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이 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KT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이 3월 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KT 제공

김영섭 KT 대표 앞에 '해킹 사태'라는 암초가 등장했다. 취임 후 역대 최고 주가를 이끄는 등 경영 성과를 인정받았지만 9월 발생한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을 빌미로 정치권의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가 10월 국정감사(국감)를 앞두고 김 대표의 책임론과 과거 KT 대표 선임 과정의 외압 의혹까지 정조준하면서 KT가 사활을 걸고 추진해 온 '인공지능·통신기술(AICT)' 전환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해킹' 빌미로 김영섭 정조준

올해 국감은 김 대표의 연임 가도에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이달 14일 열릴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김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KT 해킹 사태의 원인과 후속 조치를 따져 물을 예정이다. 9월 말 청문회에서 "김 대표는 이번 사태가 끝난 뒤 사퇴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여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던 만큼 국정감사에서도 파상공세가 예상된다.

문제는 국회의 칼날이 단순히 해킹 사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방위는 이달 21일로 예고된 정보통신기술(ICT) 산하기관 국감에 'KT 사장 교체 관련'이라는 이례적인 안건으로 구현모 전 대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윤경림 전 KT 사장 등을 무더기 증인 신청했다. 전임 정부 시절의 외풍 의혹을 파헤쳐 선임의 정당성까지 흔들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2023년 3월 구 전 대표는 연임 도전을 포기했는데 당시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이 당시 정권의 영향력 아래 연임을 반대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김 대표가 후보로 등장해 새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과방위는 윤정식 KT텔레캅 사외이사, 추의정 KT 감사실장 전무 등 김 대표 취임 이후 KT와 연을 맺은 인사들도 증인 명단에 포함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낙하산' 논란까지 의제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과방위 관계자는 "2023년 차기 대표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의혹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 호응한 'AICT' 지속 여부 관건 

KT의 핵심 미래 전략인 AICT 전환이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 팔란티어 등 글로벌 빅테크와 잇따라 손잡고 AI 전문법인을 출범시키는 등 AICT 전환에 사활을 걸어왔다. 시장 역시 이에 호응하며 KT 주가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밀어 올렸다.

하지만 회사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수적인 AI 사업의 추진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장 MS와의 협력 사업 구체화, 추가적인 글로벌 파트너십 확보 등은 속도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AI 투자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하던 호텔 등 비핵심 부동산 자산 매각 작업도 차기 대표 선임 국면과 맞물려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회사가 제시했던 '2028년 자기자본이익률(ROE) 10%'와 같은 중장기 재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도 발목을 잡힐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자산 효율화를 위한 지분 매각, 합병에 적극적이었던 KT가 하반기 들어 눈에 띄게 둔해지는 느낌이 있다"며 "부동산 매각 등 올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던 작업이 지연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표는 아직 연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다. KT 관계자는 "본격적인 CEO 승계 작업은 12월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연임을 논하기에는 아직은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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