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프리픽,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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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15% 관세 부과가 확정되면서 해외 생산기반이 없는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을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네릭 의약품은 무관세로 유지됐지만, 바이오시밀러는 아직 품목 분류가 미정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으로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을 거론하면서도, 비용 부담과 전략적 한계가 공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생산 집중된 중견사, 관세 리스크 직면

2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이번 한미 관세협상 결과에 따라 의약품에는 15% 관세가, 제네릭에는 무관세가 적용된다. 세부 품목 관세는 미국 측 고시를 통해 확정될 예정으로, 바이오시밀러가 어느 범주에 속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국내 기업들은 후속 발표에 따라 수출단가와 계약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바이오시밀러 기업 가운데 해외 생산기지가 없는 중견사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국내 공장에서 완제품을 제조해 수출하는 구조로, 관세가 부과될 경우 단가 인상보다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15% 수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수출 마진에 직격탄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기업은 삼천당제약, 알테오젠, 에이프로젠 등이다. 이들 모두 현재는 국내 생산 중심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향후 미국 시장 진입 시 관세 부담을 직접적으로 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진다. 업계는 관세 체계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향(向) 제품을 준비 중인 기업일수록 납품 단가 조정이나 계약 이행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선도 기업으로 불리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지 판매법인이나 유통 파트너를 기반으로 일정 부분 관세 부담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중견사들은 미국 내 직접판매망이 없어 수출단가 조정이나 수익성 하락이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점쳐진다. 일부 기업이 기술수출(LO)이나 위탁생산(CMO) 계약을 통해 간접 진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생산거점이 국내에 머무는 한 가격 경쟁력 방어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동아ST는 중견사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앞선 대응 구조를 갖춘 사례로 꼽힌다.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를 국내에서 생산해 유통사 어코드바이오파마를 통해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진출은 아니지만, 현지 파트너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물류·유통 부담을 분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간접진출 모델이 중견사들에 현실적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지화 전략, 관세 회피 넘어 구조 전환 시험

업계는 관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해법으로 '로컬라이제이션'을 최우선과제로 꼽고 있다. 미국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진 만큼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단순 수출하는 방식으로는 수익성을 방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미국 제약사나 유통사와의 협력, 혹은 합작법인(JV) 설립을 통해 통관·세금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다만 중견사 입장에서는 현지화가 단순한 투자 결정으로 끝나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미국은 인건비·시설비뿐 아니라 품질·인허가 규제가 까다로워, 생산거점을 직접 이전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규모의 경제가 확보되지 않으면 관세를 피하더라도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개별 기업 단위로는 초기 투자비와 운영 리스크를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타난다.

실질적 대안으로는 '간접 현지화' 모델이 부상하고 있다. 현지 공장 신설 대신 글로벌 제약사나 유통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생산·판매 단계 일부를 현지화하는 방식이다. 업계는 이 같은 구조가 초기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미국 내 공급망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파트너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기술료 배분이나 브랜드 주도권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은 중장기 리스크로 언급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수출 중심 구조가 근본적 전환점에 놓였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관세 리스크 대응이,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경쟁력과 공급망 분산이 동시에 요구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지화는 단순한 관세 회피가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 가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미국 기업들이 약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에게 약가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며 "그걸 받지 않으면 신약 관련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관세협상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라 글로벌 빅파마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외부환경이 변하는 지금은 기존의 루틴에서 벗어나 벤처가 제약사를 인수합병(M&A)하는 등 정부 정책에서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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