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SK바이오팜,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사진 제공=SK바이오팜,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SK바이오팜이 미국 자회사에서 1091억원 규모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를 공급했다. 내부거래지만 금액이 지난해 4분기 엑스코프리 매출의 84%에 달하며 미국 시장 내 수요 확대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회사는 이번 거래가 연간 공급 계획에 따른 정기 출하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실제 판매 속도와 성장세가 반영된 결과라고 보고 있다. 3분기까지 엑스코프리 누적 매출을 4596억원까지 끌어올리며 이미 연간 가이던스의 달성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자회사에 1094억 규모 공급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10월21일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와 의약품 공급계약을 맺었다. 11월5일에 종료된 이번 계약은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시장 판매를 위해 미국 현지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에 제품을 공급하는 건이다. 계약 규모는 1094억원으로, 이는 SK바이오팜의 지난해 매출 5476억원의 20%에 해당한다. 대금지급은 납품 후 120일 이내 이뤄질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엑스코프리가 SK바이오팜 전체 외형 성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만큼 이번 물량 확대가 수요 기반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내부 물량 이동이 아니라 '미국 시장의 수요 확대에 맞춘 계획적 공급 조정'이라고 해석된다. 계약금액이 지난해 4분기 엑스코프리 매출(1293억원)의 84%에 달한다는 점에서, 현지 판매 속도와 처방 증가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평가된다.

이는 하반기에도 공급 확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상반기 실적이 연간 가이던스(4억2000만달러~4억5000만달러)의 47%에 해당한다는 점에서다. 엑스코프리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438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4596억원으로 이미 2024년 연간 매출을 앞질렀다. 미국 내 처방건수가 꾸준히 늘어난 데다 유통채널까지 확충되며 판매량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SK바이오팜은 글로벌 통상 리스크와 물류 불확실성에 대비해 일정 수준의 재고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번 계약도 이 같은 공급 관리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내부거래 특성상 연결기준 매출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자회사로의 공급량 증가는 현지 시장 내 제품 가용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6개월 치 물량 확보한 정기 출하

이번 계약은 미국 내 엑스코프리 처방 증가와 함께 공급망 안정화 필요성이 커지면서 체결됐다. SK바이오팜은 미국 시장에서 엑스코프리의 판매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자회사와 정기적인 공급주기를 운영하고 있다. 본사와 자회사 간 출하 시점을 미리 조정함으로써 현지 유통망의 재고 부족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움직임으로 여겨진다.

SK바이오팜의 공급 구조는 본사에서 생산된 제품을 SK라이프사이언스를 거쳐 현지 도매상과 약국으로 공급하는 형태다. 자회사 재고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본사에서 추가 물량을 선제적으로 출하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이번 계약은 이 같은 공급 체계를 기반으로 한 정기 물량 조정 차원에서 이뤄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 규모가 현지 판매 속도에 맞춰 6개월 이상을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추산한다. 실제로 SK바이오팜은 연간 공급 계획을 세워 자회사 물류 일정을 분기별로 분산하고 있으며, 외부 변수에 따라 일정을 조정하는 방식을 취한다. 다만 회사 측은 구체적인 납품 주기를 공개하지 않았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일부 유통채널 내 재고 정책이나 물류 일정에 따른 조정 요인은 있으나, 이번 계약의 주된 목적은 미국 내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하기 위한 계획적 조치"라며 "평균적으로 6개월 이상 판매를 커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인 향후 공급 일정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정기적 공급 사이클 내에서 연간계획에 따라 단계적으로 (공급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실적 개선세 지속, 신사업도 병행

시장에서는 엑스코프리를 중심으로 한 매출 구조가 안정화되면서 하반기 공급 확대가 전체 외형 성장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바이오팜이 미국 시장 내 안정적 판매 흐름을 바탕으로 전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다. 엑스코프리는 올해 3분기까지 SK바이오팜의 누적 매출 5124억원 중 89.7%에 해당하는 459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연간 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결된다. 에프엔가이드는 SK바이오팜의 올해 연간 컨센서스로 연결기준 매출 7022억원, 영업이익 1752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28.2%, 81.8%, 상승한 수치다. 영업이익률도 25% 수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7.4%p 뛰어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연구개발비 부담이 완화되고 미국 시장 매출 비중이 확대된 점이 실적 개선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는 이번 거래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업계는 SK바이오팜이 단일제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후속 파이프라인 상업화와 디지털치료제 등 신사업 다변화를 병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남미 최대 제약사 유로파마와 함께 조인트벤처(JV) '멘티스케어'를 설립하며 인공지능(AI) 뇌전증 관리 플랫폼 개발에 착수, 세노바메이트의 활용 폭을 넓히는 시도에 나섰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엑스코프리의 매출이 견조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공급계약 공시는 거래소 규정에 따라 전년도 매출액의 5%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진행되므로, 공시되지 않은 SK라이프사언스향(向) 공급계약도 다수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따라서 공시된 계약만으로 매출 증가세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연초 제시한 2025년 엑스코프리 미국 매출 가이던스는 현재까지 변경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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