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종근당,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사진 제공=종근당,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종근당이 애브비의 건선치료제 스카이리치(리산키주맙)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 'CKD-704'의 유럽 임상에 돌입했다. 휴미라의 특허만료 이후 글로벌 빅파마들이 잇따라 인터루킨23(IL-23) 계열 항체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가운데 종근당도 수익성 둔화 국면 속에서 고가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신성장축으로 삼는 전략을 가동했다. 이번 선택은 단순 복제약 확대가 아닌 포트폴리오 체질 전환의 실험대로 평가된다.

 

유럽 임상 승인, 고가 항체 전환의 신호탄

9일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최근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CKD-704의 유럽 임상1상을 승인받았다. 이번 승인으로 종근당은 유럽에서 건강한 성인 200여명을 대상으로 CKD-704와 오리지널 품목인 스카이리치와의 약동학적 동등성을 입증하고, 안정성·면역원성을 비교하는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종근당의 이번 행보를 '체질개선의 선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간 빈혈치료제(ESA)와 황반변성치료제(VEGF) 등 비교적 안정적 영역에 머물렀던 종근당이 수익성 하락 국면에서 고가 항체 중심의 바이오 포트폴리오로 무게중심을 옮기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CKD-704는 그 전환의 출발점이자 종근당이 글로벌 항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첫 무대라고 여겨진다.

특히 글로벌 흐름을 의식해 IL-23 계열을 '포스트-휴미라'의 핵심 축으로 판단하고 후발주자로서 시장 재편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오리지널인 스카이리치는 애브비가 휴미라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내세운 차세대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지난해 전 세계 매출 16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건선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종근당이 국내가 아닌 유럽에서 임상1상을 시작한 것은 글로벌 신뢰도 확보와 수출허가를 동시에 염두에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EMA 임상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후 다국적 제약사 수준의 품질·규제 대응 체계를 검증받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종근당이 단순 복제 모델에서 벗어나 '글로벌 바이오 플레이어'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익성 부담 속 지속가능성의 시험대

종근당의 리산키주맙 바이오시밀러 프로젝트는 단순한 제품 개발이 아니라 재무체력, 조직역량, 기술전략이 동시에 검증되는 종합 시험대로 평가된다. 임상1상 성공이 단기성과로 끝날지, 항체 중심 체질전환의 출발점이 될지는 향후 자본 운용과 후속 임상 진행 속도에 달려 있다는 시각이 업계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

시장에서는 '속도'보다 '지속가능성'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분석한다. CKD-704는 고가항체 바이오시밀러로 개발비 부담이 큰 데다가 임상1상 이후 글로벌 허가 패키지를 완성하기까지 장기투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종근당의 수익성이 이를 감당할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률은 4.6%로 2023년(13.4%)의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지며, 수익성 방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고정비 부담이 누적되는 가운데 연구개발(R&D) 투입이 늘면 현금흐름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쟁구도 역시 녹록지 않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암젠, 산도즈 등 다수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미 리산키주맙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착수한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종근당은 동일물질 기반 복제만으로는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종근다잉 제형 개선과 투여 편의성 향상 등 차별화 포인트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CKD-704는 개발 기술보다 상용화 전략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점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종근당 내부의 항체 중심 R&D 체질 강화도 필수 과제로 꼽힌다. 합성의약품 중심으로 설계된 생산·품질관리 인프라를 항체개발체계로 전환해야 하는 만큼 인력·공정·규제·대응 모두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유럽 임상으로 국제기준에 맞는 품질 데이터를 확보하더라도 이를 국내외 허가 및 상업화 단계로 잇는 내부역량이 미비하면 실질적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으로도 이어진다.

 

글로벌 허가 체계와 후속 파이프라인 확장

향후 과제로는 글로벌 허가 및 유통체계 구축이 지목된다. 유럽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더라도 미국·아시아 시장 진입에는 별도의 절차가 요구돼 현지 파트너십이나 기술이전(LO) 전략이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IL-23 계열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든 만큼 종근당이 향후 적응증 확장이나 차세대 타깃으로 연구축을 옮길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종근당은 CKD-704를 시작으로 자가면역질환 중심의 항체 파이프라인을 단계적으로 넓히고 있다. 회사는 이미 또 다른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인 'CKD-706'의 유럽 임상1상 신청을 마친 상태로, IL-23 계열을 포함한 면역질환 영역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설정했다. 두 프로젝트 모두 유럽 시장을 전초기지로 삼았다는 점에서 종근당의 바이오 포트폴리오가 글로벌 허가 체계에 맞춰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하다는 분석도 나타난다.

종근당은 연내 CKD-704의 투약을 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에서 진행될 CKD-704의 임상 1상은 연내 투약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글로벌 블록버스터 품목인 스카이리치와 약동학적 동등성을 입증해 전 세계 염증성 질환 환자들의 치료제 선택의 폭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리산키주맙은 면역 매개물질 IL-23의 p19 소단위체(subunit)을 차단해 염증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바이오의약품이다. 판상 건선, 건선성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질환의 치료에 사용된다. 지난해 리산키주맙의 전 세계 매출은 16조4000억원으로, 이 중 건선치료제 시장에서 약 9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40억원에 달하는 글로벌 건선 시장에서 약 24%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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