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 움직임 이후 지주회사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각 지주회사의 순자산가치와 수혜의 배경을 짚어봅니다.

LX홀딩스가 출범 5년 만에 공모 회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지주회사가 자금조달에 나선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행보로 해석된다. 그동안 자회사 배당에 의존해왔다면 이제는 독립적으로 자금조달 기반을 구축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향후 인수합병(M&A) 등을 위한 채권 발행 가능성도 열렸다.
배당 의존 벗고 공모채 발행 도전
LX홀딩스는 최근 주요 신용평가사로부터 장기 신용등급을 획득했다. 통상 신용평가사는 5년 이상의 재무이력을 기반으로 장기등급을 부여한다. LX홀딩스는 이 요건을 충족하자마자 평가를 의뢰했다.
LX홀딩스의 장기 신용등급은 'AA-(안정적)'로 첫 ICR임에도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 회사는 이를 확보함과 동시에 공모 회사채 발행에 도전했다.
1500억원 모집을 목표로 진행된 수요예측에서는 약 1조원 규모의 주문이 몰리며 10배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관투자가들은 마이너스 금리 수준에도 적극적으로 매수주문을 넣었다. 최종적으로 LX홀딩스는 모집 규모를 100억원 늘려 총 1600억원 규모로 발행을 확정했다.
수요예측 흥행, 우량한 신용도 등이 맞물려 발행조건도 회사 측에 유리하게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채권발행 이력이 없는 LX홀딩스는 금리산정 지표로 회사 자체 등급이 아닌 같은 신용등급 회사채의 시장 수익률 평균치를 활용했다. 트랜치별 등급민평은 2년물이 2.9%, 3년물이 3.0%다. 여기에 각각 -0.07%p, -0.15%p를 적용해 최종 금리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실제 발행금리는 2.8%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는 동일 신용등급 회사채의 평균 금리와 비슷하거나 소폭 낮은 수준이다.
'조달 독립' 재평가 계기될 듯
이번 사채 발행이 주목되는 것은 그간 LX홀딩스가 자력으로 자금을 끌어온 이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출범 이후 재무활동 관련 현금흐름은 리스부채 상환, 현금배당 등에 따른 지출이 대부분이었다.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활용하는 은행 차입이나 한도대출은 1건도 없었다.
LX홀딩스는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과 현금성자산을 재원으로 활용해왔다. 특히 출범 초기에는 LX MMA, LX인터내셔널, LX세미콘 등이 배당을 확대해 지주사의 재무 운용을 지원했다. 이는 자회사의 배당성향이 축소될 경우 LX홀딩스의 재무융통성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LX홀딩스의 밸류업 모멘텀은 배당에 집중됐다. 회사는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지만 신사업 추진을 위한 실탄과 역량은 자회사에 분산돼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뒷받침하듯 저평가 흐름이 뚜렷하다. 10월 종가 중 최저·고가 평균치를 적용해 산출한 LX홀딩스의 자회사 순자산가치(NAV)는 7130억원으로 추산된다. NAV 산정에는 가치평가가 가능한 상장 자회사(LX인터내셔널·LX하우시스·LX세미콘)만 고려했다. 최근까지 지분을 확대해온 LX인터내셔널(3293억원)의 자산 비중이 가장 컸으며 LX세미콘(3075억원), LX하우시스(762억원) 등의 순이었다.
반면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LX홀딩스의 시가총액은 6114억원으로 자회사 NAV 대비 약 14% 할인된 수준이다. 이는 시장에서 LX홀딩스를 평가할 때 자회사 지분가치를 온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사채 발행을 계기로 시장에서도 LX홀딩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 의존을 낮추고 자체 조달여력을 확보한다는 것이 지주사 역량 강화의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회사채 발행이 단발적인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개연성도 높다. 다만 회사 측은 추가 자금조달 계획과 관련해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동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사옥 확보 목적으로 51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차입금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향후 창출될 임대수익을 고려하면 현금흐름은 안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