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을 위한 공개 매각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채권자의 동의만 있다면 청산가치보다 낮은 가격에도 정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가 워낙 덩치가 큰 인수합병(M&A) 매물이란 점에서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던 와중, 채권자의 결단과 함께 새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과 매각주관사인 삼일PwC는 최근 홈플러스 공개매각을 공고하고 오는 31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받는다. 접수된 기업을 대상으로 다음 달 3~21일 예비실사를 거친 뒤 26일 입찰서를 받을 예정이다.
관건은 역시 가격이다. 회생절차를 밟는 기업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청산가치 이상을 제시하는 인수자가 나와야 한다. 이대로라면 홈플러스를 품에 안기 위해서는 수조원 대의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앞서 조사위원으로 지정된 삼일PwC는 홈플러스의 청산가치를 3조6816억원으로, 계속기업가치인 2조5059억원보다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채권자 동의만 있다면 청산가치보다 낮은 금액으로도 매각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M&A 전문 변호사는 "법원의 판단과 채권자의 동의가 있다면 청산가치보다 낮은 인수 제안도 성사될 수 있다"며 "채권자가 부채를 일부 탕감하거나 분할 납입으로 조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스토킹호스 방식의 인가 전 M&A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대형 유통업체 특유의 덩치와 재무 부담 탓에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공개매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스토킹호스는 조건부 인수자를 미리 정한 뒤 공개입찰을 거쳐 최종 인수자를 찾는 방식이다. 인가 전 M&A는 법정관리 중인 기업이 회생계획 인가 전에 M&A를 추진하는 것으로 구주를 매각하는 통상적인 M&A와 달리 신주를 발행해 새로운 인수인이 대주주가 되는 구조다.
홈플러스는 자산이 부채보다 4조원가량 많아 기본적인 재무구조는 안정적이란 평가다. 현재 약 6조8000억원의 자산과 2조9000억원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또 MBK가 과거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지만, 인가 전 M&A 과정에서 2조5000억원 규모의 보통주를 전량 무상소각하면서 매각가가 낮아졌다.
홈플러스는 전국적으로 대형마트 126곳과 기업형 슈퍼마켓 308곳의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물류 거점으로는 여전히 가치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제출 마감은 다음달 10일로 예정돼 있다. 매각 일정에 따라 한 차례 더 연기될 가능성도 크다. 법적으로는 회생절차 개시일인 3월 4일로부터 1년 이내에 회생계획 인가가 이뤄져야 하며, 필요한 경우 6개월 연장이 가능해 내년 9월까지 기한을 늘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