 자본을 연결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이오벤처 측도 투자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김성호 이뮨온시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날 기자에게 "최근 코스닥시장에 상장해 자금 여력은 충분하지만 미래를 대비해 투자자와 접점을 넓히는 기회가 필요했다"며 "개발 중인 신약의 상용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언젠가는 자금이 더 필요할 수도 있는 만큼 투자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의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유한양행은 또 인베스트먼트데이를 정례화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유 과장은 "메이저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등 반응이 좋아 정례화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유한양행 투자설명회(IR)를 같이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귀띔했다.
조욱제 "연구와 자본 만나는 새로운 계기"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사장)도 인베스트데이에 참석해 투자 유치에 힘을 실었다.
조 사장은 "이번 행사는 당사와 관계 기업들의 선포 비전을 소비자 여러분과 직접 공유하는 뜻깊은 자리"라고 소개했다. 이어 "바이오 혁신은 단순 아이디어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연구역량과 충분한 자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십이 결합될 때 비로소 좋은 성과물이 탄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가 연구역량과 자본이 만나 혁신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계기가 되고 미래 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