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으로 골프 여행을 떠난다면 가장 먼저 가야할 곳은 어디일까. 한국인 골퍼들에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마닐라 남부 카비테에 위치한 이글릿지 골프 앤 컨트리클럽(CC)은 ‘필리핀 골프의 성지’로 불릴 만큼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대표 코스다. 지난 24일부터 2박 3일간 머문 이글릿지 CC는 유명세를 떨치는 골프장임에도 여전히 변화를 멈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국식 코스 관리, 야간 라운드, 골프텔 시스템이 더해지며 ‘필리핀 골프의 성지’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었다.
이글릿지 CC, 한국인 골퍼들의 첫사랑
이글릿지는 필리핀 최대 규모인 72홀의 챔피언십 골프클럽이다. 앤디 다이(Andy Dye), 닉 팔도(Nick Faldo), 그렉 노먼(Greg Norman), 이사오 아오키(Isao Aoki) 등 세계적 디자이너 네 명이 각각 코스를 설계했다. 각 코스는 난이도와 스타일이 달라 한 곳에서 네 개의 골프장을 경험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데다 오랜 시간 축적된 운영 노하우와 탄탄한 인프라가 결합해 지금도 한국인 골퍼들의 첫 여행지로 손꼽힌다.

이 가운데 최근 ‘파인힐스(Pine Hills)’ 코스로 리뉴얼된 구(舊) 앤디 다이 코스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파인힐스CC가 직접 위탁 운영을 맡아 잔디 관리, 코스 정비, 시설 업그레이드 등을 한국 기준으로 전면 개선했다. 페어웨이는 보다 단단해졌고, 벙커의 난이도와 배치도 정교해졌다. 내년 상반기에는 야간골프 시스템 도입도 예정돼 있어 ‘골프만을 위한 하루’를 완성할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운영 주체인 산타 루시아 그룹은 필리핀 내 11개의 골프장을 보유한 대형 개발사로, 이글릿지를 자사의 플래그십 코스로 관리하고 있다. 보이 블루 오캄포 총지배인은 “이글릿지는 팬데믹 이전에도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을 수용하던 한국인 골퍼 중심의 대표 코스였다”며 “현재는 코스 리뉴얼과 합리적 요금 정책을 병행해 한국 시장의 회복세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CC에서 카트로 3분, 골프 최적화 숙소 '마이크로텔'
이글릿지의 차별화 포인트는 숙박과 식음 시설의 결합이다. 마이크로텔 바이 윈덤 이글릿지(Microtel by Wyndham Eagle Ridge)는 골프장 내부에 자리한 숙소로, 카트를 타고 클럽하우스까지 3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넓은 객실과 깔끔한 시설, 서양식 조식 메뉴가 제공되며 ‘골프에 집중하기 위한 숙소’로 최적화돼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고도 편리한 시설은 ‘숙소 바로 옆의 한국식당’이었다. 김치찜, 닭갈비, 동태찌개, 삼겹살 등 다양한 한식 메뉴를 제공하고 소주까지 판매해 라운딩을 마친 뒤 바로 한국식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필리핀 현지에서 느끼는 ‘낯선 편안함’이란 이런 것이다.

이글릿지는 해발 180m의 고지대에 자리해 마닐라 도심보다 바람이 선선하고 공기가 맑다. 열대 특유의 습도 부담이 적고, 코스 곳곳의 워터해저드와 수목이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러운 경관 속에서 쾌적한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초보자부터 상급자까지 모두 수용 가능한 코스 설계는 한국인 골퍼들의 재방문율을 높이는 핵심 요인이다.
글로벌여행기업 IRC(아일랜드리조트클럽)은 이글릿지를 중심으로 셔우드힐스, 인트라무로스 골프클럽 등을 연계한 ‘마닐라 프리미엄 골프투어’를 본격 추진 중이다. IRC 최혁 대표는 “이글릿지는 오랜 시간 검증된 코스이자 한국 골퍼들이 가장 익숙하게 느끼는 해외 골프장”이라며“숙소, 항공, 식음 인프라가 모두 결합된 완성도 높은 여행지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