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스위스 엔지니어링 그룹 ABB의 로보틱스 사업을 약 54억달러에 인수한다. 이번 거래는 소프트뱅크가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을 융합하는 전략을 본격 추진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ABB의 로보틱스 사업을 53억7500만달러(약 7조6000억원)에 인수함다고 발표했다. 거래는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은 이후 내년 중후반 완료될 예정이다.
소프트뱅크는 ABB가 로봇 사업을 분리해 지주회사를 만들어 넘기기로 했고 매수 후 이 지주사가 소프트뱅크의 자회사가 된다고 설명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성명에서 “소프트뱅크의 다음 개척지는 물리적 AI”라고 밝혔다. 그는 “ABB 로보틱스와 함께 우리는 초인공지능(Artificial Super Intelligence·ASI)과 로보틱스를 융합한다는 공동의 비전 아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인재를 결집시킬 것“이라며 ”이는 인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혁신적 진화를 이끌 것”이라고 전했다. ASI는 인간 지능의 1만배에 이르는 AI를 뜻한다.
로이터통신은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가 AI 개발의 핵심 주체로 자리매김하도록 이번 인수를 추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프트뱅크는 2012년 프랑스 기업 알데바란의 지분을 인수하며 로봇 사업에 본격 진출했고, 2년 후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내놓았다. 페퍼는 상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로보틱스는 현재 소프트뱅크의 핵심 전략 영역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몇년간 버크셔그레이와 오토스토어에 투자했다. 몇 달 전에는 챗GPT 개발사 오픈AI 투자 라운드를 주도하며 400억달러를 투입했다. 또 지난 3월에는 반도체 설계 기업 암페어를 65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번 거래로 ABB는 산업용 자동화 사업 부문을 분사해 별도로 상장하려던 기존 계획을 철회했다. ABB는 공장 로봇 분야에서 일본의 화낙, 야스카와, 독일의 쿠카 등과 경쟁하고 있는데 수년간 매출 부진과 수익성 하락을 겪어왔다.
ABB의 로보틱스 부문 직원은 약 7000명이며 지난해 매출은 23억달러로 ABB 전체 매출의 7%를 차지했다. 그러나 전력화 및 자동화에 주력하는 ABB의 다른 사업과의 시너지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ABB는 지난 4월 주주들에게 로보틱스 부문을 분사 계획을 밝혔지만 모르텐 비에로드 ABB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소프트뱅크의 제안이 즉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에 매각을 택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