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2년 울산의 작은 어촌마을에서 배를 만들던 HD현대가 수년이 흐른 지금 'K-조선' 기술로 전세계 이목을 끌고 있다. '조선·해양, 에너지, 산업기계' 3대축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하며 새로운 항해를 시작했다. 이 비전을 이끄는 핵심 동력 중 하나가 바로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이다. 아비커스의 출발점에는 "전통적인 선박 건조 기술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정기선 회장의 통찰력이 있다.
정 회장은 최근 경주 APEC CEO 서밋의 부대 행사로 열린 '퓨처 테크 포럼: 조선'에 기조연설자로 자리했다. 그는 서두에 자율운항 기술을 설명하며 아비커스를 언급했다.
아비커스는 2020년 HD현대 자회사로 설립됐다. 당시 정 회장은 경영지원실장을 맡아 그룹의 신사업을 총괄했다. 정 회장은 자율운항 선박 기술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판단해 출범을 주도했다.
아비커스는 HD현대가 10억원을 투자해 만든 사내 벤처로 작은 실험에서 출발했다. 실적은 지난해 기준 매출 70억원, 영업손실액 139억원으로 아직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다만 기술력 측면에선 고무적인 성과를 보인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아비커스는 이미 3년 전 세계 최초로 상용 선박에 자율운항 기술을 적용해 태평양 횡단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액화천연가스(LNG)를 가득 실은 대형선박이 미국 휴스턴에서 출항해 한국까지 인간의 개입 없이 완전 자율운항으로 항해한 세계 최초의 사례"라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과 교류에 다리를 놓고 있다. 최근 HD현대그룹은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업 펀드를 핵심으로 하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등 미국 사업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9일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되면서 미국 조선소 인수 등 투자가 구체화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아비커스의 자율 운항 기술도 이목을 끌 전망이다. 이번 한미 동맹이 M&A를 넘어 인적·기술 교류까지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HD현대와 미국 방산 업체 안두릴은 무인수상정(USV) 공동 개발을 목표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HD현대의 자율운항 기술과 안두릴의 임무자율화 기술을 결합한 무인함정을 내놓을 계획이다.

HD현대는 AI 기반 운항 최적화, 자율운항, 초고효율 선박 설계와 더불어 전기추진, 연료전지, 저탄소 연료인 암모니아,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같은 에너지 혁신 기술 등을 동원해 지속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 선박 건조를 위한 공정 환경도 지능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 회장도 기조연설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 조선소 구축을 강조했다.
현재 HD현대는 스마트 조선소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조선소는 선박의 설계·건조 단계에서부터 AI와 디지털 트윈 기술 등이 적용된다. 2030년까지 3단계 투자가 완료되면 생산성이 30% 오르고 공기가 30% 단축되는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
정 회장은 "이러한 첨단 역량을 기반으로 미 해군을 필두로 하는 차세대 함대 건조와 조선소 재건 등에 적극 첨여하겠다"며 "미국의 새로운 해양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