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가운데)이 온산제련소에서 생산해 미국 등에 수출하는 전략광물 안티모니를 살펴보고 있다./사진=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가운데)이 온산제련소에서 생산해 미국 등에 수출하는 전략광물 안티모니를 살펴보고 있다./사진=고려아연

 

2025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서 전략광물이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다뤄졌다. 이번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희토류가 대표적인 전략광물이다. 

중국이 해외 반출을 제한하면서 갈륨, 게르마늄 등 희소 금속의 공급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고려아연이 이를 생산하고 있다. 새로운 광물은 아니지만 조달 불안이 커진 희소 금속을 국산화하면서 미국 수출길도 열었다.

안티모니는 여러 산업에서 첨가재로 쓰이며 최근에는 ESS(에너지저장시스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소재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연간 국내에서 소비되는 안티모니는 약 4000톤이며 대부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안티모니는 희토류와 함께 중국 수출 규제 품목에 포함됐다. 중국이 미국과 패권 전쟁의 일환으로 일부 자원의 수출을 통제하면서 공급망 리스크가 커졌다.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자 가격이 치솟는 등 부작용이 심화됐다.

고려아연은 이를 기회를 봤다. 국내에선 고려아연이 유일하게 안티모니 생산이 가능하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로 공급 불안이 심화되면서 고려아연이 대안 공급처로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다.

그간 고려아연의 안티모니 주요 소비처는 국내 업체였다. 그러나 지정학적 요인으로 안티모니가 전략 자원으로 위상이 달라지면서 수출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안티모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고려아연에 관심을 보였다. 안티모니가 적용된 미 군수품만 6335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갈륨, 게르마늄도 총알, 케이블, 적외선 기술, 전기차 배터리 등의 다양한 산업에 쓰이고 있지만 중국이 통제하면서 희소성이 커졌다. 고려아연은 해당 금속도 생산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게르마늄의 경우 공급망 불안으로 가격이 크게 치솟은 상태다. 패스트마켓에 따르면 9월 기준 게르마늄 가격은 kg당 5000달러로 10여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최근 고려아연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 게르마늄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온산제련소 내 신공장을 짓고 있으며 2028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신규 수요처도 확보됐다. 일찌감치 미국 방산 기업인 록히드마틴이 고려아연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록히드마틴은 고려아연이 생산하는 게르마늄을 선점하기 위해 '오프테이크' 방식으로 구매를 문의했다. 게르마늄은 록히드마틴의 야간투시경, 열화상 카메라, 적외선 감지기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경주에서 열린 APEC CEO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희소금속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분야에서 쌓아온 경쟁력을 기반으로 전략광물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을 갖고 있다"며 "투명하며 안전한 공급망을 구축해 한미 양국 간 경제안보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 동맹 관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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