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H농협생명의 석연치 않은 판촉물 구매 과정과 관련, 거액의 리베이트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현장검사에 착수한 가운데 농협생명의 사고 금액이 은행권을 넘어서는 등 부실한 내부통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리베이트는 거래 과정에서 계약 당사자가 되돌려받는 불법 리턴금으로 통상 금품이나 현금 형태를 가리킨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농협생명의 판촉물 계약과 관련해 비위 혐의가 굉장히 짙다"며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감사 현장에서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협생명이 고객 사은품용 핸드크림 10만개(20억원 상당)를 수의계약으로 발주하면서 비자금성 리베이트 거래를 했다"고 지적했다. 허 의원실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지난해 12월 말 지역 농축협의 보험 판매 실적을 높이겠다며 '핸드크림 3종 세트'를 단가 2만원에 계약했다. 그러나 실제 납품 수량은 절반인 5만개에 불과했고 일부 자금이 외부로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의 핵심은 납품 구조다. 실질 공급처로 등장한 전남 완도의 피부관리숍은 농협생명 구매부서 3급 간부의 친여동생이 운영하는 업체로 알려졌다. 또 다른 판매책임업체는 자본금 1000만원 규모의 신생 법인으로 실체가 불분명한 '페이퍼컴퍼니'로 지목됐다. 생산단가(1만1000원)와 계약단가(2만원) 차액을 기준으로 최대 9억원 규모의 비자금이 조성된 것으로 추산된다.
더욱 문제는 농협생명의 상위 기관이 주관한 감사가 전무했다는 사실이다. 허 의원은 "농협금융지주는 해당 의혹에 대해 내부 감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미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압수수색 등 형사 절차도 병행되고 잇으며 금감원의 자체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임을 알렸다. 그러면서 농협중앙회를 중심으로 내부통제의 취약점을 지도할 것도 언급했다.
한편 금감원은 농협생명 외에도 사은품을 취급하는 보험 업계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을 예고했다. 이 원장은 "유념해 관련 검사를 할 때 반영하겠다"며 "보험상품 판매 과정에서 비슷한 관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