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이 30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면서 일부 계열사 대표가 교체된 가운데,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가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이번 인사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만큼, 그의 경영 능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미국 처방 수가 급성장하며 실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이 대표는 세노바메이트의 매출을 극대화하고 차세대 파이프라인 확보에 힘을 쏟겠다고 밝힌 만큼, 이러한 경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오는 11~12월로 예정된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의 전무 승진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세노바메이트의 직판 모델을 본궤도에 올린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다.
이동훈 대표 내년 3월 임기 만료
SK그룹에 따르면 이날 2026년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고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등을 교체했다. 이런 상황에서 취임 3년차인 이 대표는 내년 3월까지 변동 없이 임기를 채우게 됐다.
이 대표는 196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회계법인 삼정KPMG에서 근무했다. 이후 동아에스티에 입사해 제약업계에 발을 들였다. 2019년에는 SK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바이오투자센터장을 역임하며 바이오사업 관련 투자와 M&A를 업무를 맡았다. 그는 2023년 3월 주총에서 SK바이오팜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성장을 이끌어냈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직접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로, 미국시장에서 2019년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이 대표가 취임하면서 출시 4년 만에 미국 내 처방 수 기준 2위에 올랐으며, 올해 2분기에는 처음으로 분기 매출 1억 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이 대표는 세노바메이트를 중심으로 혁신신약과 디지털 기술결합 전략을 본격화한다는 큰그림을 그리고 있다. 뇌전증 신약을 인공 지능(AI) 기반 디지털 치료로 확장한다는 목표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SK바이오팜이 단일 신약 중심의 성장 구조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을 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윤정 SK바이오팜 본부장…전무 승진 여부 관심
주목할 부분은 최 본부장이 ‘세노바메이트’의 급격한 성장세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다. SK그룹의 부사장 임원 인사는 11월 말~12월 초 예정된 만큼, 최 본부장의 전무 승진 여부에 대해서도 업계 관심이 모인다.
최 본부장은 1989년생으로, 중국에서 베이징국제고를 졸업한 뒤 미국 시카고대 생물학 학사와 스탠퍼드대 생명정보학 석사, 서울대 생명과학 박사 과정을 거쳤다. 시카고대 뇌과학연구소와 하버드대 물리화학연구소 등에서 연구원을 지냈다. 2017년 6월 SK바이오팜에 입사해 2023년 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 최연소 임원이 됐다.
시장에서는 최 본부장이 세노바메이트 직판 모델의 정착과 확산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통상 직판 체제는 영업인력 운영, 보험 협상, 물류 관리 등 회사가 직접 떠안아야 할 과제가 파트너십 체제에 비해 많은 탓에 초기 부담이 크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를 관리하면서 직판 모델을 본궤도에 올리는 중추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그룹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각 계열사가 직면한 현안을 빠르게 해결하고, 현장과 실행 중심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