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위춘재 변호사, 이태혁 외국변호사, 유종권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제공 
(왼쪽부터) 위춘재 변호사, 이태혁 외국변호사, 유종권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제공 

정부가 123대 국정과제에 방위산업 4대 강국 도약을 포함하며 K-방산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에서 "국정과제에는 방위산업을 국민이 믿고 의지하는 주력 제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의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방산 수요가 증가하면서 K-방산의 성장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로펌 업계 역시 K-방산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방산기업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군사보안 이슈가 증가하면서 방위 산업 전반에서 자문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올해 3월 '해외방산팀'을 신설해 이 같은 변화의 선두에 섰다. 수출입 통제, 기술이전, 조달계약, 방산업체 인수합병(M&A), 분쟁 대응 등 방산 관련 법률 리스크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각국 정부와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율촌의 각 전문팀이 협업하며 해외 방산 업무를 수행하는 가운데 특히 M&A팀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M&A팀은 크로스보더 딜(국경 간 거래), 해외 투자 등으로 다져진 역량을 방산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 율촌은 "해외 방산 업무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기업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M&A 분야 변호사들의 업무 전문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M&A 분야 3인방, 국제거래 노하우로 해외 방산 자문

M&A팀은 이태혁 외국변호사(미국 뉴욕주), 유종권(연수원 36기)·위춘재(38기) 변호사를 중심으로 해외방산팀 업무에 관여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미국 로펌인 Orrick, Herrington & Sutcliffe LLP 등에서 다양한 국제 거래, 자문 업무를 수행했다. 율촌에서는 크로스보더 딜과 기업 자문, 국내외 기업과 사모펀드 등을 대리해 분쟁 대응 업무를 수행했다. 이러한 글로벌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방산팀에서도 실무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유 변호사는 외국인 투자, 해외 투자, 기업인수합병을 중심으로 다양한 자문을 수행했다. 국내 거래뿐 아니라 해외 투자, 크로스보더 딜 업무가 주요 영역이다. 특히 독일을 포함한 유럽계 투자자들과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토대로 '율촌 German Desk'(독일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해외방산팀 공동팀장을 맡고 있다.     

위 변호사는 M&A, 해외 진출, 경영권 분쟁 등과 관련된 기업 자문을 담당한다. 일본 니시무라아사히 법률사무소에서 외국변호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 일본 기업의 한국 진출이나 한국 기업의 일본 진출과 관련한 실무를 폭넓게 수행하고 있다. 

 

K-방산 시대…로펌, 해외 진출·공공계약·분쟁 대응 자문

이태혁 외국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제공 
이태혁 외국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제공 

-국내 로펌들이 방산 분야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보나.

△이 변호사=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 국제 정세 악화로 방산 분야가 부각됨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는 비단 국내 로펌만의 현상은 아니고, 외국 로펌에서도 명확히 확인된다. 특히 한국의 방산업체들이 제품을 수출하는 상대 국가의 로펌들은 오히려 한국 진출을 자문하고자 국내 로펌을 선제적으로 방문해 기회를 찾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국제 질서가 지속적으로 변화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도 계속될 것이다.  

-특히 정부의 K-방산 육성 정책이 로펌의 해외 방산 자문 시장에 영향을 줄 것 같다.

△유 변호사=국내 방산업체의 해외 진출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고, K-방산 육성 정책에 따라 앞으로도 투자와 열기가 높아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해외 진출의 경우 해당 국가의 로펌에 의존해야 하는 영역이 분명히 있지만, 방산 특유의 법률 리스크 때문에 국내 로펌이 대표 자문사(lead counsel)의 역할을 할 기회와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율촌은 기존의 방산팀을 재편해 해외방산팀을 신설했다.

△위 변호사=기존에는 방위 산업을 정부가 100% 주도했다면, 지금은 민간으로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보니 국내외 방산업체 간 협력이나 분쟁 등 다양한 법적 이슈가 발생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팀을 재편해 국내 최초로 '해외방산팀'을 신설했다. 이전에는 국방공공계약팀이 관련 업무를 담당했지만 해외 방산업체, 국내 방산업체, 정부 등 어디든 전문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팀을 확대 개편하고 전문화했다.  

-해외방산팀의 강점으로 팀 간 협업을 꼽았다. 실제 자문 과정에서 어떤 효과가 있나. 

△유 변호사=해외방산팀은 방산우주항공전략센터 소속으로 국방공공계약팀, 우주항공팀, M&A팀 등과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국내외 방위산업과 방산기술·보안에 대한 전문성에 해외 투자, M&A, 기업법무 역량이 결합해 체계적이고 통합된 자문이 가능하다. 동시에 고객 접촉, 세미나 개최 등 대내외 활동을 진행해 전문성을 고도화하고 있다.  

유종권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제공  
유종권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제공  

-해외 업무 시 해외 로펌과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인터내셔널 보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변호사=인터내셔널 보드는 해외 업무 수행과 관련한 경쟁성을 강화하기 위해 업무 매뉴얼 정비, 현지 로펌과의 협업 정책 마련 등을 논의하는 회사 내 조직이다. 국가별 로펌의 전문성과 강점을 데이터베이스화한 내부 시스템도 관리하며 변호사들이 상시로 정보를 교환하고 업데이트한다. 단순히 '율촌은 해외 유수 로펌과 협업한다'는 말에 그치지 않고, 최적의 결과를 내기 위해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내부 자산으로 체계화한 것이다.

△위 변호사=변호사들의 해외 업무 역량을 고르게 강화하고자 다른 변호사가 수행한 해외 업무 관련 정보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로펌과 협업하면서 이들의 특징과 강점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이 해외 로펌을 찾을 때 풍부한 정보, 사례도 공유할 수 있다.  

-해외 방산 업무에 M&A팀의 경험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이 변호사=크로스보더 딜을 하면서 쌓은 역량은 방산 업무에서도 발휘된다. 특히 율촌은 2000년대 중반부터 롯데제과의 벨기에 길리안 인수, 롯데케미칼의 말레이시아 타이탄 인수 등의 주요 딜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 현지 로펌과 협업하며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국제적 수준의 법률 자문을 국내 기업의 입맛과 현지 법·관행에 맞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전문성은 일반 딜과 달리 높은 특수성이 요구되는 해외 방산 업무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 기업의 해외 방산 투자나 M&A 자문을 진행할 때, 국내 로펌이 현지 로펌에 비해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나.

△위 변호사=일본을 예로 들면, 일본 기업은 해외 진출을 할 때 자국 로펌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로펌이 현지 로펌을 선정하고 협업을 주도하는 것이다. 이는 자국 로펌이 해당 기업의 법률 이슈, 수출 관련 규제 등을 잘 이해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업무 효율성이 높고, 기업이 원하는 결과를 정확하게 이끌어낸다. 로펌 입장에서도 자국 기업과 계속 협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업무를 수행한다.

△이 변호사=비용 측면에서도 국내 로펌과 협업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다. 미국이나 유럽 로펌은 시간당 비용이 한국 로펌에 비해 높아 업무 범위를 명확히 정하지 않으면 초기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로펌은 우리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업무를 명확히 이해한 뒤 해외 로펌과 직접 소통하며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국내 로펌, 해외 로펌을 동시에 선정하면 '원 플러스 원(1+1)' 형태로 비용이 두 배로 늘어난다고 오해하지만, 국내 로펌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업무가 비효율적으로 진행돼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서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해외 방산 투자의 핵심, '신뢰 구축·규제 체계 이해'

위춘재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제공 
위춘재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제공 

-최근 해외 M&A 및 투자 양상은 어떠한가.

△이 변호사=방산을 비롯해 인공지능(AI), 바이오, 헬스케어 등 첨단 산업 분야의 업무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투자 대상국은 미국과 유럽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인도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한화생명의 인도네시아 리포은행 인수, DB손해보험의 미국 포테그라 보험 인수를 자문한 경험에 비춰볼 때, 금융회사가 신흥시장 진출 경험을 바탕으로 선진국 시장에서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해외 방산 M&A 및 투자는 안보나 기술 보호 문제로 진입장벽이 높을 것 같다. 기술 이전 요구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점이 계약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위 변호사=특히 해외 국방공공계약 프로젝트에서 기술 이전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프로젝트의 성격이나 진행 단계에 따라 기술 이전이 투자 또는 M&A 거래에서 논의되거나 계약서에 반영되는 정도는 차이가 있지만, 프로젝트나 계약 구조를 설계할 때 처음부터 고려해야 한다. 또 기술 이전과 관련해 기존 기술(Background IP)를 보유하고 있는 쪽이 정부 기관인 경우도 많아 필연적으로 대관 업무와도 연계된다.

-국내 기업이 성공적인 해외 방산 투자를 위해 갖춰야 할 조건 등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유 변호사=기술과 속도,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외국 정부, 파트너 업체와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출 통제나 군수품 조달 관련 법령 등 국내외 규제 체계에 대한 깊은 이해도 필요하다.

또 한국 정부와 투자 대상국 간의 안보 협력 관계가 원활하고, 투자 대상국 방산업계의 진입 장벽이 낮은지도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방산산업이 발달한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보다 폴란드 등 중동부 유럽 국가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

-자문 사례 중 인상 깊었던 사례가 있다면.

△유 변호사=최근 해외방산팀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폴란드 최대 민간 방산기업인 WB그룹 간 합작계약 체결과 합작법인 설립을 자문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 이를 위해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수많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몰려 있던 중앙역을 지나 협상장으로 향했던 순간이 인상 깊었다.

또 자문을 통해 방산 분야 합작계약의 특수성을 깊이 있게 다룰 수 있었고, 폴란드 등 유럽 전반의 방산에 대한 높은 관심과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특히 계약 서명식이 유럽 3대 방위 산업전시회인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에서 진행된 점도 방산 분야 M&A이기에 가능했던 특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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