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현장 중심 경영을 내세우며 본격적인 오너 경영 시대를 열었다. 그 첫 파트너로 낙점된 인물은 두산 출신의 송희준 부사장이다. 20년 가까이 글로벌 시장을 누빈 현장형 전략가 송 부사장은 정 회장이 구상한 실행의 리더십을 수행할 핵심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6일 HD현대에 따르면 송 부사장은 최근 단행한 사장단 인사에서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로 내정됐다. 내년 1월 건설기계 통합법인 HD건설기계 출범을 앞두고 정기선 회장이 직접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회사는 '정기선 회장–송희준 부사장' 투톱 체제로 재편됐다.
HD현대가 송 부사장을 전면에 세운 것은 정 회장이 제시한 현장 중심의 실행력과 퓨처빌더(Future Builder) 비전을 현실로 옮기기 위한 조치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지난달 회장 취임 이후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우리만의 해법을 만들어내자"고 강조했다. 조선·건설기계·정유·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복합 위기를 직시하며 전략과 구상보다 실행과 실무를 중시하는 경영 철학을 분명히 한 메시지였다.
송 대표는 이러한 기조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로 꼽힌다. 2003년 두산그룹 전략기획본부에서 출발해 회장 비서실, 중국·북미 법인장을 거쳐 글로벌 세일즈를 총괄해온 그는 지난 20여 년간 현장형 전략가로 평가받아 왔다.
2018년 두산인프라코어 북미법인장으로서 현지 영업망을 확장했고 HD현대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뒤 HD현대인프라코어 글로벌세일즈 부문장을 맡아 해외 매출 확대를 주도했다. 올해 초 HD현대사이트솔루션 영업전략본부장으로 승진한 그는 이번 임원인사에서 대표 자리에 올랐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내년 출범을 앞둔 HD건설기계의 중간지주사이자 그룹 전체 건설기계 사업 재편의 허브다. 단순한 관리·지배 구조가 아니라 인프라코어와 건설기계 양사의 자원·조직·공급망을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통합하는 현장형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실제로 HD현대가 추진 중인 미래 건설장비 기술을 통한 육상 혁신(Xite Transformation) 비전을 실현해나가고 있는 곳이 바로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다.
정 회장이 직접 제시한 핵심 과제들도 HD현대사이트솔루션을 중심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부품공급센터(PDC) 통합을 통한 글로벌 AS 공급망 효율화 △인도·브라질·호주 등 신흥시장 거점 확대 △광산·대형 중장비로의 포트폴리오 확장 등은 모두 송 부사장이 직접 현장에서 다뤄온 분야다. 송 부사장의 이러한 경험은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현지 중심·통합형 생산 네트워크의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인사로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HD현대와 두산 출신 인사가 함께 이끄는 투톱체제를 이어가게 됐다. 단순한 인사 관성의 유지를 넘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이후 이어져온 균형 구조를 재확인한 조치로 평가된다. 앞서 HD현대는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를 8500억원에 인수하며 건설·기계 사업 확장에 나섰다.
두산 출신의 손동연 부회장은 인수 직후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로 자리를 옮겨 건설기계 사업의 틀을 다졌다. 이어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이동욱 사장이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이동욱 사장이 올해 자문역으로 이동하면서 송 부사장은 두산의 기술·영업 DNA를 잇는 세 번째 주자가 됐다.
HD현대 한 관계자는 "송 신임 대표는 글로벌 네트워크 감각과 실행력을 모두 갖춘 인물"이라며 "내년 HD건설기계 출범 후 건설기계 부문의 안정화와 시너지 창출을 주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