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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35년의 제약바이오 커리어를 가진 주희석 전 메디톡스 부사장이 일본 알프레사그룹의 한국 자회사인 '제네셀' 초대 대표이사(CEO)로 선임됐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를 거치며 위기관리와 기업설명(IR)·홍보(PR) 전략의 핵심 인물로 꼽혀온 그는 이번 줄기세포 산업에서 새 판을 짜는 역할을 맡게 된다. 시장은 보툴리눔톡신 시장의 격변기를 통과한 '실무형 경영자'가 재생의료 분야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주목하고 있다. 

 

'위기관리의 얼굴'…메디톡스서 IR·PR 독보적 역할

5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셀은 최근 주 전 부사장을 초대 대표로 발탁했다. 제네셀은 일본 알프레사그룹이 한국 시장 내 줄기세포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새로 설립한 자회사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등에서 35년간 의약품 인허가, 약가, 홍보, 마케팅 등을 맡아온 그는 신임 대표로서 제네실의 재생의료·줄기세포 응용사업, 국내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및 인수합병(M&A)을 이끌 예정이다. 알프레사홀딩스는 2025년 3월31일 결산기준 매출 2조9610억엔(약 28조원)을 기록한 일본 대표 의약품 유통·제조기업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복귀를 일종의 '2막'으로 간주한다. 제약바이오 시장의 중심에서 오랜 기간 커뮤니케이션과 전략을 다뤄온 인물이 산업 전면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의 와중에 성장한 그의 커리어는 이번에 새로운 산업질서를 다듬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의 행보가 산업 간 세대교체의 신호로 해석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주 대표는 메디톡스 IR·PR부사장으로 재직하며 '위기관리의 얼굴'로 불렸다. 보툴리눔톡신 품질 논란, 미국 식품의약국(FDA) 대응, 소송 이슈 등 복잡한 상황에서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했다. 그가 메디톡스를 떠난 지 3개월 만에 주가가 3분의2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업계에서는 주 대표의 부재가 대외 커뮤니케이션 공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가 신뢰회복의 상징적 인물로 여겨졌던 이유다.

주 대표는 지난해 말 메디톡스 사내이사와 관계사인 뉴메코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그가 회사를 떠난 뒤에도 업계에서는 '보툴리눔톡신 산업을 가장 깊이 이해한 실무형 커뮤니케이터'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가 퇴사한 후 메디톡스 IR·PR조직은 외부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공백을 메우는 데 수개월을 소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존재감은 '위기관리형 IR·PR 전략가'의 전형으로 남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규제와 시장의 언어를 아는 리더

주 대표의 존재감은 단일기업의 경영을 넘어 산업의 '언어를 통일하는 역할'에 있다. 제약바이오 시장이 기술과 제도의 접점에서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그의 조율형 리더십은 줄기세포 산업의 전략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그를 '위기관리에서 산업 조정으로 진화한 인물'로 규정한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것은 그가 '규제와 시장, 정책의 언어를 모두 아는 관리자'이기 때문이다. 대웅제약 시절부터 인허가, 약가, IR, PR 등을 두루 맡으며 제약바이오 산업 전주기를 경험했고, 메디톡스에서는 대오 전략의 컨트롤타워를 담당했다. 정책당국, 투자자, 언론 사이의 미세한 균형을 읽어내며 리스크를 제도적 언어로 바꾸는 데 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 대표는 IR 중심의 경영자에서 사업개발(BD)형 리더로 확장하는 전환점을 맞았다. 줄기세포와 재생의료 산업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지만, 주 대표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정책 대응이라는 '비재무적 자산'을 사업화 전략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보툴리눔톡신 산업에서 신뢰 회복을 이끈 경험이 재생의료 분야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은 그가 '규제와 신뢰를 모두 이해하는 실무형 CEO'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그를 '감각형 실무자이자 브랜딩 전략가'로 부른다. 이는 위기 대응에 능숙하다는 차원을 넘어 시장을 읽고 흐름을 조정하는 경영자라는 의미다. 메디톡스 시절 복잡한 대외환경에도 커뮤니케이션의 일관성을 유지한 점이 이 같은 시선의 배경이다. 이런 리더십으로 다국적 제약사 출신 인재들이 주도하던 줄기세포 시장에 새로운 조정자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으로도 이어진다.

 

줄기세포 산업의 '새 조정자' 기대

업계는 그가 줄기세포 산업의 구조를 정리할 '브랜딩형 CEO'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에 주목한다. 그가 이끄는 제네셀은 알프레사그룹이 진행할 줄기세포 사업의 전초기지다. ‘포에버 영’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재생의료 연구, 줄기세포·배양액 응용제품 개발, 국내 바이오 기업과의 제휴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의 바이오 인프라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과 프리미엄 브랜딩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알프레사 관계자는 "한국 바이오 산업은 아시아에서도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라며 "특히 에스테틱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알프레사는 의약품 유통 노하우와 줄기세포 관련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다"며 "제네셀을 통해 신사업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주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기술력과 일본의 자본·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양방향 허브' 역할을 맡게 된다. 알프레사그룹이 한국을 아시아 바이오 확장의 핵심 거점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의약품 유통 노하우와 재생의료 기술을 결합해 신사업 모델을 창출할 계획이다. 시장은 그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한일 간 협력의 안전판이 될지에 관심을 보인다.

주 대표는 "오랜 경험으로 쌓은 전문성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제네셀을 줄기세포의 글로벌 핵심 허브로 성장시키겠다"며 "알프레사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과 프리미엄 브랜딩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망한 한국 바이오·미용·의료기기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협력과 전략적 M&A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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