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사진 제공=홈플러스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사진 제공=홈플러스

홈플러스 인수를 둘러싸고 전국 농·축협 조합원들 사이에서 농협경제지주의 참여를 지지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자금 부담을 이유로 한발 물러선 상태지만 기존 인수 후보들의 자금력 부족과 유통 공공성에 대한 요구가 맞물리며 재참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협 인수 시 유통망 확대 등 산업적 시너지도 기대된다.

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전국 지역 농·축협 조합 16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가 농협의 홈플러스 인수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농협의 대도시 유통사업 참여 확대’에는 91%, ‘택배사업 진출’에는 63%가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조합원들의 기대감은 홈플러스의 수도권 유통망을 활용해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도시 유통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어온 농협이 홈플러스를 통해 안정적으로 대도시 시장에 진입할 경우, 농산물 판로 확대와 시장 점유율 상승 등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고민 커지는 농협중앙회

M&A 시장에서 농협경제지주는 꾸준히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돼 왔다. 홈플러스 매각이 국내 농수산물 유통 구조에 미칠 파장이 큰 만큼 공공성을 갖춘 주체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되면서다. 그러나 농협은 지난달 31일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지 않았다. 공개 입찰에는 AI 핀테크 기업 ‘하렉스인포텍’과 부동산 임대·개발업체 ‘스노마드’가 LOI를 제출했다.

그러나 최근 인수 찬성 여론이 조합원들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농협 내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농협은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인수전에서 일단 한발 물러섰지만, 유통망 확대와 농가 소득 안정은 농협의 설립 취지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조합의 요구를 쉽게 외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협은 수익성을 추구하는 기업적 성격과 농업인 보호와 공익 실현이라는 이중 책무를 지닌 조직이다. 조합원들이 기대하는 ‘도시 유통 진출을 통한 농산물 판로 확대와 소득 증대’는 농협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정치권 역시 공공성을 갖춘 유통망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농협의 인수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LOI를 제출한 두 후보는 유통업 경험이 부족하고 자본력에서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농협이 다시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매각 주관사 역시 최종 입찰일인 11월26일까지 추가 참여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농협은 LOI 없이도 본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유통비 절감·온라인 확장...재정 부담 변수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경우, 국내 농축산물 유통 구조에 산업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농협의 지방 유통망과 홈플러스의 수도권·온라인 인프라가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 단순히 매장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생산지에서 소비자까지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된 '직매입·직배송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이면 유통비·물류비·인건비 등이 절감되고 최종적으로 소비자가격 인하와 농가 수취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업계에서는 "유통비가 최대 50%까지 절감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유통과 무관한 기업들이라, 농가 입장에서는 농협이 직접 유통을 맡는 쪽이 더 신뢰할 수 있는 선택지”라며 “안정적인 판로 유지와 확대가 중요한 조합원들에게는 도시 소비자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홈플러스의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면 퀵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기반도 마련될 수 있다. 홈플러스는 월간이용자(MAU) 530만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식품 매출만 1조5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농협의 안정적인 공급망이 결합되면, 국산 농축산물의 온라인 시장 점유율 확대와 함께 쿠팡·컬리 등과의 경쟁 속 퀵커머스 주도권 확보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농축협 조합원 가운데 63%가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인수 실익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단기적으로는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농협 내부에서도 자금 부담에 따른 신중론이 여전한 만큼, 향후 인수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물리적 결합을 넘어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자원, 지속적인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조직 간 융화와 시스템 정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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