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K바이오팜,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사진=SK바이오팜,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SK바이오팜이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미국 매출 확대와 비용 효율화에 힘입어 3분기 사상 최고 수익성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며 수익구조를 완전히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은 연내 '세컨드 프로덕트' 도입과 적응증 확대가 향후 성장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엑스코프리 매출 견인과 수익구조 안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이승준 기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이승준 기자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연결기준 3분기 잠정실적으로 매출 1917억원, 영업이익 701억원, 당기순이익 71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40.4%, 262.4%, 1031.3% 뛰어올랐다. 이는 에프엔가이드 컨센서스(매출 1821억원, 영업이익 464억원, 당기순이익 333억원)를 크게 상회한 수치다.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률도 각각 36.6%, 37.2%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실적을 통해 '수익구조의 안정화가 확인된 분기'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이익의 질이 개선되면서 엑스코프리의 미국 시장 내 안착이 완성됐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관점은 엑스코프리 매출이 전체의 89.8%를 차지하며 안정적인 현금 창출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비용 통제 기조가 이어진 가운데 마일스톤 수익이 더해지며 수익성이 극대화된 것으로 여겨진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엑스코프리의 미국 내 처방 건수는 전년동기 대비 11.7%, 직전분기 대비 52% 증가했다. 미국 시장 내 점유율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강세가 매출 증대에 보탬이 됐다. 직전분기 일회성 용역 매출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분기 최대 이익을 거두며 구조적 레버리지 효과가 확인됐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성장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커지고 있다.

업계는 영업이익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주목한다. 이를 통해 실적 체질 개선이 가시화됐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회사는 매출 증가에 비례하지 않는 판매관리비 구조를 유지하며 비용 효율화를 이어갔다. 기타 매출이 늘어난 점도 수익성 강화의 이유다. 일본 파트너 오노약품의 신약허가신청(NDA)에 따른 7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 수익이 반영됐다. 

 

세컨드 프로덕트 도입 앞둔 비용 변수

/자료=SK바이오팜 IR
/자료=SK바이오팜 IR

다만 4분기에는 비용 증가와 실적 변동성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연내 추진 중인 '세컨드 프로덕트' 도입이 본격화될 경우 컨설팅, 법률검토, 계약체결 등 각종 초기비용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회사 내부에서도 이 같은 비용 집행을 성장투자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영업이익률 하락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사업 진입에 따른 밸류 확장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직전분기 반영됐던 조인트벤처(JV) 용역 매출이 이번 분기에는 사라졌다는 점도 영업이익의 일시적 둔화 요인으로 꼽힌다. 직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줄었더라도 본업 매출 성장세가 유지된 만큼 구조적 악화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영업 레버리지 구조가 이미 확립됐다는 점에서 4분기에도 일정 수준의 수익 방어는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익률 하락폭보다 매출 증가폭이 더 큰 점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비용 증가를 단기 리스크보다는 성장 준비 과정으로 본다. 올해 안에 신제품 도입이 현실화된다면, 새로운 파이프라인 확보로 영업 레버리지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기존 엑스코프리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는 적응증일 경우 수익성 희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내년 이후 영업이익률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직전분기 발생된 JV 관련 일회성 용역 수익 부재로 영업이익은 직전분기 대비 소폭 감소했다"며 "4분기에도 엑스코프리 매출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계절적으로 비용이 집중되는 분기임을 감안했을 때 내년 매출은 7053억원, 영업이익은 199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판관비에는 세컨드 프로덕트 도입 관련 초기 비용이 포함돼 있어 도입 시 비용 증가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적응증 확대와 신사업 다각화 추진 주목

/자료=SK바이오팜 IR
/자료=SK바이오팜 IR

향후 관전 포인트로는 '세노바메이트의 적응증 확대'와 '신사업 진척'이 지목된다. 올해 9월 공개된 세노바메이트의 전신강직간대발작(PGTC) 임상3상에서 발작 빈도 감소율이 위약군 대비 32%p 높게 나타나며 추가 허가 기대감이 커졌다. 세부 데이터는 12월 미국뇌전증학회(AES)에서 발표될 예정으로, 오프라벨 처방 확대의 근거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결과가 내년 매출 성장세를 한 단계 끌어올릴 요인으로 보고 있다.

세컨드 프로덕트 도입 역시 향후 성장의 핵심변수로 꼽힌다. 도입 시점에 따라 단기 비용은 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매출원 다각화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기존 뇌전증 시장 내 유통·영업망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초기 비용 부담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증권가에서는 세컨드 프로덕트의 도입이 현실화된다면 SK바이오팜의 '단일품목 기업' 이미지 또한 완전히 바뀔 것으로 본다.

방사성의약품(RPT) 후보 'SKL5501'의 1상 임상시험계획(IND) 신청 준비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관세 리스크에 대비한 미국 내 생산거점 확보와 공급망 분산 전략도 병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세컨드 프로덕트 도입과 신사업 가시화가 맞물릴 경우, SK바이오팜이 '엑스코프리 원히트' 구조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다각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가운데 SK바이오팜은 미국 위탁생산(CMO) 허가를 획득해 생산 기반을 선제적으로 구축했다"며 "향후 정책이 확정될 경우 즉각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9월 발표된 세노바메이트 PGTC 임상3상 유효성 입증은 엑스코프리 매출 성장을 한층 가속화할 요인으로 기대된다"며 "올해 중순 진행될 것으로 기대됐던 세컨드 프로덕트 도입은 다소 지연되고 있으나, 기존 보유한 영업망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 도입이 발표된다면 레버리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