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약화되는 고용시장을 지탱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25%p씩 점진적으로 인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보다 큰 폭의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재차 주장했다.

16일(현지시간) 월러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실수를 피하고 싶다면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0.25%p씩 인하한 뒤 상황을 지켜보며 다음 조치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월러는 뉴욕 외교협의회(CFR) 행사에서도 “연준은 10월 29일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p 추가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 이후에는 견조한 국내총생산(GDP) 지표가 둔화하는 고용시장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월러는 경제 지표가 견조한 경제 성장세와 고용시장 둔화를 시사해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러는 당분간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제외하면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2%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자신의 견해에 따라 통화정책이 고용시장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월러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장기화돼서 “인력 감축이나 지출 삭감이 영구화된다면 4분기 성장 둔화 폭은 더 커지고 반등 폭은 작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주로 셧다운이 3주 차에 접어들며 장기화하고 있다.
이날 마이런은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0.5%p의 인하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최근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 갈등 재점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져서 신속한 통화 완화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마이런은 내년 1월까지 연준 이사직을 맡게 되면서 현재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직에서 일시 휴직 중이다.
마이런은 “통화정책이 지금처럼 긴축적으로 유지된 상태에서 이런 충격이 경제에 가해진다면 그 부정적 영향은 훨씬 커질 것”이라며 “10월 28~29일 회의에서 0.5%p 인하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10월 회의에서도 9월처럼 0.25%p 인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는 아마 0.25%p씩 총 세 차례 인하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월러는 지난달 FOMC 회의에서 대부분의 위원들과 함께 금리를 0.25%p 내려 4~4.25% 범위로 조정하는 데 찬성했다. 반면 마이런은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지며 0.5%p 인하를 주장했다.
월러는 내년 5월 임기가 종료되는 파월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 중 한명이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은 이번 주 초 “후보군을 5명으로 줄였고 추수감사절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종 명단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연은)의 톰 바킨 총재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온라인 행사에서 “건전한 기업 활동과 견조한 소비 수요, 그리고 불확실성 완화 속에서 노동시장의 기초 여건은 여전히 매우 탄탄하다”고 평가했다.
바킨은 또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 생산성 개선, 그리고 기업들의 가격 책정 시 신중한 태도 등이 관세 인상에 따른 물가 전가 효과를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상황이 다소 불안정해 보일 수 있지만 하방 위험을 상쇄할 수 있는 요인들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25%p의 인하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이는 올해 들어 두 번째 금리인하가 될 전망이다. 다만 여러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여전히 웃도는 상황에서 경계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날 제프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노동시장 둔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0.25%p 인하에 찬성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3% 수준으로 연준 목표를 웃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슈미드는 “인플레이션이 말하자면 아직 ‘착륙’을 완전히 이루지 못했다”며 “따라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몇 차례 회의에서 금리를 얼마나 더 내릴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