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왕일 현대리바트 신임 대표이사 프로필 및 B2C 부문 영업이익 추이 / 그래픽 = 박진화 기자
민왕일 현대리바트 신임 대표이사 프로필 및 B2C 부문 영업이익 추이 / 그래픽 = 박진화 기자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규제로 비상이 걸린 현대리바트에 30년 경력 재무통 민왕일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이 급파됐다. 당장 이사와 인테리어 수요 감소로 회사 전체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는 B2C(소비자 대상 거래) 부문의 체질 개선이 민 본부장의 당면 과제가 될 전망이다.

3일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민왕일 본부장이 현대리바트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해당 인사는 내년 1월 1일부로 단행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을 비롯해 주력 계열사 대표가 줄줄이 유임되는 안정화 기조 속에서도 이번 인사는 가구 업황을 향한 그룹 차원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1967년생으로 올해 57세인 민 신임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1993년 현대백화점 입사 후 경영지원본부 회계, 재경, 재무담당 등 관련 경력만 30년에 달하는 전문가로 꼽힌다. 경영지원본부와 기획조정본부를 두루 거친 만큼 리스크 관리 및 전략 실행 부문에 특화된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민 대표는 현대리바트가 직면한 수요 절벽을 풀어야 하는 중책을 안게 됐다. 정부가 6·27 대출 규제에 더해 지난달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에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삼중 규제를 적용하며 부동산 시장이 한껏 축소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책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16일부터 31일까지 체결된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 계약은 1188건에 불과했다. 대책 직전(10월 1~15일) 거래량 4943건 대비 76% 줄어든 수치다.

부동산 침체는 가구 업계에 직격탄이다. 이사 감소와 건설 경기 둔화로 신규 인테리어와 빌트인 발주가 동시에 위축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흑자로 전환한 뒤 기세를 몰아 업계 1위 기대감까지 고조됐던 현대리바트로선 당장의 성장 모멘텀을 발굴하는 게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를 위해선 B2C 부문의 반등이 절실하다. 침대·식탁·소파 등 가정용 가구와 주방·바스·창호·벽지 등 인테리어 사업을 전개하는 B2C 부문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며 시름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B2C △빌트인 △해외건설 △오피스 △법인유통 등 주요 사업 영역을 5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기간 유일하게 적자를 반복한 부문이 B2C였다. 올 상반기 역시 이 부문만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 신임 대표가 내놓을 돌파구에 시장의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외형 확대 위기를 질적 성장의 기회로 돌려놓을지도 관심사다. 업계에선 풍선효과가 예상되는 수도권 지역을 집중 공략하며 인력과 비용을 전략적으로 투입할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단기적인 수익성 확보보단 소비자 접점 확대에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매출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젊은 소비자를 타깃으로 친밀도를 높이는 전략이 거론된다. 실제 지난 2020년 15.1% 수준이었던 2030 세대 매출 비중은 올해(1~8월) 30%로 두 배가량 신장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에 온오프라인 취향 전문관 ‘리바트 공방’을 비롯해 커스터마이징 브랜드 '어셈블', '엘레브' 등의 입지 제고에 속도를 붙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구 업계 한 관계자는 “내실 강화가 필요하지만 회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비용을 투입해 B2C 스킨십을 확대하는 전략을 이어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 대표가 현대백화점에서 조직 경험 혁신을 주도해 왔기 때문에 현대리바트로 이를 이식해 운영 효율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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