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따라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제 금 가격이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 제공=국제금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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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 12월물 종가는 온스당 3897.5달러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현물 가격도 3866.66달러까지 올랐다. 연초 대비 가격은 50% 가까이 급등했다.

전날 미 연방의회가 건강보험 관련 지출을 비롯한 주요 쟁점을 두고 대치하며 예산안 처리에 실패하면서 미국 정부는 이날 오전 0시1분부터 7년 만에 처음으로 셧다운에 돌입했다. 불확실성이 증폭되며 위험자산은 약세를 보인 반면 대표 안전자산인 금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통상적으로 정부 셧다운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3일 공개될 예정이었던 핵심 고용 지표가 발표가 지연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몇 주 뒤 예정된 차기 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셧다운으로 인해 상당수의 연방정부 공무원을 감원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보통 셧다운 기간에 공무원들은 무급 휴직에 들어간다.

셧다운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1기 당시에는 부분적 셧다운이 역사상 최장 기간인 34일간 이어진 바 있다.

마이클 필드 모닝스타 수석 주식 전략가는 “금이 안전자산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지난 몇 년간의 금값 상승세는 정말 놀라울 정도였고 오늘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금값 급등의 직접적 요인이 미국 정부 셧다운이기는 하지만 이는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 마지막 지푸라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필드는 “주요 분쟁 두 건, 프랑스의 정치 불안, 새로 발표된 관세,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투자자들에게 매우 불안정한 그림이 연출되고 있다”며 “상황이 어려워지면 금이 힘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BNP파리바포르티스의 필리프 히셀스 최고 전략 책임자는 오래전부터 금값이 40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제는 더 높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금은 우리가 1년 반 전 제시했던 4000달러 목표에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며 “당시 금값 상승은 전적으로 중앙은행들의 매수에 의해 이뤄졌고 투자자들은 순매도자였지만 올해 들어 투자자들이 합류하면서 상승 속도가 확연히 가속화됐다”고 말했다.

히셀스는 지속적인 불확실성, 변동성과 전 세계적으로 고착화된 인플레이션 속에서 투자자들이 전통적인 60대 40 자산 배분 전략에서 벗어나 금 같은 실물 자산으로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과 금 관련 자산은 전 세계 평균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2%에도 못 미친다”며 “야구로 비유하자면 아직 2회나 3회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4000달러는 끝이 아니라 세계가 경험하게 될 사상 최강의 귀금속 강세장의 시작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UBS의  조니 테베스 전략가도 여전히 금 보유 비중이 낮다고 지적하며 향후 몇 분기 동안 금의 강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투자자들의 매수 확대와 금 투자 기반의 확산이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연준의 완화 사이클이 진행 중인 만큼 달러 약세와 실질금리 하락은 금 가격에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UBS는 연준의 완화 사이클 종료와 경기 회복 기대가 반영되며 이번 랠리가 내년 말에는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테베스는 “그렇다 해도 금이 전략적 자산 배분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조정은 제한적일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역사적 고점 수준에서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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