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통폐합 등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의 재무현황을 짚어봅니다.

효성화학 울산 용연공장 전경 /사진=효성
효성화학 울산 용연공장 전경 /사진=효성

 

효성화학은 그룹 내 주축 계열사로서 효성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석유화학 업황의 반등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지주회사의 화학 계열사 지원 여력이 변수로 지목되고 있지만 효성화학은 이 측면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는 적자폭 축소를 위해 친환경 소재인 폴리케톤 등 스페셜티 제품의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원가 절감 노력을 병행할 방침이다.

 

효성의 전폭 지원…핵심 계열사 위상 견고

효성화학은 8월 유동화 대출을 통해 500억원을 확보했다. 이 자금을 조달하기까지 과정은 매우 복잡했다. 우선 뉴스타에이치켐제이차가 사모사채를 발행해 뉴스타에이치켐제일차에게 500억원의 ABL 대출을 실행하고 이후 뉴스타에이치켐제일차는 효성화학과 기저 대출 약정을 맺고 자금을 빌려주는 구조다. SPC 두 곳을 거치면서 금융 구조가 여러 단계로 나뉘지만 실질적인 차주는 효성화학인 셈이다.

이처럼 설계한 것은 변제의 의무는 효성화학에 있지만 회계상 책임은 분산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이번 유동화증권 발행에는 효성이 자금보충인으로 나섰다. 효성화학의 상환 여력이 떨어질 경우 부족한 자금을 대신 지급하는 일종의 '보증인' 역할이다. 같은 날 발행된 1200억원 규모의 유동화증권도 효성이 신용보증기관으로 명시됐다. 

효성화학의 사례처럼 지주회사가 직접 신용보강자로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효성의 도움은 이 뿐만 아니다. 효성화학이 자본잠식에 빠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도 지주회사의 지원 덕분이다. 

효성화학은 화학 부문의 손실이 누적되면서 결손금이 2023년 73억원, 2024년 1951억원으로 증가한데 이어 최근 3241억원까지 쌓인 상태다. 반면 현재 효성화학의 자기자본은 5181억원으로 적자 상태에서도 자본금(190억원)은 온전히 유지되고 있다. 효성화학은 채권 투자자와 약정에 따라 별도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이 500%를 초과해선 안 된다.

현 수준의 자기자본이 유지되는 것은 자본 계정에 있는 주식발행초과금 3747억원과 기타자본구성요소 4486억원이 결손금을 상쇄한 영향이 크다. 

주식발행초과금은 2018년 효성에서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등 4개사가 인적분할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효성화학의 몫으로 액면가를 초과하는 수준의 순자산이 넘어오면서 주식발행초과금이 쌓인 것이다. 이는 효성이 충분한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향후 주식발행초과금은 결손금을 해소하는 빅배스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반면 기타자본구성요소는 분할 이후 쌓인 것이다. 당초 이 항목의 금액은 2400억원 수준이었지만 작년 총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본이 축적됐다. 해당 신종자본증권은 효성이 전액 인수했다. 효성화학은 별도의 투자자를 유치하지 않고 손쉽게 자본을 확충했으며 효성은 이에 따른 이자 수익을 확보했다.

이러한 효성의 지원 여력은 효성화학이 업황 부진 시기를 버텨낼 수 있는 핵심 동력으로 평가된다.

 

/자료=효성화학
/자료=효성화학

 

PP 부진 친환경·고부가로 돌파

현재 정부 주도로 추진 중인 석유화학사 구조조정은 NCC(나프타분해설비) 업체에 집중됐다. 효성화학은 NCC 설비를 직접 가동하지 않고 기초유분을 외부 조달에 의존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영향권에선 한발 물러나 있다.

다만 주력 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이 중국의 물량 공세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고부가 가치 제품 판매를 늘리고 원가 혁신을 시도하는 것이다. 

실제로 효성화학은 PP 판매 감소분을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2013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폴리케톤' 개발에 성공했으며 2015년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효성화학의 폴리케톤이 특별한 이유는 산업현장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를 포집해 이를 원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상당 규모의 일산화탄소가 쓰이기 때문에 탄소 저감 효과가 크다. 폴리케톤은 범용 플라스틱 대비 단가도 높다.

주로 자동차 부품, 식품용 포장재, 가전 내장재, 문구류 등에 쓰이며 회사 측은 수요처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원재료 단가를 낮추기 위한 방한도 모색한다. 현재 효성화학은 주요 원재료(프로필렌·PX·나일론칩·PET칩)의 가격 변동에 따라 원가를 관리하고 있다. 유가와 납사 시황에 연동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어 일정 기간 가격을 고정할 수 있는 장기 공급 계약 체결이나 협상력 강화를 통한 원가 안정화가 유효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또한 SK어드밴스드, 에쓰오일, 마루베니(Marubeni), 효성티앤씨 등으로부터 원료를 조달하고 있으며 향후 다변화가 예상된다.

효성화학 관계자는 "폴리케톤 공급 물량 확대 기조에 맞춰 신규 수요처를 발굴하고 원가를 낮춰 마진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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