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첫 목표는 생산능력(CAPA) 확대입니다. 상장은 차선책일 뿐 우선 순위는 아닙니다."
이현민 에스티젠바이오 신임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규모'를 앞세웠다. 회사가 지난해 글로벌 현행우수제조관리기준(cGMP) 승인을 받은 후 수주 논의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그는 시장이 주목한 기업공개(IPO) 가능성보다 CAPA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에스티팜에서 외형과 수익 모두 성장궤도에 올려놓은 경험을 바탕으로 에스티젠 체급 역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에스티젠, '체급 키우기' 급선무

이 신임 사장은 에스티젠 수장으로서 꼽은 첫 과제는 CAPA 확장이다. 최근 글로벌 위탁생산(CMO) 시장에서 수주 논의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체급을 올려 성장 속도를 높이려는 계획이다.
그는 <블로터>와의 통화에서 "사장으로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CAPA 확장"이라며 "작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cGMP 승인을 받은 후 수주 협의가 몰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바이오 시장도 규제가 완화되는 등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에스티젠은 지난해 9월과 10월 각각 유럽 의약품청(EMA)과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제조시설 cGMP 승인을 획득했다. 이 신임 사장은 cGMP 승인 이후 기존 물량 공급 뿐만 아니라 신규 수주 협의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또 그룹 내 신약 개발 기업인 동아에스티와 협업해 수주 물량을 빠르게 늘려나가는 상황이다. 현재 에스티젠은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이뮬도사', 네스프 바이오시밀러 '아라네스프'의 생산을 맡고 있다. 이 신임 사장은 "동아에스티와 일부 바이오시밀러를 추가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임상에 필요한 시료부터 에스티젠이 담당하며 손발을 맞춰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에스티젠의 CAPA는 아직 소규모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재 생산능력은 약 9000리터(ℓ)로, 설립 초기 8000ℓ에서 소폭 확대되는 데 그쳤다. 회사는 최근 약 600억원을 투입해 핵심 공정인 '하베스트(Harvest) 라인' 증설 계획을 내놓았지만 본격적인 상업 물량을 감당하기엔 추가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신임 사장은 "구체적인 증설 계획을 말하기엔 조심스러운 단계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판단해 증설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IPO는 차선책, 내실 기해야 할 때
이 신임 사장은 최근 시장에서 주목한 IPO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당장 시급한 과제는 아니다"라며 선 그었다.
앞서 지주사에서 재무·전략을 총괄해온 이 신임 사장이 에스티젠 수장에 오른 만큼 업계 일각에서는 회사가 IPO를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전임자였던 최경은 대표가 연구개발(R&D) 중심 리더였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실었다.
이 신임 사장은 이 같은 시각에 대해 "보통 IPO는 지배구조 변화나 기존 투자자의 엑시트가 필요한 상황에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에스티젠은 모회사 지분율이 높아 굳이 IPO를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다. 자금 확충보다는 내실을 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재 동아쏘시오가 보유한 에스티젠 지분율은 80.4%에 달한다.
또 다른 문제는 '고객사 정보 보안'이다. 이 신임 사장은 "CMO는 기업 간 거래(B2B) 모델인 만큼 고객사 정보 보안이 중요하다"면서 "상장은 공시 범위가 넓어 고객사와 협업 구조·공정 조건 등을 공개해야 할 수 있어 당장 매력적인 방식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에스티팜 체질 개선 이끈 주역
이 신임 사장이 바이오 사업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19년부터 작년까지 약 5년간 올리고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에스티팜에서 경영관리본부장을 지내며 재무와 경영 전반을 총괄한 이력이 있다.
이후 작년 9월부터 이번 사장 취임 직전까지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에서 경영기획실장으로서 그룹 내 계열사를 관리했다. 이 신임 사장은 지주사로 자리를 옮긴지 약 반년만인 올 초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정식 선임되면서 그룹 내 영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는 에스티팜을 맡을 당시 회사의 외형과 내실을 끌어올려 체질 개선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그가 경영관리본부장을 맡기 직전인 2018년 매출 977억원·영업손실 156억원이던 에스티팜은 5년 뒤 매출 2850억원, 영업이익 335억원을 달성하며 흑자구조로 전환했다.
특히 2021년부터는 1500억원을 투입해 제2올리고동 신축 등 CAPA 확장에 주력해왔다. 올 9월 준공된 제2올리고동은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약 7.7배(2.3t~7t,14mole/일) 확대한 시설로, 연구·임상 중심이던 에스티팜 생산 구조를 대량 상업 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핵심 기반으로 평가받는다.
이 신임 사장은 "에스티팜에서 5년간 바이오 사업 경영한 경험이 있다"면서 "그룹에서 이런 이력을 눈여겨 보고 한번 더 회사를 맡겨주신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