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우드힐스CC의 대표 전경.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코스답게, 페어웨이 한가운데 자리한 나무와 워터해저드가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자연의 흐름을 그대로 살린 링크스형 리조트 코스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사진=심현희 기자
셔우드힐스CC의 대표 전경.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코스답게, 페어웨이 한가운데 자리한 나무와 워터해저드가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자연의 흐름을 그대로 살린 링크스형 리조트 코스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사진=심현희 기자

 

필리핀 골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구장이 있다. 마닐라 남부 카비테주 트레세 마르티레스에 위치한 셔우드힐스 골프클럽(CC)이다. 세계적인 명장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이 코스는 자연의 흐름을 최대한 살린 링크스형 리조트 코스로, 한국 골퍼들에게는 자연과 여유과 공존하는 필리핀의 대표 구장으로 통한다. 

25일 방문한 셔우드힐스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의 여유’였다. 첫 홀에서 티샷을 날리는 순간, 시야를 가로막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페어웨이는 넓고 완만하며, 러프는 깊지 않다. 한 번의 실수가 곧 OB로 이어지는 한국식 코스에 익숙한 골퍼라면 이곳의 관대함이 낯설 정도다. 그러나 방심하기엔 이르다. 워터해저드와 벙커는 자연스럽게 배치돼 있지만 플레이 흐름을 세심히 방해한다. 단순한 ‘쉬운 코스’가 아니라, 실수마저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리듬감이 있었다.

 

“인공미를 버리고, 바람의 결을 살리다”

니클라우스는 셔우드힐스를 설계하며 “인공적으로 꾸미지 말고, 바람과 언덕의 결을 살리라”고 주문했다. 덕분에 코스 곳곳은 마치 숲과 들 사이를 걷는 듯 자연스럽다. 페어웨이 주변의 코곤(Cogon) 잔디와 천연 수목이 그린과 이어지며, 어떤 홀에서는 물 위 반사광이 그대로 플레이의 변수로 작용한다. 이곳의 헤저드는 위협보다는 풍경에 가깝다. 바람이 잔디를 스치며 내는 소리, 볼이 낙하하며 만드는 짧은 탄성, 모든 것이 자연의 일부로 흡수된다.

 

셔우드힐스CC 9번홀 티잉 그라운드 전경. 워터해저드를 넘기는 티샷이 요구되는 이 홀은 셔우드힐스의 백미로 꼽힌다.잔잔한 수면과 대비되는 긴장감이 플레이어의 집중력을 시험한다./사진=심현희 기자
셔우드힐스CC 9번홀 티잉 그라운드 전경. 워터해저드를 넘기는 티샷이 요구되는 이 홀은 셔우드힐스의 백미로 꼽힌다.잔잔한 수면과 대비되는 긴장감이 플레이어의 집중력을 시험한다./사진=심현희 기자

 

셔우드힐스는 초보자에게도, 상급자에게도 각기 다른 매력을 준다. 초보자에게는 ‘실수를 받아주는 여유’를, 상급자에게는 ‘거리감과 코스 전략의 재미’를 제공한다. 특히 9번홀과 16번홀은 코스의 백미로 꼽힌다. 9번홀은 워터해저드를 넘기는 티샷이, 16번 파3홀은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깊은 벙커가 긴장감을 만든다. 한 홀 한 홀 진행될수록 플레이어의 집중력과 체력을 시험하는 듯했다.

 

“여행의 끝에 서 있는 골프장”

클럽하우스는 캘리포니아식 미션 스타일의 건축으로, 라운드를 마친 뒤 마주하는 석양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테라스에 앉아 얼음잔에 따른 산미구엘 맥주를 마시고 있으 페어웨이 위로 붉은 노을이 천천히 내려앉는다. 이 장면 하나로도 이곳이 단순한 골프장이 아니라 ‘여행의 목적지’임을 실감하게 된다.

테라스에서 즐기는 산미구엘 맥주 한 잔. 라운드를 마친 뒤 펼쳐지는 잔디와 노을, 그리고 한 모금의 시원함이이곳이 단순한 골프장이 아닌 ‘여행의 목적지’임을 실감하게 한다./사진=심현희 기자
테라스에서 즐기는 산미구엘 맥주 한 잔. 라운드를 마친 뒤 펼쳐지는 잔디와 노을, 그리고 한 모금의 시원함이이곳이 단순한 골프장이 아닌 ‘여행의 목적지’임을 실감하게 한다./사진=심현희 기자

 

접근성 또한 강점이다. 마닐라 중심부에서 차량으로 1시간 남짓, 이글릿지CC에서 10분 이내 거리다. 덕분에 마닐라 남부의 주요 코스와 연계한 일정 구성이 쉽다.특히 IRC(아일랜드리조트클럽)가 운영 중인 ‘마닐라 프리미엄 골프투어’에서는 셔우드힐스를 ‘힐링형 라운드 코스’로 포지셔닝해 이글릿지의 대형 코스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셔우드힐스는 화려하지 않다. 대신 꾸밈이 없다. 인공조경보다 자연을 존중하는 설계, 강한 도전 대신 느긋한 리듬, 이 모든 것이 골프의 본질을 되새기게 한다. 공이 날아가면 마음은 편해지는 곳 그게 셔우드힐스의 진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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