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의 3분기 미국 법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한 81억원, 영업손실은 64억원을 기록했다. 제2공장 가동이 본격화됐지만 수주 감소로 고정비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이미지 제작=이유리 기자
한국콜마의 3분기 미국 법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한 81억원, 영업손실은 64억원을 기록했다. 제2공장 가동이 본격화됐지만 수주 감소로 고정비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이미지 제작=이유리 기자

한국콜마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미국 법인의 예상보다 큰 적자가 발목을 잡았다. 현지 생산능력(CAPA) 확대로 고정비 부담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코스맥스가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신규 수주로 미국 시장에서 실적을 끌어올린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과다. 

윤상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실적 중심’ 리더십을 앞세운 만큼 미국 사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룹 내 입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0일 콜마홀딩스에 따르면 한국콜마의 미국 법인은 올해 3분기 매출 8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4%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64억원으로 전년 동기(-34억원) 대비 적자 폭이 두배 가까이 확대됐다.

회사의 연결기준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6830억원으로 3분기 기준 역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 법인의 수익성 악화가 발목을 잡으며 전체 영업이익은 583억원으로 시장 기대치(680억원)를 하회했다.

 

CAPA 늘렸지만 수주는 정체

미국 법인의 실적 악화는 전반적인 수주 감소와 운영 비용 구조의 비효율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미국 1공장의 최대 고객사 수주가 급감한 데다 제2공장 가동 초기의 고정비 부담과 기술영업센터 설립 비용(약 34억원)까지 더해지며 손실 폭이 확대됐다. 국내 고객사의 미국 생산 이관 전략이 관세 이슈 완화로 무산되면서 생산 물량 확보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분기 기준 적자를 이어온 미국 법인은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올해 2분기부터 적자 기조로 돌아서며 실적에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2025년 4분기에는 영업손실이 41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콜마그룹 부회장이 지난 7월 콜마USA 제2공장 준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콜마홀딩스
윤 콜마그룹 부회장이 지난 7월 콜마USA 제2공장 준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콜마홀딩스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미국 사업에 공을 들여온 윤 부회장의 고민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윤 부회장은 7월 미국 제2공장 완공식에서 '현지 고객사 수주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라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제2공장은 연면적 1만7805㎡ 규모로 연간 1억2000만개의 생산 능력을 갖췄으며 기존 제1공장과 합산 시 최대 연간 3억개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고정비 부담만 가중되는 상황에 놓였다. 

더구나 이는 최근 그룹 내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한 윤 부회장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핵심 시험대로도 부상하고 있다. 윤 부회장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여동생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며 성과 중심의 리더십 기조를 분명히 해왔다.

그러나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온 미국 사업이 반등에 실패할 경우, 윤 부회장의 경영 정당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콜마비앤에이치는 윤상현 부회장을 포함한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윤여원 대표는 사회공헌 활동을 중심으로 국한돼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고객사·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절실

고객사 확보의 어려움 배경으로 업계에서는 현지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에 대한 낮은 인식과 시장의 미성숙을 지목하고 있다. ODM은 제조사가 제품을 기획·개발해 브랜드사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국내에서는 인디 브랜드 성장과 함께 수요가 확대됐지만, 미국은 여전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중심의 구조가 일반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는 ODM의 개념조차 생소한 고객사가 많아 시장 정착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한국콜마가 경쟁력을 보유한 ODM 수요가 제한적인 만큼 현지 사업 확대에도 제약이 따르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2공장 증설 효과는 내년부터 본격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장 변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 부족도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콜마는 대형 고객사 중심의 매출 구조를 통해 안정성을 추구해왔지만, 주요 고객의 주문이 감소할 경우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리스크를 간과했다는 분석이다.

경쟁사인 코스맥스는 미국 현지에서 신규 고객 유입과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기반으로 3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 확보한 신규 고객 효과가 올해 3분기부터 본격 반영되면서 미국 법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한 369억 원을 기록했고 적자 폭도 축소됐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K뷰티의 글로벌 확산과 함께 인디 브랜드가 성장하는 흐름 속에서, 한국콜마도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경쟁사 대비 보수적인 거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실적 추정치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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